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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만나다] “병원과 의료산업 ‘따로국밥식’ 육성책으론 답이 없다”주창언(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1875년 설립된 도시바는 전 세계 각국에 550개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일본 기업이다. 현재 도시바 그룹은 LCD TV, 노트북 PC, 유통 솔루션, MFP 등의 디지털 제품을 비롯해 반도체 및 스토리지, 소재 등의 전자기기, 전력생산 시스템, 에스컬레이터 및 엘레베이터 등의 산업 및 사회 인프라, 생활가전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 회사는 영상진단장비 등의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GE나 지멘스 등의 글로벌 기업과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도시바는 시장 진입 시기도 늦었고 현지법인이 아닌 대리점을 통한 수입판매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기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적극적인 영업마케팅 전략도 부재했다. 뒤늦게 2013년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 회사의 올해 경영 목표는 도시바만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하는 것이다. 주창언 대표이사로부터 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가 출범한 지 약 2년이 됐다. 한국 의료기기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나아졌나.

“객관적으로 시장에서 판단하는 이미지로 볼 때 예전에 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객지원이나 기업의 신뢰성 부문에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 사실 대리점 영업 방식을 추구하던 2009년 이전까지는 '가격 대비 괜찮은 제품이지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하이테크 제품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높았다. 한국법인이 출범한 지 이제 2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식을 전환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올해 회사의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운 게 ‘체인지’다. ‘유니크하고 심플하게 변화하자’는 게 올해 모토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제품 이미지나 영업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열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도시바만의 유니크한 기업이미지를 개발해 시장에 정착시킬 계획이다.“ 

▲ 도시바 그룹 내에서 헬스케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시바 그룹 내에서 에너지(발전) 스토리지, 헬스케어 등이 3대 주력사업이다. 특히 도시바는 지난해 8월 직속 계열사인 도시바 헬스케어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도시바 그룹내에 흩어져 있던 헬스케어 관련 모든 사업을 통합해서 관장하는 역할을 맡았다. 도시바메디칼시스템도 이 회사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도시바 헬스케어 컴퍼니가 설립되면서 진단과 치료, 예방, 예후 및 간호 사업을 주축으로 하여 중입자가속치료기, DNA 분석기 사업 등을 통합해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처럼 도시바 그룹도 헬스케어 사업을 3대 주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진단의료장비뿐만 아니라 치료, 예방, 예후 및 간호 분야로 사업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일본 내 대기업들도 속속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든 산업이 망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군수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분야가 헬스케어라고 한다. 왜냐하면 질병은 인류의 역사와 항상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는 시대에서 이제는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헬스케어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새롭게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을 보면 진단과 치료기기 같은 하드웨어 쪽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솔루션 사업을 추구하는 것 같다.”

▲ 최근 들어 국내 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병원들도 더는 병상 확충을 통한 외형성장을 지속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의료를 산업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의료 본질에서 벗어난 수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한국의 의료시장에 대해서는 희망과 우려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업계에서는 2014년이 가장 어려운 한해였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별로 나아질 여지가 없지 않느냐는 우려도 높다.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따라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수가 등의 의료환경을 계속 유지할 경우 의료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는 한국 의료에 있어서 적정 의료수가 체계로의 전환은 관련 산업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저수가 구조로는 의료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의료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란.

“일례로 정부에서는 영상진단 검사에 있어서 중복촬영과 과다진료 등으로 낭비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왜 중복촬영과 과다진료가 생길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의료영상검사에서 중복촬영이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촬영 영상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진단장비를 사용해도 적정 수가를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시설과 장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외국처럼 장비의 수준에 따라 차등수가를 책정해 줘야 한다. 병원들이 적정 의료를 제공해 생존하기 힘든 의료제도 아래에서 어떻게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까 싶다. 정부는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 산업과 의료기기와 제약 등의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따로따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의료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 양 쪽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의료생태계를 조성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분야가 바로 의료기관이다. 의료서비스는 가장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병원이 발전하면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게 되고, 병원과 연관되는 산업이 따라서 동반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의료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한국의 의료서비스 공급 구조를 볼 때 공공의료 비중이 상당히 낮다. 이런 특성이 의료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비중이 너무 낮은 탓에 의료장비 분야의 공공조달시장이 상당히 미약하다. 공공병원에서 의료장비 구매와 관련한 규모가 큰 공공입찰 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도시바는 2년 전 터키에 CT와 초음파 장비 등의 공공입찰에 참여해 300여대를 수주한 바 있다. 국가의료체계인 영국의 경우 공공입찰 발주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병원 비중이 워낙 낮다보니 조달청을 통해서 기관별로 소규모 개별입찰만 나올 뿐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이 높았다면 공공조달시장이 형성돼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 정부에서는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진단검사 등의 급여가 확대되면 관련 의료장비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관련 산업에 미친 영향은 불투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영향을 미친 게 없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재정의 전체 파이는 그대로 두고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의료수가를 조정하면서 급여 확대가 이뤄지다보니 한쪽을 확대하면 다른 쪽이 위축되는 식으로 의료서비스의 왜곡만 심해지는 것 같다. 특히 적정수가 지불 없는 보장성 강화가 추진되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투자대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시설과 장비 투자에 나서지 않게 된다. 실제로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선택진료제도 축소·폐지와 상급병실 축소 등이 이뤄지면서 비급여 수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형병원들이 신규 시설 투자와 의료장비 도입 계획을 취소하는 일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 도시바의 경영이념이 'Made for Life'다. 인간의 생명과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인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하고 있나.

"CT나 MRI 등을 이용한 영상검사에서 조영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은 편이다. 외국에서는 조영제 유해반응에 대한 관리를 상당히 엄격하게 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은 편이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Non-contrast(비조영) 방식의 영상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바는 앞으로 출시하는 MRI 장비에 'Non-Contrast 4D Time-SLIP(Spatial Labeling Inversion Pulse)' 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안전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제품 개발이 바로 인간의 생명과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실천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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