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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사과하려면 좀 제대로 합시다!공개 사과의 기술 / 에드윈 L. 바티스텔라 지음 / 김상현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2016년
[라포르시안]‘사과’라는 단어를 적어놓고 보면, 달콤할 것이라는 느낌과 쓸 것 같다는 느낌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우선은 달콤하거나 때로는 새콤한 사과를 먹고 싶다는 생각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통스럽게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느낌이 쓴 사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이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동양이나 서양 모두 공통적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1949년에 제작된 서부영화 <황색 리본을 한 여자>에 출연한 영화배우 존 웨인이 ‘이봐, 절대 사과하지 마. 그건 약하다는 표시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 주인공 브리틀스 대위를 연기한데서 ‘존 웨인법’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서 이제 진정한 사과는 “패자의 변명이 아닌 리더의 가장 쿨하고 현명한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사과가 왜 현명한 전략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꽤 오래 전에 아론 아자르가 쓴 <사과 솔루션>을 북소리에서 소개하면서 다룬 바 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사과’란 “일방, 즉 가해한 측이 자기 잘못이나 그가 얻게 된 원성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를 본 상대에게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표현함으로써 양측 당사자들이 조우하는 것”(48쪽)이라는 설명을 인용하고 ‘하지만 사과에 사용되는 단어와 상황에 따라서는 동정이나 유감의 뜻으로 변질되거나 오히려 사과의 의미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라는 제 생각을 적었습니다. 사과의 뜻을 제대로 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에드윈 바티스텔라교수의 <공개 사과의 기술>은 이런 고민을 더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미국 오리건 주 애쉴랜드에 있는 서던오리건대학의 인문학부에서 언어의 형태적 현저성, 태도, 구문론 등을 연구하는 언어학자입니다. 사과편지 쓰는 것을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사과의 뜻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자는 사과에 사용되는 언어, 철학, 사회학 등을 검토하여 사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사과의 바탕에 깔려 있는 원칙을 이해함으로써 사과를 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자가 서문에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의 말미에는 서너개의 대표적 사례를 정리하여 책 읽는 이가 논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모두 36개의 사례들은 사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혹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4장에서는 사과의 절차와 사과에 사용된 언어를 소개하고, 5~6장에서는 고백과 변명에 초점을 맞추며, 7~8에서는 전국적인 차원의 사과와 국제적 사과를 다루었습니다. 9~10장은 사과의 동기와 대중문화에 나타난 사과를 논합니다.

저자는 우선 캐나다의 사회학자 어빈 고프먼이 <공생적 관계>에 적은 ‘우리는 사과할 때 자신을 둘로 분리한 뒤 과거의 자신을 던져버린다’라는 사과의 이론을 인용합니다. 고프먼은 “사과는 비난받아 마땅한 자신과, 한 발 물러서서 비난하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자신, 다시 말해 정상적인 관계로 복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신으로 분리하는 행위를 나타낸다(22쪽)”라고 사과를 요약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 자신이기는 하나 과거의 자신이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자신과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은연중에 새로운 자신은 과거의 자신과 달리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과를 하는 데는 외적인 이유와 내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는 아론 아자르의 설명과 부합됩니다. 내적인 이유는 피해를 당한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고, 자신을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며, 자기 이미지에 값하지 못한 실수가 수치스럽다는 것이며, 외적인 이유는 잘못을 바로 잡고 자신의 평판을 복구할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기 보다는 설명을 통하여 부득이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사과보다는 해명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해명과 사과는 언어를 통하여 잘못의 의미를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가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데 반하여 해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사과를 한다는 의미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지려면 사과하는 사람보다는 사과를 받는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상대와 교감이 잘 된 경우에는 수위가 낮은 사과도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상대의 의중과 겉도는 사과는 넘치는 수위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가해자가 인정하거나 잘못한 내용을 적시하고 피해가 발생했음을 이해하는 ‘적시’의 단계와 가해자가 잘못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보완적’ 단계가 있습니다. 물론 사과에 대한 피해자의 응답 역시 수락하거나, 거부하거나, 재논의를 하는 등의 선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과하는 구체적 방법, 즉 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룬 부분을 읽으면서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옮긴이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영미권에서 사과에 보통 쓰이는 말로는 “sorry(미안합니다)”, “regret(유감입니다)”, “I was wrong(내 잘못입니다)”, “forgive me(용서해주세요)”, “excuse me(실례합니다)”, “pardon(미안합니다)” 등이 있고, “I apologize(나는 사과합니다)”를 가장 공식적인 말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I apologize”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사과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지만, 다른 표현들은 사과의 의미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암시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sorry”는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는 형용사이며, “regret”은 정신 상태를 알려주는 능동사, “I was wrong”은 도덕적 혹은 사실관계의 오류를 인정하는 말이며, “forgive me”는 정중한 지시로 표현된 요청이라는 것입니다. “I apologize(나는 사과합니다)”의 경우도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려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일로’라는 직접 목적어와 간접 목적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진심으로’와 같은 부사를 사용하거나 ‘~를 하고 싶습니다’와 같은 어구를 더해서 사과의 의미를 보완하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존 설은 사과를 적절하게 하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1. 진술은 화자의 과거 행동을 언급하고, 2. 화자는 그것이 피해를 끼쳤음을 인정하며, 3. 그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4. 그 언어 행동은 화자와 청자가 공유한 언어에서 사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이를 명제적 행동, 준비 조건, 신실성 조건, 필수 조건이라고도 합니다.)(82쪽)

