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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英 신생아 대상 출생코호트 연구 취소[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영국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 8만 명을 대상으로 평생 동안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겠다`던 야심 찬 프로젝트(Life Study)가 예비부모들의 신청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식 출범 8개월 만에 전격 취소되었다.

이는 미 국립보건원(NIH)이 `10만 명의 미국인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추적하겠다`던 계획을 취소한 지 일 년도 안 지나 벌어진 사태로, 이로 인해 과학자들이 향후 유사한 연구를 기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카밀라 스톨텐버그 박사는 "과학계가 가까운 미래에 이 같은 야심 찬 코호트연구를 시도할 엄두를 내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대규모 출생코호트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제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Life Study'에 자문을 제공해 왔다.

출생코호트 연구(birth-cohort study )는 생애초기의 요인들(예: 빈곤, 임신한 어머니의 식습관)이 성인기의 질병, 인지능력, 수입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어 의학계는 사회과학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종전에도 전세계에서 다양한 연구가 실시되었지만 Life Study는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야심 찬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2011년 영국의 정부기관들이 2019년까지 3,840만 파운드(미화 5,89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합의함으로써 Life Study의 출범이 가시화되었다.

2015년 1월,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산하 소아보건연구소의 캐롤 데자트 박사(소아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런던 교외에 사무실을 열고, Life Study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1차로 16,000명의 예비엄마들을 모집하고, 2016년 7월까지 총 60,000명을 모집하며, 나머지 20,000명은 영국 전역에서 태어난 신생아들로 충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있는 경제사회위원회(ESRC)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9월 초까지 겨우 249명의 예비엄마들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지난 7월 발표된 심사보고서에서는 대상자 충원을 심각한 과제로 다뤘고, 마침내 10월 10일 ESRC는 프로젝트 종결을 결정하고 10월 22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 Life Study 참가자 모집을 안내하는 홍보물. 출처: Life Study 홈페이지(http://www.lifestudy.ac.uk/homepage)

성급한 종결?

데자트 박사를 위시한 연구진은 "ESRC의 종결조치는 너무 성급하며, 우리와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도 충원의 어려움은 인정했지만, 그것은 소수집단과 사회취약계층을 일정부분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데자트 박사는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가급적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충원 및 연구방법을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ESRC의 심사과정에서는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SRC의 입장은 다르다. ESRC에서 Life Study를 담당하는 피오나 암스트롱에 의하면 "ESRC도 연구진의 노력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심사과정에서 연구진과 충분한 의견을 나눴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가망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암스트롱은 "우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들어간 돈만 900만 파운드(미화 1,380만 달러)인데, 이는 프로젝트 총예산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국에서 취소된 「전국 어린이연구(NCS: National Children’s Study)」의 경우, 15년간 준비하는 데만 12억 달러가 들어갔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Life Study도 그렇게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역학자들은 Life Study와 NCS의 중단을 비교하며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별도의 출생코호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조지 데이비 스미스 박사(임상역학)는 다음과 의견을 제시했다.

"안타깝게도 Life Study와 NCS의 공통적 문제점은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즉, 양쪽 연구진은 너무 다양한 의문사항들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그룹 간의 불평등을 평가하려면 소수집단, 사회취약계층 등의 다양한 사회집단들을 연구에 포함시켜야 한다. 한편 질병의 원인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광범위한 생물학적 샘플을 수집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보면, 일이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들기 마련이다."

Life Study와 NCS에 관여했던 연구자들은 이번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들이 다시 수행될 수 있을지, 다시 수행한다면 그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과거 수십 년 전에 비해, 요즘에는 연구 참가자들의 응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여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다. 오하이오주 네이션와이드 소아병원의 마크 클레바노프 박사(소아역학)는 "우리는 연구 참가자들의 바쁜 일상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들에게 가급적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버그 박사는 "과학자들은 기존의 데이터들을 좀 더 활용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건강, 교육, 소득 등의 정보들이 수록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들이 널려 있어, 정보제공자들의 동의를 얻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1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출생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의 이용 여부가 연구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여 코호트연구 등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출생코호트 연구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신형 승용차와 같아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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