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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의료윤리] 우연한 검진 후 여중생의 임신을 알게된 의사<정유석의 서바이벌 의료윤리>

■지난 달 사례 - 우연한 검진 후 여중생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의사

15세 여학생이 엄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주된 증상은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으로 학생의 엄마는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하는데 최근 성적부진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며 혈액검사와 내시경 등 검사를 한번 받고 싶다고 한다.

신체 진찰과 이런 저런 문진 후에 혈액검사를 실시하였고 다음 날 수면 내시경 검사를 예약하고 귀가시켰다. 한 시간쯤 후 학생으로부터 진료실로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있고 생리가 멈춘지 3개월째로 약국에서 임신반응검사를 했는데 양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엄마가 알면 절대 안 된다며, 비밀리에 수술해 줄 수 있는 산부인과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며 울먹인다. 담당의사로서 학생의 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을까?

■ 이렇게 생각합니다!

15세면 이제 중학교 3학년인데 학생의 요청을 성인의 경우처럼 100% 인정해 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님께 알리는 것이 마땅하고 태중의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것도 부모가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 말대로 산부인과를 소개해 준다면 해당 산부인과는 물론이지만 소개한 의사선생님도 범법행위를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국내법상 임신중절수술 자체가 불법 아닌가요?( 부산 범일동 C씨 )

제가 담당 의사라면 학생 혼자 병원에 오게 한 후 설득을 시도해 볼 것 같습니다. 태아도 생명이라는 사실과 임신중절의 후유증 등도 설명하고 부모님께 사실을 고백하고 함께 고민하도록 설득할 것입니다. 미혼모 출산이 사회적으로 어렵고 눈총도 따갑지만 이런 부수적인 이유로 죄없는 어린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학생이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없을테니 입양 등 다른 절차를 밟더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임신하게 된 것처럼 자칫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간호대학생 B씨)

■긴 고민, 간략한 조언

소중한 의견을 주신 두 분 모두 학생의 말대로 산부인과를 소개해 중절시술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학생의 요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분의 입장에 차이가 나네요.

자신의 신체에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개인의 자율성은 어떤 기준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때 자율성을 인정받으려면 지적장애가 없고 판단능력이 온전하다고 인정되는 성인이어야 합니다.

15세면 아직 법적 성인으로 인정할 수 없는 연령인지라 학생의 진료에 대한 중요한 결정권을 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온전히 법률적인 것일 뿐, 윤리적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이지만 인지적 발달상태가 적당하고 논리적이라면 학생 자신의 판단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임상시험이나 장기기증과 관련해서도 소아라고 하더라도 의사결정능력을 판단하여 동의를 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15세 정도면 성인에 준한 의사결정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따라서 본 사례를 단지 학생의 나이로만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간호대학생의 견해처럼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학생을 설득해서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에 아이를 낳을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는 본 사례의 주된 이슈는 아닙니다.

문제는 학생이 끝까지 부모님에게 알리지 말라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입니다. 15세 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환자 비밀유지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알리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습니다.

단 이 경우 비밀유지가 억울한 제 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불법으로 무기를 제작하거나 마약을 하고 있다면 비밀을 지켜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산부인과를 소개하는 일은 또 다른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셔야 합니다. 이후의 과정 역시 학생이 결정할 수 밖에 없겠지요. 물론 이러한 견해는 태중의 아이를 무고한 제 3의 피해자로 본다면 전혀 다른 판단이 가능합니다. 

■ 이달의 딜레마 사례 - 환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과잉진료 해야 하는 의사

소화가 안된다며 병원을 찾아 온 50대 아주머님에게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유하였다. 특별히 심한 증상은 아니고 좀 오래된 만성 소화불량증으로 보이는데, 환자는 부득이 입원해서 검사하고 싶다고 하신다.

이유인즉, 실손형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3일 이상 입원해야 입원비와 검사비를 탈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최근에 남편의 실직으로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말씀도 하셨다.

외래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검사인데 환자의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입원시켜 치료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 <* '딜레마 사례 1'에 대한 여러분의 소중한 견해를 e메일( drloved@hanmail.net )로 보내주시면, 다음 호에 간략한 해설과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정유석은?

199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1993년 가정의학과 전문의2001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박사2011년 전공의를 위한 임상의료윤리 저술2011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학교실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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