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학병원의 외래접수 데스크.(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 억제와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경증 외래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 종별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당초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부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감기·결막염 등 가벼운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을 이용하면 환자 본인부담을 약값의 30%에서 50%로, 종합병원의 경우 30%에서 40%로 올렸다. 다만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선 기존의 30%를 유지토록 했다. 이는 대형병원 진료 필요성이 낮은 환자의 본인부담을 높여 건강보험재정 사용의 형평성을 높이고  쏠림현상을 완화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1차의료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하지만 약제비 차등화 도입과 관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지적됐던 대형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다시 동네의원을 방문해 동일하게 처방받아 약을 구매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의원급을 방문해 똑 같이 처방해 달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의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다시 진찰해 적절한 처방을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환자들의 요구에 못 이겨 카피된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약제비 절감에 있어서도 걸림돌로 작용된다”며 “대형병원에서 장기처방을 받은 환자가 의원을 찾아와 동일처방을 요구하면 개원가에서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개원가에서 저가약 처방 및 처방품목을 줄이려고 해도 대형병원의 처방을 선호하는 환자의 경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심평원의 ‘2011년 상반기 약제급여적정성평가’를 보면 고가약 처방비중(성분별 최고가)은 상급종합병원이 68.09%로 가장 높고, 종합병원 50.17%, 병원 25.91%, 의원 18.38% 등의 순이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52개 약값 차등질환에 속하는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의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며 “유형은 대형병원에서 처방받은 당일 찾아오거나 다음번 약을 탈 시기에 오는 경우”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원래 환자가 복용하던 약이기 때문에 카피 처방이 의료 윤리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며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대형병원의 처방을 원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대로 해주더라도 다음 방문시 진찰·검사를 통해 약을 조절해주면 이해하는 편”이라고 언급했다.문제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대학병원의 처방행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은 입원·난치성환자 중심인데 외래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만성질환자의 해당 수치를 검사하고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함에도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3개월~6개월의 장기처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대개협 관계자는 “개원가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기간을 짧게 해 처방해주면 대형병원에서는 장기처방을 해주고 있는데 왜 자꾸 병원에 오라고 하냐며 오히려 화를 낸다"며 "대형병원에서는 만성질환자들을 받지 않고 의원급으로 돌려보내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도 약제비 차등화 시행 이후 약값 부담만 늘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 제도 시행 전 의료기관 기능재정립만을 강조한 나머지 환자들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며 "만성질환 환자들의 대형병원 이용률은 줄어들지 않고 되레 약값 부담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