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소아과학회에 협조 요청…"실효성 떨어지는 제도" 부정적

▲ 서울 양천구 소재 어린이집에 방문한 주치의가 영유아를 진료하는 모습.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 의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제’가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어린이집 전담 주차의제는 지난 3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열린 보육 서비스 개선 대책 회의에서 안전한 보육환경 조성 방안으로 제안된 아이디어다.

지역사회의 보건소․ 및 의료기관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로 활동한다는 것.

특히 소아청소년과 등의 의료인이 주기적으로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아동을 진찰해 질환 징후를 조기 발견하고 진료와 연계한다는 게 주 목적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대한소아과학회에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제 도입에 관한 협조를 구해놓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의료기관과 어린이집이 일대일 협약을 체결해 윈윈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소아과학회에 한번 의견을 건넸고, 오는 7월까지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담 주치의제 시행으로 어린이집은 감염병 예방이나 응급상황 대처 등 건강증진체계가 구축되며 지역 의료기관은 검진 및 예방접종 등 고정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며 “다만 아직까지 의료기관의 인센티브안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제는 이미 3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해 온 제도다.

서울시가 서울형어린이집을 추진하면서 '주치의 연계 협약제'라는 이름으로 몇몇 지역에서 실시했다.

실제로 서초구는 2009년 지역의 10여개 의원급 의료기관과 어린이집이 연계해 주치의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의료기관 참여에 따른 동기부여 요소가 부족해 성과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서초구에 따르면 서울형 어린이집 주치의제는 그 과정이 어린이집 운영 측에만 맡겨져 있어 협력의료기관과 어린이집 사이의 협약과 활동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낼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파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전문의는 “제도만 만들면 뭐하냐”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콘텐츠가 관건이다. 의료기관에게는 의료사고라도 나면 책임만 지고 실익은 없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재윤 부회장은 “서울형어린이집에 도입된 주치의제도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들 보호자는 평소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는 병원을 지향하고, 어린이집 교사는 의료기관과 계약부터 예방접종 등 관련 업무 증가로 제도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제를 도입할 지역과 의료기관의 선정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복지부는 일단 보건소 보다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주치의 전담기관을 선정하고, 어린이집도 평가인증을 받은 곳부터 주치의제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전담 주치의제는 정부의 예산 투자 없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부터 무상보육 대상이 늘어나면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건소나 간호사 등으로 전담 주치의 주체가 정립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18일 서울시간호사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어린이집 1,000여곳에 방문간호사를 월 2회 파견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재능기부로 전담 주치의제를 시행하겠다는 발상인데 의료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면 결국 보건소로 일을 넘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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