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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누구를 위하여 의료수가를 올리나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5.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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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큰아이 감기 때문에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을 다녀온 아내가 뜬금없는 혼잣말을 했다. “도대체 그 병원은 어떻게 경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느닷없는 말에 멀뚱히 아내를 쳐다봤다. 감기 치레가 잦은 아이들 때문에 동네의원을 다녀올 때마다 진료비로 3000원 정도를 내고 오는데 그게 자신이 생각할 때 너무 싼 비용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사실 일반인들은 복잡한 건강보험 급여체계와 수가 제도를 알기 어렵다. 병원에 지불하는 진료비(본인부담금) 이외에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는 보험급여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십상이다. 알더라도 얼마나, 어떻게 받는지 자세히 알 리 만무하다.

현재 감기 같은 경증질환은 외래진료시 본인부담 정률제에 따라 총 진료비의 30%만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나머지 70%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에서 급여비로 지급된다. 65세 이상 노인과 6세 미만은 그보다 더 낮다. 초진과 재진일 때도 조금씩 비용 차이가 난다.

이를 고려하면 의원에서 감기 환자 한 명을 진료하고 받는 수입은 환자 본인부담금과 공단 급여비를 합해 1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렇게 설명하면 또 “진료비가 싸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짧게는 3~4분, 길어야 10분 이내의 진료를 보고 1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치면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  

최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작성한 ‘2011년 의원의 경영실태 조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체 의원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63.9명이었다. 하루 평균 50명 이하의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의원 비율이 44.9%에 달했다. 응답자의 36%가 평균 3억5,079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감기환자 50~60명을 진료해도 각종 세금과 인건비, 은행 대출이자 등을 내고 나면 수익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포함해 도합 11년의 교육과 수련과정을 거치고 뛰어든 의업인데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엔 다른 이야기다. 같이 근무하는 후배기자가 겪은 일이다. 지난달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나서 동네의원을 들렀다가 대학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 병원에서 폐렴 판정을 받고 2박3일간 입원했다. 퇴원하던 날 받은 진료비 영수증에 기재된 비용은 총 80여만원. 이중 초음파 촬영과 다인병실이 없어 2인실을 이용한 탓에 60여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냈다고 투덜댔다.

환자 처지에서 불만을 품는 게 당연하다. 건강보험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는데 왜 정작 필요할 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진료비 부담이 높은 중증질환이나 검사 등은 급여 혜택이 없거나 너무 낮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가지 상황을 놓고 보자. 한쪽은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아 본인부담이 상당히 낮다. 다른 한쪽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탓에 본인부담이 너무 높다. 당연히 병원으로서는 수입이 높은 비급여 쪽에 매달리게 된다. 병원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주기 위해 건강보험 의료수가를 높여주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낮은 의료수가로 야기되는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단적으론 이렇다. 대표적인 흉부외과 수술인 승모판막 치환술은 6~7명의 의료진이 붙어 5~6시간의 수술을 해도 건강보험 급여비는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한 명의 의사가 20~30분 정도면 시행할 수 있는 라식 수술의 비급여 진료비는 150만원 대, 비슷한 조건에서 시행되는 쌍꺼풀 수술비만 해도 100~150만원에 이른다. 그래서 의료 원가도 많이 들고 힘든데 수가는 낮은 의료서비스, 혹은 진료과는 외면 받는다. 대신 비급여 진료가 많은 진료과는 인기다.   

저수가 문제는 환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저수가 기반의 낮은 보험료 부담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구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의료수가가 낮은 만큼 보험료 부담도 낮다. 당연히 급여 혜택도 낮을 수밖에 없다. 막상 진료비 부담이 큰 질환이나 검사는 급여 혜택이 상당히 제한적이거나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수입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병원들이 비급여 진료를 선호할수록 환자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진보적 보건의료학자나 정부에서도 저수가 문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진보적 보건의료학자는 “무상의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여가 확대되려면 필수적으로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병의원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지금 의료수가는 낮다”는 말을 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공공연히 저수가 체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곤 했다.

다만 수가가 낮은 이유에 대해선 시각이 조금 다르다. 한쪽에선 비급여 진료로 병원들이 수익을 보존한다는 점을 들어 수가가 낮게 책정됐다고 말한다. 다른 쪽에선 수가가 낮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저수가에서 적정 수가를 지향하자는 말이 의사들의 수익을 보존해주기 위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자는 말로 인식된다. 정부는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이런 논리를 앞세워 의료계를 공격해왔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도 이런 논리에 동조한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렸다. 저수가에서 적정 수가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많은 보험료 부담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험료율은 OECD 국가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적정 수가 체계로 가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을 더 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로 적정 급여도 가능해진다. 

지난 수 십 년간 공고히 다져온 ‘저부담-저수가-저급여’ 체계가 국내 의료환경에 끼쳐온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면 가입자의 부담만 느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기업의 보험료 부담과 정부의 국고지원 부담도 함께 는다. 가입자가 100원을 더 내면 기업과 국가가 비슷한 수준으로 부담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에는 약 200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100원을 더 내고 200원 어치의 보장성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적정 수가가 이뤄지면 병원들도 비싼 비급여 진료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환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은 국민의 건강권 확보로 귀결된다. ‘적정 부담-적정 수가-적정 급여’가 지향하는 바다. 이를 더 이상 정치적 논리나 보험재정 절감이란 경제적 논리로 왜곡하지 말자.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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