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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사란 이름의 '자영업자'…정부란 이름의 '무임승차자'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7.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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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의사사회에서 수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일종의 터부처럼 여겨졌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가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란 직업이 돈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뿌리가 만만찮게 깊다.

최근 이 금기가 깨졌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의사들의 적정 연봉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 합시다’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의협 회장이 이런 이야기를 무턱대고 한 것은 아니다.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과정에서 불거진 적정 의료수가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제기한 발언으로 보인다. 의사의 적정 수입을 언급함으로써 저수가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런데 의사들의 적정 수입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골치 아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 직업군의 적정 수입을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사 수입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일까. OECD 가입국과 우리나라의 의사 수입을 간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는 있다. 일반인의 평균 수입과 비교할 때 호주나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국가는 전문의 수입이 6~7배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4~5배, 영국은 3~4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평균 3배 정도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 다른 한편에선  개원의 소득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의 의사 수입 상황을 우리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의료제도가 다르고, 의료수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주도 의료체계인 영국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정부에서 설립한 공공병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수가 수준이나 공급체계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느냐, 또 어떤 목적을 갖고 누가 연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치가 상이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 수입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의사들 사이에도 수입 양극화가 심해 평균적 수입이란 개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의사들의 적정 수입에 관한 논쟁이 펼쳐지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여기에서 좀 더 들여다볼 게 있다. 의사의 수입에 관한 논쟁에서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인술을 행하는 의사는 공공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에 관해서다.

가끔 국세청에서는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적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곤 한다. 주목해야 할 문구는 ‘고소득 자영업자’란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고소득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자영업자란 자기자본투자로 사업을 영위하는 직종이다. 자영업자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지금까지 국가의 재정 지원 없이 의사가 되고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수입을 얻어왔다.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에서 의사양성 과정에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부 기피과 전공의에게 지급하는 수련보조수당을 제외하면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병원이 부담한다. 의사 양성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의사 = 자영업자’ 정신은 더욱 공공해졌다.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제도 아래서 국가와 가입자들로부터 의사들은 끊임없이 공공성과 공익적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의사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때로는 법의 형편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규제를 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수입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처럼 공익적 역할이 요구되는 자영업자 직종을 의사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하다못해 변호사들도조차 고소득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그들에게 의사만큼 공익성과 공공성을 요구하진 않는다. 현행 의사양성 제도는 물론 의료공급체계에 있어서 국가의 지원이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 그렇지만 일단 국가가 의사면허를 발급하면 그 다음부터는 건강보험제도 틀 안에서 각종 규제에 갇히게 된다. 자영업자로서 양성되지만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이후에는 사실상 반공무원 신분이 된다. 심지어 의료기관에 어떤 내용의 액자를, 얼마만큼의 크기로 걸어야 한다는 것까지 규제하려 든다.

다시 의사의 수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영업자로서 의사의 적정 수입을 정할 수 있을까. 의사가 너무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비난도 어불성설이지만 의사라면  최소한 이 정도 수입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가당찮다. 결국 지금의 시스템 하에서는 의사가 독립적인 자영업자 신분을 갖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수입을 올릴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료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요구가 겹쳐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해답은 단순하다. 의료자원 공급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의사 양성과정에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하고, 예산을 투입해 공공병원을 확충하면 된다. 그리고 정부가 의사를 고용해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사실 의사들도 이런 시스템을 원한다. 영국처럼 국가의 비용 지원으로 의과대학 과정을 마치고, 공공병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진료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기를. 저수가 아래서 ‘박리다매’식 진료로 아등바등 주말도 없이 하루 12시간 가까이 진료를 보는 것보다.  

이렇게 명쾌한 방안이 지난 수십 년 째 실현되지 않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건강보험제도란 프레임에만 집착한 탓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수입과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의해 유지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 국고지원이란 규정 조차 지키지 않는다. 공공병원 확충도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니 민간의료보험 역할 확대 등의 ‘손 안대고 코 푸는’식의 대책만 만지작거린다. 하다못해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차상위계층의 의료비 지원 혜택도 건강보험으로 떠넘겼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다 짜냈으면,  이젠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라.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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