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의원 “최근 3년간 437개 혈액 병원에 출고…전부 사용돼”
[라포르시안] 태아 기형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한적십자사가 헌혈금지약물 혈액이 병원에 출고된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이를 병원과 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한심한 건 이미 2년 전에 같은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헌혈금지약물 혈액 출고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 437개의 혈액이 전국 의료기관에 출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302건, 2014년 129건, 2015년 7월 기준 6건의 헌혈금지약물 혈액이 출고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전립증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 피나스타 등을 복용한 29세 남성한테서 채혈된 피가 S병원에서 사용됐고, 건선피부 치료제 네오티가손을 처방받은 17세 남성의 혈액이 Y병원에서 수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처방받은 22세 남성의 혈액이 S병원 어린이병원에서 16세 청소년에게 수혈된 사실도 드러났다.
수도권 A병원, 지방의료원, 전국 국립대병원 등 수혈용 혈액이 필요한 전국 의료기관에 헌혈금지약물 혈액이 출고됐다.
적십자사는 헌혈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문진을 통해 확인하고, 채혈한 다음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되는 헌혈금지약물 처방자의 현황자료를 받아 최종적으로 문제 있는 혈액을 걸러낸다.
하지만 심평원의 통보를 받기 전 병원으로 출고되는 혈액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심평원의 전산망 점검 등으로 통보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헌혈금지약물 혈액이 병원에 출고된 후 적십자사가 문제점을 발견해도 이를 병원과 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십자사의 이런 업무 처리로 인해 헌혈금지약물 혈액 사용, 수혈 후에도 병원과 환자 모두 전혀 알 수 없는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김성주 의원은 지적했다.
헌혈금지약물 혈액을 수혈 환자는 태아 기형이나 B형 간염 발병의 원인을 모른 채 있을 수밖에 없으며, 발병에 따른 고통과 비용에 대한 책임도 누구에게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주 의원은 "수혈 환자의 안전과 사고방지를 위해 마련된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전국 대부분의 병원에서 헌혈금지약물 혈액이 사용되면서도 그 사실조차 환자가 모른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조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혈액안전을 방치하는 적십자사의 행태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적십자사한테서 제출받은 ‘헌혈 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및 혈액 출고 현황’이라는 자료를 근거로 태아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혈액이 유통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