저자는 신실한 사과만 다룬 것이 아니라 자기변호, 즉 변명에 관해서도 언급합니다. 새뮤얼 존슨은 1775년에 펴낸 영어사전에서 apologize라는 동사를 ‘특정인이나 사물을 편들어 호소하다’라고 정의하고, 명사는 ‘변호보다 변명’에 무게를 두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수사학자 B.L. 웨어와 윌 린쿠겔이 소개한 부인(denial), 생색내기(bolstering), 차별화(differentiation), 초월(transcendence) 등 자기변호의 네 가지 전략을 인용하고, 이를 각각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 ‘나는 더 높은 소명의식이 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한편 베노이트는 이 전략을 부인(denial), 회피(evasion), 축소(reduction), 시정(correction), 굴욕(mortification)의 다섯 가지 수사적 대응으로 세분하였다고 합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게토 기념비를 찾아 나치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수상의 모습.

아무래도 정치인들의 행동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들이 무언가 잘못한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행보는 잘못과 그에 대한 사과로 점철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뒷날까지도 입초시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닉슨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 클린턴대통령의 성추문사건 등 대표적 사례에 대한 분석도 있습니다만, 국가 차원의 사과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한 뒤, 미국 정부는 모든 일본계 주민을 미국 국적 불문하고 ‘전시 재배치 기구’에 신고토록 하였고, 모두 11만 7천명의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인들이 10개 수용소에 억류되었다고 합니다. 억류상황이 끝난 뒤 43년이나 지난 1988년에서야 미국 의회가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조지 부시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도 억류자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사례처럼 물려받은 죄에 대한 사과의 책임이 계승자에게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하여 사회 비평가 카밀 파글리아처럼 “사과란 원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해당된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시각이 지나치게 협소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책임과 죄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고프만처럼 죄를 저지른 사람과 사과하는 사람을 분리한다는 개념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전임자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서 계승자들은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는 화해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전후 행보도 인용하였습니다. 종전 후 전범처리과정에서 일황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도조 등 일부 군국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정리하였고, 도조는 일본군이 자행한 잔혹행위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주변 국가들에 끼친 잘못이 정리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1994~1996년 집권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시절에서야 보수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사과’라는 단어가 삭제된 채 깊은 반성의 염을 표현한다는 수준에서 사과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저자는 무라야마 총리가 개인적 발언을 통하여 ‘진심 어린 사과’라고 표현한 것을 ‘독일 역사성 가장 어둡고 끔찍한 장’이라는 헬무트 콜 독일 총리의 묘사와 같이 사과를 분명하게 설명하거나 암시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하여 무라야마의 발언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은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분명 저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옮긴이는 후기를 통하여 대한 항공의 ‘땅콩 회항’사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일본군이 배후에서 주도한 위안부동원과 관련하여 일본의 아베정부와 쫓기듯 협상에 조인했다거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둘러싼 ‘정부 책임’문제에서 과거지사로서 현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다는 등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것들 이외에 사항들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박유하 지음, 제국의 위안부, 뿌리와 이파리, 2015년)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 있고, 지금은 정권 말기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사과하는 옳은 방식 하나를 처방하기보다 사과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떻게 성공하며, 어떻게 실패하는지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고 적었습니다. 묘사가 처방에 선행해야 하는 것은 사과의 처방에서 수단의 성격보다 진실성을 앞세우는 것이 고매할 수는 있지만, 그 처방이 현실이나 유용성 가운데 어느 하나만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책을 읽은 뒤 느끼는 점은 저자의 핵심 관심사는 사과의 언어라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사과의 언어에도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을 사과의 용어로 사용하였을 때의 제반 문제점을 정리한 연구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보았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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