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보건지소 확충 등 추진…서울시의사회, 개원가 생존 위협 우려
"공공-민간부문 상생할 수 있는 공공의료 정책 개발해야"

지난 4월 27일 열린 대한공공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특강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가 공공의료 강화의 일환으로 서울형 도시보건지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개최된 대한공공의학회 춘계학술대회 특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모두가 건강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도시 보건지소의 확충을 생각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운영하는 보건지소가 아닌 서울형 보건지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건강취약계층의 지속적 증가와 심화된 건강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보건 의료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 방안으로 ▲도시보건지소 확충 ▲공공의료 지원단 설치 ▲보건지소를 활용한 야간‧휴일 365일 클리닉 운영 등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시는 공공의료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지난해 1,100만명이었던 보건소 이용인원을 올해는 1,200만명으로, 오는 2014년에는 1,4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4개였던 도시보건지소를 올해 안에 10개까지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설립이 확정된 은평구를 제외하면 올 연말까지 총 5개 보건지소가 추가로 설립·추진되는 셈이다.

서울시 보건정책과 공공보건팀 관계자는 “5개 보건지소 설립 지원예산은 100억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라며 “일반 보건소처럼 진료를 하는 보건지소가 아닌 만성질환관리와 질병예방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며 진료여부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관은 서울시가 하되 수행은 자치구에 일임하게 될 것”이라며 “공모과정을 거쳐 자치구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설립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도시보건지소를 신축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는 “서울시가 보건지소 설립에 소요되는 재원을 전액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자치구도 서울시 소속인만큼 보건지소 설립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공공의료 강화정책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사진)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서울시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개원가 입장에서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며 “서울시 공공의료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 서울시의사회장 선거 당시 첫 번째 공약이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돈이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맞지 않다”며 “의료기관이 없거나 진료비가 비싸면 몰라도 동네의원도 많고 건강보험 혜택도 많은 우리나라에서 의료혜택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실제 의료시장의 상황에 대해 모르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보건지소를 활용한 야간‧휴일 365일 클리닉 운영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임 회장은 “운영이 어려워 야간 및 공휴일에 진료를 하는 의원이 많다”며 “서울시가 이를 시행 한다면 개원가는 갈 데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임 회장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싶으면 현재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정책에 소요되는 재정의 반만 가지고 바우처를 만들고 의사들의 협조를 통해 환자들을 민간의료기관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박원순 시장의 생각은 의료사회주의나 복지 무상의료 포퓰리즘 같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서울시의사회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만일 서울시가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의 공공의료 확충을 놓고 지역 개원가와 갈등 양상이 전개되면서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역할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호보완할 수 있는 공공의료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하대의대 임종한 교수(한국의료생협연대 회장)는 “공공영역과 민간부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공공의료 강화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보건지소에서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건강관리 등 공공에 맞는 것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일차의료의 역할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공공의료 정책이 민간의료기관과 조율하면서 공공의 기능을 확보하는 부분도 있다”며 “의료계에서도 공공의료가 반드시 민간의료를 침해한다는 단편적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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