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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증오와 적대감의 원초적 폭력성…왜 우리는 싸우는가?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 이진우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라포르시안] 인터넷서점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책읽기에 도움을 많이 얻게 됩니다. 독서고수들의 리뷰를 참고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이벤트를 통하여 신간을 얻어 보기도 하고, 우수 리뷰어로 선발되어 독서지원금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예스24와 반디앤블루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 Book소리에서 소개하는 이진우 교수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예스24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뷰어클럽에서 제공받아 읽으면서 Book소리 독자 여러분도 내용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1972년 7.4남북한공동성명을 계기로 시작된 남한과 북한의 교류는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사건과 같은 국지적인 충돌 등 긴장이 감돌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켜왔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국민들이 전쟁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엷어지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독도영유권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고, 역시 중국과 일본 역시 센가쿠(중국이름으로는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영토분쟁이 자칫 전쟁으로 확대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지만, 국제여론 때문에라도 어느 쪽도 먼저 공격을 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전쟁을 떠올릴 상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왜 지금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는가?’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전쟁에 다름이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국지적인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왔습니다. 인류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핵폭탄이 역설적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총이나 칼과 같은 개인무기는 물론 대포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로 벌이는 것이란 개념에서 다양한 분야, 특히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처럼 총소리 없는 전쟁이 상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경제영역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경제전쟁’의 한복판에 있다고 정의하는 한편, 비즈니스가 근본적으로 전쟁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전제합니다. 경영과 전쟁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쟁은 파괴를 추구하는 반면 경영은 창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회에 이익이 되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창조 없이는 경영을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경제 전쟁은 불확실성이라는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창조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불안정한 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 불확실한 미래에도 통할 수 있는 규칙들은 새로운 가치를 기준으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앞서 이끌어가려면 우리는 전략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바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을 필요가 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과 전략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나왔지만, 동양에서는 손무의 <손자병법>이 그리고 서양에서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동준박사는 <전쟁론>이 전투상황별로 정리된 전사 사료로서 난삽하고 전쟁 자체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어 그 의미가 과대포장되었다는 주장과 함께, 손무가 실존인물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손자병법>은 그 내용이 간략하면서도 풍부하고, 쉬우면서도 심오하고, 하나로 요약되었으면서도 두루 통한다”라고 한 송대 문인 정후칙의 평가를 인용하는 것을 보면 최고의 병법서로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신동준 지음, 난세의 인문학 138-165쪽, 이담출판사, 2015년)

나폴레옹 시대의 탁월한 전략가이자 서양에서는 최초의 군사 사상가, 철학자로 꼽히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1780년 프로이센의 목사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 시절 하급 장교를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15세에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샤른호르스트로부터 군사학을 배웠습니다. 1806년에는 프로이센군에 들어가 예나에서 나폴레옹군과 붙은 전투에서 포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1812년에는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요구로 차출된 프로이센 동맹군으로 참여하지만 탈영해서 역시 프로이센 탈영병 2만 명과 함께 러시아군으로 넘어가 나폴레옹군대와 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1813년에는 프로이센이 대불동맹에 가담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이 패전한 뒤인 1815년에는 프로이센으로 귀국하여 사관학교의 교장이 되었다가, 육국대학의 교장과 포병감 등을 지내면서 <전쟁론>의 집필을 시작하였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1831년 유행한 콜레라에 걸려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 사후 그의 부인 마리 폰 브뢸의 주도로 미완의 초고를 보완하여 1832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진우 교수는 21세기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갈 전략적 사유의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더하여 1,2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선뜻 읽기에 나서기 어려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의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전쟁의 정의, 전략과 전술과 작전, 전략의 공간, 전략적 공격과 방어, 전략의 덕성, 전략의 경제학과 역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전쟁 등을 7개의 주제로 삼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두 열다섯 개의 장을 7개의 주제에 나누어 배치하고 있는데, 개별의 장에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발췌한 원문들을 번역한 내용들을 먼저 배치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붙였고, 끝에는 손자병법에서 한 대목을 인용하여 전쟁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시각적 차이를 한쪽 분량으로 설명하는 ‘클라우제비츠가 손자를 읽다’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제비츠가 읽은 손자가 아니라 저자가 읽은 손자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발췌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키 메시지(Key Massage)로 각 장을 마무리합니다.

