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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 사진 제공: 국무총리실 

[라포르시안] 지난 23일부터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해외진출법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해외진출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핵심 취지는 의료관광 산업 육성과 의료수출을 촉진하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에 대해서 "진료수입 뿐 아니라 환자가족 동반 등으로 인한 관광 수익, 의료기관 진출에 따른 제약·의료기기 수출 등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경제 활성화 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해외진출법 시행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환자 유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당초 이 법에는 민간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지만 의료영리화 논란이 제기되자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의료기관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조세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진출 펀드와 '한국수출입은행법',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른 자금공급 등 금융 지원 혜택을 주는 조항도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지만 그대로 담겨 있다. 시민단체는 이 조항이 공적자원을 의료상업화에 쏟아 붓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어쨌든, 논란 끝에 법이 제정되고 지난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의료해외진출법 시행 첫날을 맞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서 황 총리는 "해외 관광객을 의료 관광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야간진료, 주말진료 등 혁신적인 방법을 강구해 의료 한류가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야간진료와 주말진료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다.

지금도 많은 병원이 야간진료와 주말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야간이나 주말 시간대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이 문을 열 수 있도록 진료 가산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병원들이 인력난 등을 이유로 야간과 주말진료에 부담을 느낀다. 

야간이나 주말진료를 해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구조라면 상관없겠지만 국내 많은 병원이 적정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해 운영할수록 손해볼 수밖에 없는 의료수가 구조와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현상 가속화 등이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진료를 하는 대학병원도 늘고 있고, 주말에 외래진료 뿐만 아니라 수술을 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의료진이 과도한 진료실적 압박에 내몰려 주말에도 수술을 하면서 정작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내들이닥쳤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환자 진료를 위해 야간과 주말진료를 활성화 하라고 등을 떠민다. 병원과 의료인을 향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역군이 되라는 뉘앙스다.

게다가 현재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야간과 주말의 응급의료시스템이다.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야간과 주말이면 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몰려 혼잡을 빚고 있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뒤섞이면서 정작 응급환자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정부 차원에서 응급의료시스템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야간과 주말진료를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요구는 가뜩이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심하게 뒤틀 수 있다.

이런 식이면 조만간 외국인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전용 병상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할 거 같다. 의료를 시장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이 정부의 천박한 인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을 리가 없다.

한쪽에서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환자 진료와 해외의료 수출에 의료자원을 집중하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확대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에 보건의료 자원을 집중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그 자체가 재앙이다.

시민단체는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에 보건의료 자원을 집중하는 건 그 자체로 국가 의료체계 전체의 상업화를 가져오고 공공의료를 왜곡·마비시킬 수 있다"며 "돈벌이가 되는 해외환자 유치산업으로의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의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민간의료 부분의 팽창으로 인해 의료비가 증가하고, 결국 공공의료 및 의료이용의 경제적 접근성 저하가 일어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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