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안 통과로 20여폼묵 슈퍼판매 풀려…오남용 방지 등 대책 세워야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감기약과 소화제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24시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지난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안전상비의약품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은 현행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눈 현행 2분류 체계를 유지하면서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약국외 판매 의약품의 별도로 정해 판매토록 했다.

안전상비약의 판매장소는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장소로 한정하고, 포장단위는 1일분으로 제한하도록 하위법령에서 규정하기로 했다.  

판매가 허용되는 품목에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가 각각 2개 품목 이상씩 지정, 전체 20개 품목 이내로 제한된다.

슈퍼판매 허용 대상 품목은 보건복지부가 별도의 품목선정위원회를 설치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복지부가 대한약사회와 협의를 거쳐 공개한 약국외 판매 대상 24개품목을 보면 크게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류 등으로 구분된다. 

해열진통제의 경우 타이레놀500mg과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 80mg, 어린이용 타이레놀현탁액 등 4품목과 어린이용 부루펜시럽 1품목 등이 포함됐다. 

감기약은 판콜에이내복액, 판콜씨내복액, 판콜500정 등 3품목과 판피린티정, 판피린정 등 2품목이다.

소화제는 베아제과립, 베아제캅셀, 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까스베아제정  등 5품과 훼스탈골드, 훼스탈, 훼스탈포르테정, 훼스탈컴포드정, 훼스탈내추럴플러스과립, 훼스탈플러스정 등 6품목이 대상이다. 

파스류는 제일쿨텍카타플라스마, 제일쿨파스, 신신파스에이 등 3품목이 약국외 판매 품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복지부가 공개한 24개품목 중 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공급되고 있는 품목은 타이레놀500mg어린이부르펜시럽 등 13개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비약 슈퍼판매가 약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슈퍼판매 대상 품목을 판매하는 제약사에 대한 특혜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슈퍼판매 대상 품목을 판매하는 제약사는 한국얀센, 삼일제약, 동화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 한독약품, 제일약품, 신신제약 등 모두 8곳이다.

경실련은 “약국외 판매 의약품의 선정시 비슷한 효능을 가진 다수의 제품 군 중에서 20개 품목으로 그 수를 제한하는 만큼 특정 상품과 제약회사에 대한 특혜 의혹 등 여러 가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는 판매 대상약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마련과 의약품 분류심사기구를 설치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슈퍼판매 허용 대상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해당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슈퍼판매가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수용창출 효과가 생각보다 크기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점유율이 낮은 의약품의 슈퍼판매가 이뤄진다고 해서 수요창출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슈퍼판매가 허용되더라도 약사들의 반발 때문에 적극적 마케팅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일반약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품목의 경우 거래하는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펴기 어려웠다”며 “약국이 주 거래처이기 때문에 슈퍼에 납품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약사단체가 실력 행사라도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약사단체는 상비약 슈퍼판매 추진에 지속적으로 반발해 왔다, 지난 2일에는 경기도역사회가 한 일간지에 최근 이슈가 된 감기약 부작용 소송 사건을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국내 A제약사가 생산한 아세트아미노펜, 푸르설티아민 성분의 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한 후 ‘스티븐존슨’ 부작용으로 실명한 여성이 정부와 제약사, 동네병원과 약국에 대해 총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건을 인용한 것이다.  

경기도약사회는 광고에서 "최근 감기약 부작용으로 30대 여성이 실명에 이른 사고가 있었다며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감기약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의약품 편의점 판매는 국민들이 약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약사단체의 우려처럼 향후 상비약 슈퍼판매가 이뤄질 경우 오남용 방지와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실련은 “약국외 판매약의 유통에서 특히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안전성”이라며 “유통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기구가 마련되어야하며, 절차 누락시 의약품 안전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국에서 사는 것보다 포장 단위가 줄어들고 1회 판매량을 제한하도록 바코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품목제한, 판매량 제한, 판매자 교육 등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약국 및 약국 외에서 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OTC) 중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은 카운터 뒤에서 보관하거나 약사가 고용된 판매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구매자의 신분을 확인하거나 판매기록부를 작성하는 등의 제재 규정도 두고 있다.

일본은 2009년 6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일반용의약품(OTC) 판매제도를 개편, 각 리스크 수준에 맞는 정보 제공 및 상담 체제의 정비하고 등록판매자(일반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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