그러면 ‘전쟁이란 무엇인가?’하는 정의로부터 시작해봅니다. 손자는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孫子曰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왈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라고 전쟁을 정의하였지만(51쪽) 개념적으로 정리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반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확대된 양자 결투에 지나지 않으면,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위다(44쪽)’라고 분석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쟁이 결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데, 전쟁의 당사자들은 현재의 시점에서 상대를 판단하고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에는 행운과 불행이라는 변수가 함께 하기 때문에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에 이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쟁은 사례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카멜레온과 같다고 한 클레우제비츠는 전쟁의 전체 현상과 널리 퍼져 있는 경향과 관련하여 기묘한 삼중성을 띈다고 했습니다. “첫째, 전쟁의 요소인 증오와 적대감의 원초적 폭력성인데, 이는 맹목적 본능과 같다. 둘째, 개연성과 우연성의 도박인데 이것은 전쟁을 자유로운 정신활동으로 믿는다. 셋째, 정치적 도구라는 종속성인데 이로 말미암아 전쟁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90쪽)” 이 세 가지 경향은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하여 저자는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면, 클라우제비츠는 싸우면서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라면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와 결합시키는데, 손자는 정치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101쪽)“라서 설명합니다. 하지만 싸우면서 이기는 법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보다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은 파괴적 결과를 낳기 마련이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서로 온전한 상태에서 전쟁을 마무리할 수만 있다면 손자의 말대로 최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며, 이와 같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치적 행위가 오가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작전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양측 지휘부의 치열한 머리싸움에 승패가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공략에 나섰던 오스만 터키의 메흐메트 2세는 군함들을 보스포루스해협으로 진입시키지 않고, 언덕 위로 끌어올려 반대편 灣(만)으로 진입시키는 기발한 전술을 구사하여 동로마제국군을 속일 수 있었기에 난공불락의 요새로 명성을 날렸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킬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기술이나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사는 사회생활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전쟁은 이론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현장성과 의외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흔히 전쟁의 성패는 공격을 잘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클라우제비츠는 특히 방어의 중요성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방어와 공격이 같은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 방어가 공격보다 더 쉽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프로이센이 치룬 7년 전쟁에서 얻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어는 전력이 모자란 쪽이 취하는 전략이라고 보지만, 전력의 변화에 따라 방어에서 공격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여 국면을 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서 정신적 요소의 중요성을 처음 제창했다고 합니다. 전쟁이론의 경계를 정신의 영역으로까지 넓힌 셈입니다.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정신력으로는 최고지휘관의 재능과 군대의 무덕 그리고 군대의 민족정신을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군대의 무덕이라 함은 병사들의 용맹성을 이르는데, 때로 무분별하게 행동하고 힘을 과시하려는 충동이 잠재되어 있는 일반적으로 타고나는 용맹성과는 달리 습관과 훈련을 통하여 체득하는 것으로, 스스로 복종이나 규율, 규칙이나 방법이라는 고차원적인 요구에 따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루기 위한 전략을 다룬 ‘전략의 경제화’편에서 재미있는 고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전투의 대가가 너무 커서 패배와 진배없는 승리를 의미하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입니다. 비록 승리를 했지만 자원과 에너지의 소모가 극심해서 승리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은 경우로서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피로스는 인구도 자원도 없는 고대 그리스의 소왕국 이피로스의 왕으로 알렉산드로스 왕을 흠모하여 강군을 육성하여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야심을 가졌습니다. 피로스는 로마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탈리아 동해안에 있는 스파르타의 식민지 타렌툼으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에 따라 출병을 했습니다. 첫 번 전투부터 대승을 거두었지만, 만만치 않은 전력의 손실을 입었고, 퇴각하는 로마군을 따라가면서 이어진 전투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력의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로마에 가까운 아스쿨룸의 전투에서 승리한 피로스는 “우리가 로마군을 한번만 더 이런 식으로 이겼다간 우리 역시 완전히 파멸할 것이다.(277쪽)”라고 탄식했다는 것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시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의 차이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손자병법>이 군주와 최고사령관을 위한 간결한 전쟁 기술을 서술하고 있다면, 클라우제비츠는 이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을 더 중요시 한다.(348쪽)” 저자는 클라우제비츠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고 본 것이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쓰게 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다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어떻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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