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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피폭과의 투쟁’에 평생을 바친 일본인 반핵 의사히다 슌타로 ‘생명을 살리는 반핵’ 펴내…“모는 핵은 인간과 공존 불가능”

[라포르시안] 중앙 태평양에 위치한 마셜 제도의 비키니 환초. 미국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이 곳에서 수십 차례 이상 핵무기 실험을 했다.

특히 1952년에는 비키니 환초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미국이 실험한 수소폭탄은 히로시마 원폭의 약 1,000배에 달하는 20메가 톤급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이 실험으로 직접적인 피폭 피해를 입은 네 개의 그룹이 생겼다.

인근 섬에 거주하던 주민 그룹이 두 개(243명)이고, 수소폭탄 실험을 관측하느라 인근 섬에 주둔한 미군 병사 그룹(28명), 그리고 비키니 섬에서 동북쪽으로 약 140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참치조업을 하던 일본의 제5후쿠류마루호의 승무원(23명) 그룹 등이다.

네 개의 그룹 중에서 참치잡이 배의 승무원들의 피폭량이 다른 그룹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귀항 도중 승무원 전원이 구토, 힘빠짐, 피부열상, 탈모 등의 급성 방사능 증상을 나타냈다. 귀항 직후에는 고도의 조혈기능 장애가 발생해 중환자로 장기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이중 7명은 결국 사망했다.

1945년 히로시마 피폭을 직접 겪은 일본인 의사 히다 슌타로가 자신의 원자폭탄 경험과 원폭증 피해자 치료, 잔류방사선에 의한 원폭층 치료, 그리고 반핵운동 활동과 생각을 정리한 '생명을 살리는 반핵'(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16p)이란 책을 펴냈다.

저자인 히다 슌타로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28세에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을 직접 경험하고, 이후 원자폭탄에 폭로된 원폭피해자들을 진료해 오면서 핵무기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어떤 폭탄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무기라는 것을 절감한다.

대개의 무기가 폭발과 동시에 사람이 죽거나 다치거나 해서 그것으로 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반면 핵무기는 오히려 그때부터 잔류방사선에 폭로됨으로써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서 폭탄이 터질 땐 없었으나 이후 가족 등을 찾기 위해 시내에 들어갔던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방사능증이 발생했다. 당시 잔류방사선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들의 병은 꾀병처럼 보이기도 했다.

히다 슌타로가 해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병이 바로 잔류방사선과 같은 저농도 방사선에 폭로되었을 때 발생하는 ‘부라부라병’이다.

몸이 나른해지고, 무력한 증상을 보이는 피폭질환인 부라부라병은 잔류방사선 피해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로부터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서 핑계를 된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대인기피를 겪거나 왜곡된 시선을 못 견뎌서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질 때는 없었는데 그 후 며칠 이내에 히로시마에 가족을 찾으러 가거나, 일이 있어서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맨 처음에는 ‘입시피폭’(入市被爆)이라고 했다. 잔류방사선에 의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였다.

지금까지도 ‘부라부라병’에 걸린 피폭자들이 있고, 히로시마 원폭으로 발생한 잔류방사선이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방사선의 어떤 물질에 의해서, 어떤 기전으로 질병이 발생한 것인지 규명되지 않았다.

히다 슌타로가 펴낸 이 책은  ▲서장. 내부피폭 -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제1부 원폭증, 그리고 내부피폭에 대한 확신 ▲제2부 핵무기폐지운동에서 얻은 확신 등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저자인 히다 슌타로의 학창시절과 군의관시절,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경험과 피해자 치료,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잔류방사선에 의한 원폭증 치료를 위한 노력, 미국에서 스턴글라스라는 전문가를 만나는 과정 등이 상세하게 다뤄진다.

2부에서는 히다 슌타로가 본격적인 반핵 활동에 뛰어들면서 일본과 독일에서 겪은 경험, 일본과 독일에서 나타난 반핵운동의 논리와 실상에서부터 반핵이 반원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내용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의 방사선 누출 사고나 이에 대한 인류의 대응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올해 99세인 히다 슌타로는 핵물질을 없애기 위해 핵물질을 옹호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끝까지 확인하고, 정치 사회 운동의 필요성을 자각하면서 지금도 직접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히다 슌타로가 말하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 전달해두고 싶은 것 - 내부피폭과의 투쟁,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다. 

이 책을 출판한 건강미디어협동조합(www.mediahealth.co.kr)은 "진정한 인권은 모든 사람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사람이며, 절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고, 이러한 자각은 핵물질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는 점, 핵 없는 세상은 인권의 자각 속에서 구체화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책은 히다 슌타로라는 의사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것이지만 실제 내용은 세계 반핵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인간 생명과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내용을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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