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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칼럼] 우리도 의무법인 도입을 생각해보자

지난해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를 통해 대법원도 일정 정도 법 해석으로 허용한 의료인의 다수 병원 개설이 국회에 의하여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네트워크 병원이나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병의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말까지 자본적으로 서로 엮인 병원들은 법위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나누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여러 명이 동업해 법률적으로 조합체로서 다수 의료기관을 소유하던 곳은 현재 동업자간의 이혼과정을 겪고 있다. 서로 양보하여 잘 해결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극단적인 파경으로 가는 동업관계도 있다.

의료법 상에는 2명 이상의 의료인이 서로 동업해 의료기관을 낸다는 것에 대한 명시적 근거 규정이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나 신고를 접수하는 허가 관청이 유권해석으로 동업 병원이 가능하다 또는 안된다는 식으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이후 보건소나 복지부는 의료법 관련 규정의 유권해석을 통해 2인 이상이 동업해 병원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허용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법무법인 제도나 회계사들의 회계법인 제도는 법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막대한 거액의 의료기기나 인테리어,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들 필요가 없었던 시절에는 의사 한 사람이 충분히 개설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욱이 금융기관조차 의료인에 대한 대출 한도를 많이 내려놓았기 때문에 의원 규모라도 혼자 내기는 쉽지 않다. 병원은 더욱 그럴 것이다.

병원을 개설하는데 드는 경제적 부담이나 전문화되거나 특화된 병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경영상황에서 동업은 매우 현실적으로 필요한 개업 방식이 되어 왔다. 모 컨설팅 회사가 발행한 동업을 하지 말라는 책이 나온 지도 오래 되었다. 동업을 하다가 처음의 뜻과 같지 않아 서로 해어지게 되는 경우가 결혼을 한 부부가 이혼을 하는 확률보다 더 크다고들 한다. 결혼한 부부는 자식이라도 있으니 이혼이 꺼려지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로 뭉친 동업자간에 헤어짐을 막는 장애요소도 없기 때문에 동업 파기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데, 병원 현장에서 바라보면 동업파기도 이혼만큼이나 큰 사회적 낭비나 갈등을 가져온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잘못된 동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동업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사업자가 뭉친 형태에 불과하므로 개인사업자가 갖는 여러 부조리한 모습이 동업에도 존재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혼자 있을 때에는 별로 나쁜 사람이 아닌데 휩쓸리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조직 폭력배의 구성원이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의료인들도 동업을 하는 과정에서 탈세나 리베이트 등에 공범으로 서로 나쁜 일에 가담하거나 용기를 주는 경우도 있다. 불법 환자유인이나 업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과장광고를 개인 혼자라면 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서로 힘을 합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동업관계의 설정을 개인 의료인의 의사에 맡겨 버리다 보니, 법질서를 어기는 약속을 하거나 인식이 적은 상대방을 너무 가혹하게 계약으로 묶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한 갈등은 결국 수년간의 감정 소모적 다툼을 겪고 주위 사람들을 편 가르기의 희생양으로 삼고서도 해결이 안되어 사법부를 통해 앙금이 남는 해결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 환자의 건강이나 국민의 보건에 대한 기초적 의료역량의 제공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동업이 깨지는 경우 동업을 위해 마련한 장소의 인테리어 등 물질적 낭비와 더불어 동업 원장을 바라보며 업무를 하던 직원의 해고 등 사회적 낭비나 불안요소가 발생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이나 건강을 맡긴 환자들이 내팽개쳐지거나 책임자를 찾지 못해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의료인의 잘못된 사회관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동업은 의료인이 하던 일반인이 하던 심지어 변호사들이 하던 문제는 반드시 발생하고 그 폐단도 앞서 본 의료인의 동업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동업의 형태도 가능하지만 법무법인이라는 법인형태로 동업관계를 보다 객관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 있다. 법무법인 형태의 동업관계는 앞서 본 동업의 폐단을 상당 부분 줄이거나 없앤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의사들도 변호사의 법무법인 형태와 같은 의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첫째는 법에 의해 규율되기 때문에 규격화가 되어 개인적인 법과 어긋나거나 동 떨어진 계약을 함으로 인하여 장차 발생하는 법적 계약적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둘째는 동업은 개인의 집합체이지만 법인은 구성 개인과 별개의 영속적 존재라는 점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동업자 보다 법인이 우선되어 법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탈세나 리베이트 수수 등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 민사나 형사적으로 더 큰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려는 의지를 억제시킬 수 있다. 

셋째는 동업자 중 일부가 탈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해산 합의를 한다든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법인은 존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의무법인 병원을 믿고 찾아온 환자나 채권자, 직원 등에게 안정을 줄 수 있다.

현재 변호사들은 10년차 법조 경력이 있는 변호사 1인 이상과 5인의 변호사가 있으면 쉽게 법무법인을 설립하여 변호사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다. 인적 요건만 갖추면 되므로 작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이상의 병원용 부동산을 기본재산으로 마련하라는 취지로 일부 허가 관청이 행정해석을 하는 의료법인보다 설립에 있어 경제적으로 수월하다.

의료인들이 제도적으로 의무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같은 전문직으로서 변호사나 회계사 가 볼 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의사들간 동업계약에 자문을 해주거나 동업이 파경에 이르게 되어 해산에 도움을 주거나 관련 소송을 담당해 본 필자의 경험상 이제는 우리 의료법 체계에도 의무법인제도를 도입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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