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를 초래하는 라니냐 현상이 신종 독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대학의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라니냐가 조류의 이동 패턴을 변화시켜 유전자 조합을 유발, 신종 독감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기후 패턴과 독감 간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유행성 독감이 발병하기 이전의 가을과 겨울 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 측정기록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에는 가장 최근 발생한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5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등 네 종류가 포함됐다.

그 결과 이들 독감은 모두 라니냐 현상으로 해수면 온도가 정상 수준보다 낮아진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컬럼비아대학의 제프리 샤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으로 라니냐로 인한 조류의 이동 패턴 변화를 꼽았다.

즉, 라니냐에 따른 기후와 강우량, 습도 등의 변화로 철새의 이동 경로와 이동 중 머무는 시간, 털갈이 시기 등이 달라지면서 철새들이 서로 뒤섞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독감 바이러스들이 서로 유전적 물질을 교환하면서 인간이 미처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철새의 이 같은 변화는 돼지 등 가축들과의 접촉 방식도 변화시켜 마찬가지로 조류와 돼지 간 독감 바이러스 교환을 유발한다. 실제로 이는 2009년 신종플루의 원인이 됐다.

샤먼 교수는 그러나 라니냐가 나타났을 때 반드시 독감이 출현한 것은 아니라면서, 이 기후 현상을 독감을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관관계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감 출현을 예측하는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샤먼 교수는 다만 최근 발병한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에 대한 연구가 강화됐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통계학적으로 더 강력하고 더 나은 메커니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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