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희의 다큐공감>

올해 2월 즈음에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지경부로부터 공식 문건을 받을만한 일까지는 벌인 적이 없는데, 의아해하며 편지를 뜯어본 뒤에서야 그  편지의 내막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작년 하반기 경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한 시민단체와 함께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었다. 그 반대 의견 제출에 대해 정부 측에서 4개월 만에 하나마나한 답변이 공식 편지로 필자에게 왔었던 것이다.

그 답에는 당연히도 완고한 현 정부의 취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본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경제자유구역법상 ‘외국의료기관’은 2002년도 법률 제정 당시부터 개설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이후 동 법률의 개정을 통해 2005년도 내국인의 진료를, 2007년도에는 ‘상법상 법인’의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강단 있게 말을 이어갔다.

“기 허용된 외국의료기관 허용에 대한 이번 시행령 개정은 추가적 개설 요건 및 개설 절차에 대한 내용이므로 이번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즉 원래 하던 것 더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니, 뒷북치지 말라고 시민단체와 여러 반대자들의 의견을 일축해 버린 것이다. 시민단체와 필자가 반대하고 나선 요지는 바로 ‘상법상 법인’ 조항이다. 의료기관 개설이 개인이 아닌 경우 의료법인이거나 비영리법인이어야 하는 조항(의료법 제33조제2항)을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 거스른다는 점을 누누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영리병원의 시발점이라는 주장은 이렇게 법에 뚜렷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당연한 것이다. 물론, 2007년에 이 조항이 국회를 통과한 무척 유감스런 일이다. 기존에 이미 허용된 사항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므로 무효하다, 뒷북이라는 지경부의 대답도 얄밉지만 그들로서는 양심에 거리낌 없는 답변일 것이다.

 

그러나 큰 그림을 보자. 2011년 8월 손숙미 의원이 앞장서서 영리병원 추진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그 직후 시행령으로 한 단계 낮추어 우회하려고 했던 움직임이라는 것에는 양심에 거리낌 없이 강단 있게 어떤 답변이라도 할 수 있는가?

이제 보건복지부령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에 관한 변경 사항이 지난 4월 30일 입법예고 되었다. 입법예고기간은 오는 6월 8일까지이며, 복지부는 역시나 명시적으로만 한 달여간의 의견 수렴을 걸쳐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의 개설에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다시 (이번에는 복지부를 상대로)편지를 쓸 것인가, 무슨 의견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의견 수렴 기간의 적절한 활동 자료에 대한 증빙으로만 남을 편지라는 것은 이미 7개월 전 확인한 바 있다. 맥락 없이 끝맺을 수밖에 없다. 오는 12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송윤희는?

2001년 독립영화워크숍 34기 수료2004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사2008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2009년 산업의학과 전문의2011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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