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훈(현재 인턴 수련 중,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검찰청에서도 의사가 일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총 4곳의 검찰청에 공중보건의가 근무한다. 이곳에서 공보의는 의료기록 자문 등을 하면서 검사 업무를 돕게 된다. 기동훈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올 4월까지 2년 동안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공보의로 복무했다. 기 전 회장은 검찰청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대공협 회장도 맡았던 셈이다. 얼마전 공보의를 마치고 고달픈(?) 응급의학과 인턴 생활을 시작한 그를 어렵게 만났다.

-공보의 3년 동안 색다른 곳에서 근무한 것으로 들었다.   

“교도소에서 1년을 지내고, 도내 이동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때부터 중앙지검장의 명을 받는 형사3부 소속이 됐다. 사실 소속으로 보면 묘한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월급을 받고 검찰청에서 진장금을 받아서 그랬는지…. 항상 검찰공무원의 행동강령이 문자메세지로 날아 오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긴장감이 들기도 했다.”

-검찰청에서 의사는 무슨 일을 하는 건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비롯해 대구지방검찰청, 수원지방검찰청, 부산지방검찰청에 각각 공보의가 배치돼 있다. 공보의 수 급감으로 올해 3년차가 나간 서울, 대구, 수원은 티오(T.O)도 아예 없어졌다. 공보의는 검찰청 형사부에서 형집행정지와 검시 업무를 주로 하고, 그 밖에 의료기록 자문을 진행한다. 특히 형집행정지는 교도소에서 의사로 일을 했었기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다.”

-검찰청 안에서 직접 검사를 대하면서 느낀 점은.

“검사가 하는 일의 특성 상 업무적으로는 딱딱해 보이는 이미지가 그려질 수 있겠지만 실상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검사도 의사들처럼 업무량이 매우 많다. 특히 월말이나 연말에는 남은 미제사건을 처리하느라 밤샘 작업이 이어진다. 밖에서 근엄하게만 보이는 부장검사들이 1,000페이지 이상되는 사건기록을 보느라 서서 업무를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같이 일 하다보니 술자리를 한 적도 꽤 많다. 검사들의 고민이라고 일반 사람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의사가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맞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좀 더 많은 분야에서 의사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교육과정에 병원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커리큘럼이 필요할  거란 생각을 했다. 공보의 수가 부족하다면서 민간병원에는 배치하고, 국과수나 검찰청 티오를 취소한 것은 30년 전 만들어진 농어촌특별법으로 인한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공보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선진적인 공보의 활용 제도가 도입돼야만 한다.”

-최근 의대생을 포함해 젊은 의사들이 의료정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인 인턴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젊은 의사들이 의료정책을 공부하고 참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공협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취임사로 쑨원의 ‘대의치국, 중의치인, 소의치병’이란 격언을 인용했던 적이 있다. 큰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인턴제 폐지는 의료제도 변화의 첫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이 변화를 통해 PA(진료보조인력)와 진료면허제도를 본격화하려는 정부의 속셈이 숨어있는 것으로 본다. 급격한 의료제도의 변화는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선 시행 후 보완과 같은 (정부의)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의사협회 새 집행부에 건의하고 싶은게 있다면.

“젊은 의사들이 좀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대공협의 직역협의회 등록이 미뤄진 것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의료계가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의협은 전국에 퍼져있는 3,000명의 젊은 공중보건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공협 회장에게  당연직 정책이사를 주는 것 이상의 정책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대공협 회장 1년 동안 ‘잘했다’ 혹은 ‘아쉽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보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은 잘했다고 본다. 신종플루로 중단됐던 체육대회와 학술대회를 다시 개최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10년만에 대공협 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칙개정을 통해 의․치․한 공보의들의 조직분리를 추진했고, 정책이사로서 상임이사회에 의사협회 직역협의회 정관개정안을 상정한 것도 다행스럽다. 특히 직역협의회 건은 비록 이번 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정관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차후 정관개정특위에서 논의가 되기로 결정됐기에 현 유덕현 대공협 회장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 있으리라 기대한다.다만 아쉬운 점은 대공협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대공협 집행부의 홈커밍행사가 있었어야 함에도 시간과 예산 부족으로 하지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공협 집행부에서 일했던 선배들이 현재 의료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서로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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