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시립병원 설치·운영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개원가 반발 예상

[라포르시안]  서울시는 가 시민들을 위한 보편적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일주 자치구에 도시형보건지소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서울시의 도시형보건지소 확충 사업은 의료계, 특히 개원가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가뜩이나 보건소가 일반진료를 확대하면서 동네의원과 환자유치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데 도시형보건지소까지 설립하면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의회에 최근 동네병원 같은 '의원급' 시립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또다시 의료계와 갈등이 예고된다.

서울시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박마루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지난 7일자로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대형병원 중심의 공공의료 체계가 의료취약층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공공의료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형태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취지다.  

개정안은 조례개정을 통해 의료법 상의 의원급 시립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서울특별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서울특별시립의료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가 시립 병원의 분원, 혹은 의원급 규모의 시립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개정안은 서울시의 의료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장애인 치과의원 3개소 개원’를 염두에 두고 추진된다. 조례 개정에 따른 비용추계도 2019년까지 시립 장애인 치과의원 설치를 전제로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서남권역 장애인들의 구강건강권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서남권역 장애인 치과 의료기관’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마루 의원은 "현재 대형병원 중심의 공공의료 체계는 시민과 의료접근 취약계층의 의료접근권을 제약하고 있다"며 "접근성이 높은 지역사회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기존 조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설립에 관한 내용이 없어 이에 대한 설립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의회는 이달 14일까지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시민과 관련 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서울시내 도시형 보건지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성북구 보건지소 ▲노원구 보건지소 ▲송파구 보건지소 ▲광진구 보건지소

"공공병원 본연의 기능정립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심인 공공의료 전달체계에서 의원급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환자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건소만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 감염병 예방 및 관리기능이 주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선심성 정책에 내몰려 일반진료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다 보니 지역 동네의원과 환자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보건소가 들어서면서 경쟁에 밀린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의원급 규모의 시립의료원기관 설립이 허용될 경우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우려가 높아 개원가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의료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은 상태에서 기능정립에 대한 고민없이 시립병원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허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시민들이 원하는 공공의료는 보다 전문화되고 세부화 된 서비스다. 또한 민간병원에서 수익성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 분야, 예를 들면 어린이병원 등에 집중해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병원 본연의 기능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하게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조례 개정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협 내부적으로 조례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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