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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전국민 정신건강검진 걱정된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6.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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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개인의 정신건강 수준을 확인하고 조기치료 유도를 위해 전 국민 대상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실시된 정신질환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다. 지난 2월 발표된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14.4%인 519만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명확히 목표하는 바가 무엇이고, 과연 어떤 정책적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든다.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국민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수준을 확인하게 되고, 위험군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조기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건강보험공단이 검진 도구를 우편으로 개인에게 발송하고, 자기기입식(취학 전은 부모기입)으로 회신을 하면 그것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과연 이런 방법으로 정신건강검진 수검자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까. 자칫 부정확한 설문 검사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대거 양산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외국에서도 이런 우려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한 전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만일 수검자가 검진 도구에 불성실하게 답변하거나 혹은 미취학 아동처럼 부모의 전적인 판단에 의존해 정신건강 수준을 확인하게 될 경우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2월 복지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대한가정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정신건강검진은 선별검사의 원칙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며,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회적 합의나 대책 없이 정신질환 선별검사를 실시할 경우 국민을 정상인과 정신질환 의심자로 구별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1990년대까지 일차진료에서 우울증 스크린을 권장하지 않다가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2000년대 들어 정신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상황에서만 검진할 것을 권장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정신질환 선별검사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정신과적 분석·치료·추적까지 가능한 경우에만 우울증을 스크리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정신질환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선별검사가 환자에게 미치는 해악보다 이익이 확실히 커다는 판단 하에서만 이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복지부가 제시한 계획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천편일률적 방식으로 정신건강 수준을 점검하겠다는 것이어서 상당히 우려된다.

전 국민 대상의 정신건강검진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도 문제다. 아직까지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어떤 검진도구를 활용해 이뤄지고, 만일 문제가 발견된 수검자에 대해서는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 세세한 방법은 정해지지지 않았다. 다만 복지부 산하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에서 오는 10월까지 정신건강검진 내용과 방식, 치료연계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단이 어떤 인력으로 꾸려졌고, 앞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정신건강검진 방안을 수립할 것인지 알려진 바 없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면 적어도 지금쯤은 사업 추진에 관한 세세한 내용이 확정되고, 준비 단계부터 전문가 단체나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 전문단체에서도 상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복지부가 정신건강검진을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그 실효성도 불분명하고, 사업 추진 과정도 불투명한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정신건강검진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상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건보재정 낭비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건강검진처럼 수검률만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신건강검진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폐해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전 국민 정신건강검진 정책 수립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접근과 함께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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