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공의 10명 중 5명은 일주일에 100시간을 근무하고, 내과 2년차 전공의(2009년 기준)는 한달 급여로 약 3,680만원을 받는다.

이는 국내 법정근로시간(40시간)이나 미국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80시간)과 비교해봐도 노동강도가 엄청 센 편이다. 특히 병원 간 수련환경의 격차가 커서 일부 중소병원의 전공의 근무환경은 훨씬 열악한 경우도 있다.

대한병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1년차는 220시간을 근무하는데, 병원급 의료기관의 전공의 1년차는 103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전공의(내과 2년차) 월급여는 가장 높은 병원과 가장 낮은 병원간 2배 이상(약 2,600만원) 차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련지정 및 감독업무가 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전국 수련병원의 실태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기구는 병협 산하의 병원신임평가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매년 병원신임평가를 통해 수련병원을 지정 여부와 전공의 정원을 결정한다. 

하지만 신임평가위는 어디까지나 병원들의 이익단체로 수련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학회 왕규창 수련이사는 작년 8월 ‘전문의 제도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각 학회, 병원계 대표,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병원신임위원회가 전공의 수련제도의 최고 결정기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는 대한병원협회에 속해 있다”며 “최근 그 운영 형태가 다소 나아졌으나 과거 병원신임위원회가 병원 경영자의 입장에 의해 영향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수련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신임평가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민원이 발생해도 (신임평가위에서는) ‘규정이 없다’, ‘바꾸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며 ”뿐만 아니라 수련환경과 관련된 평가항목을 PASS나 FAIL로 운영하는 등 평가시스템 자체가 느슨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료과 및 진료지원부문 등 총 51개 항목의 평균 점수가 70점 이상이면 수련병원으로 지정되고, 전공의 책정도 가능하다.

결국 51개 항목 중 일부 항목의 점수가 낮아도 수련병원 지정이나 전공의 배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2011년도 신임평가를 받은 경기도 A병원 관계자는 “절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항목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임평가에 대비한 자체 TF에서도 불가능한 문항은 포기하도록 해 신임평가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 수련병원이 지정 취소를 당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작년에 서남대 남광병원이 전속 전문의, 연간 퇴원환자 수, 병상 이용률 등이 기준에 못미쳐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지금까지 수련병원 취소 병원은 거의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반대로 강원도 B병원은 신임평가위에서 지정 취소로 결정됐지만 병원장이 직접 병협과 복지부에 병원 사정을 호소해 수련병원 자격을 유지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전공의 책정 점수는 진료부서 평가(26개 진료과별 수련시스템)로 결정되는데 인턴은 60점 이상, 전공의는 70점 이상만 받으면 된다.

실제로 2010년 신임평가 결과를 보면 영상의학과 평균점수의 경우 A군(500병상 이상)은 80점 초반, B군(300~499병상)은 70점 중반, C군(200~299병상)은 60점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평가항목을 개정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다.

예를 들어 전공의 근무시간상한제 관련 내용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하려면 신임평가위의 동의가 필요한데 병원 경영 측면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정규 평가항목으로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병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라며 “어쨌든 신임평가 시 전공의 근무환경 비중을 높이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협은 올해 안에 병협과는 별도로 전공의 수련실태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대전협은 이를 위해 전공의 및 병원관계자를 대상으로 ▲전공의 수련 및 복지 ▲진료과별 수련목표에 맞는 수련실태 ▲병원 수련환경 관련 문항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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