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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말기암 환자가 만들어준 검을 간직한 외과의김선한(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교수)

김선한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외과)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영화에서나 볼 듯한 검이 장식돼 있다. 엄밀히 말해 양날이 있는 검(劍)이 아니라 한쪽에만 날이 있는 도(刀)였다. 직장암 말기였던 환자가 끝까지 치료해 준 김 교수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칼을 제작해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환자는 칼을 다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고인의 뜻을 이어 부인이 마저 만들어 김 교수에게 전달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국도를 보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자고 마음을 다지곤 한다.  

김 교수는 직장암 분야에서 세계적인 로봇수술 권위자로 꼽힌다. 2007년 그가 ‘로봇 서전’으로 나선지 얼마 안돼 미국, 영국과 호주 등 직장암 분야의 임상 선진국 병원들로부터 라이브 서저리 요청이 쇄도한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4년 전부터는 싱가포르 국립대병원에 초빙돼 의료진에게 로봇수술을 가르치고 있다.

바쁜 일정을 보내던 김 교수가 작년에 6개월 간 안식년을 보내고 얼마전 복귀했다. 올해부터는 안암병원의 수술실장을 맡은데다 한층 진화된 로봇수술을 연구하느라 정신없다. 응급수술을 막 마치고 돌아온 그를 연구실에 만났다.  

-안식년 동안 미국, 영국 등 선진국 병원들을 돌아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지난 6개월간 돌아다녀 보니 미국, 영국, 호주 등 대장항문 분야에 있어서 임상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에서 로봇수술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사실 한국은 작년부터 약간 주춤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이나 메모리얼 슬로언 캐터링 병원 등은 로봇수술 시술건수를 늘려 가고 있다. 특히 미국 대장항문학회(ASCRS)에서는 펠로우들을 위한 로봇수술 교육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안식년 동안 미국에 체류할 때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국의 젊은 의사들은 로봇수술을 무척 배우고 싶어 했다."

끝까지 치료해 준 고마움의 표시로 환자가 직접 제작해 선물한 '한국도'.

-안암병원에서는 로봇수술 교육을 3D시뮬레이션 방식으로 한다고 들었다. "의대생은 물론 수련의와 전문의들도 3D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장암 수술용 3D 시뮬레이터가 있는 곳은 여기 1곳뿐이다. 3D 방식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 실전감각을 익히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로봇수술 자체가 콘솔에서 버추얼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술이다보니 3D 방식의 교육이 실전에서 더 유용하다." 

-안암병원의 수술실장을 맡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건가.

"19개 수술방 스케줄을 물 흐르듯이 조정하는 일이다. 수술방 배정을 각과별로 예측가능하도록 조정하고 가급적이면 효율성있게 운영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수술실 문화도 조금씩 바꿔 나갈 계획이다. 사실 주니어 스텝은 수술실 배정을 잘 못받고, 시니어 스텝은 수술건수가 부족해도 배정을 잘 받는 불문율을 이제는 깰 때가 됐다. 수술실 문화가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집도의가 수술실에 입장하는 시간도 관리하고 있다. 그래야 수술실 사용 시간을 절약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수술실 사용 점유율도 중요하다. 같은 시간을 썼는데 턴오버가 길어지면 몇건의 수술을 못할 수 있다. 결국 예측가능한 수술실 운영은 환자에게로 혜택이 돌아간다. 환자가 ‘수술 몇시에 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병원 측에서 어느 정도 명확한 시간대를 제시하기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로봇수술만 배우다 보면 개복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복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실제로 요즘 전공의들은 담낭절제술이나 맹장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배웠다. 응급상황에서 개복술을 해야 하는데 잘 대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외과학회에서도 개복술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개복술을 할 때 어시스트는 수술과정을 배우기 어려운 점도 있다.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은 수술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쉬워 오히려 해당 수술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만약 개복하게 되더라도 해부학적 지식을 활용해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순기능은 존재한다. 10년 뒤 개복술 비율은 전체 수술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카데바로 복강경수술 워크숍을 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개복술도 워크숍으로 진행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복술과 비교해 로봇수술만이 가진 강점을 꼽는다면. "실제로 일주일 전에 직장암이 전립선으로 직접 침윤된 케이스가 있었다. 처음에 방사선치료를 하다가 방치한 게 원인이었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는 ‘수술 못한다’이거나 ‘개복술을 하되 다 못뗀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로봇수술로 하면 전립선을 다 떼어내 요도가 없어진 상황에서 방광과 연결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일반수술로는 어려운 수술, 특히 시야 확보가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하는 수술에서 빛을 발휘한다. 그런 영역을 개척하는 게 로봇수술의 미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로봇수술 시스템이 상당한 진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나. "로봇수술은 주변의 전자기기가 바뀌듯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미 차세대 버전이 나와 있다. 이 버전에는 환자에게 새로운 혜택을 주는 신기술들이 탑재돼 있다. 예를 들어 수술할 때 혈관 찾는 방법이나 혈관을 자르고 이을 때 혈액공급이 좋은 부분을 찾아 주는 것이다. 색소를 주입시키면 형광물질이 나와 혈관을 따라 가면서 혈액공급 상태를 보여 주기도 한다. 암수술 시 임파선을 따라 빛이 발생히면서 정교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혈관을 자를 때도 자동으로 두께를 인식해 수술도구의 종류도 일러준다. 네비게이션 기법도 주목할 만하다. 미리 입력해 놓은 환자의 CT 정보를 통해 가상의 해부학적 구조를 만들어 그 영상을 실제 수술장에 띄워 수술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앞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띄운 상태로 리허설 서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로봇수술의 효과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현재 직장암 수술 중 로봇수술은 25%, 복강경이 70%,  5%가 개복술이다. 로봇수술 비중을 더 늘리고 싶지만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로봇수술이 1대 뿐이라 의사 1명당 사용 시간이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면 로봇수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지금 세브란스병원, 경북대병원, 고대병원에서 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수술을 진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 데이터가 2년 안에 나올 예정이다."  -로봇수술을 연구하는 이유는 결국 그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아닌가. 그만큼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의미인가.

"대장암 발병 원인의 1순위는 고지방식 식사습관이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아시아권은 대장암이 인종학적으로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버젓이 대장암이 암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는 대장암이 1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선진국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로봇수술은 왜 외과의사의 미래인가.

"2년 전 팔목 안쪽에 인대 결절종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복강경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들이 겪는 직업병 같은 거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손가락의 움직임만 가능해도 수술이 가능하다. 그만큼 피로도도 적고 시야 확보도 잘 된다. 결국 로봇수술은 외과의사의 수명을 늘려 주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정말 유능한 외과의가 있다고 치자. 로봇수술을 통해 그런 의사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다면 무엇보다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 아닌가."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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