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입원료 본인부담률 인상 법개정 반대서명전…“메디컬푸어 양산 나쁜 정책”

[라포르시안]  입원기간이 16일을 경과할 때부터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달 5일 입법예고한 개정령안에 따르면 일반 입원실에 장기입원한 환자의 입원료에 한해 본인부담률이 16~30일까지는 기존 20%에서 30%로, 31일째 이후부터는 40%로 인상된다.

환자들의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막는다는 것이 법개정 취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식의 입원료 본인부담률 인상이 불필요한 장기입원 문제의 책임을 환자들에게 떠넘기고 의료비 부담만 증가시켜 의료복지 축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0일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원료 인상안 반대의견서 서명전에 돌입했다.

관련법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만료되는 이달 17일까지 시민들의 반대서명을 받아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환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빠른 퇴원을 종용해 의료비 긴축을 하겠다는 시도"라며 "이는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과 가난한 노인에게 피해가 집중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뇌졸중 환자처럼 재활치료 등으로 한 달 이상 장기입원이 많은 질환의 경우 입원료 부담이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동본부는 "박근혜 정부는 뇌졸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국가가 의료보장 100%를 해줄 것처럼 생색내고는 도리어 의료비 폭탄을 안기려 한다"며 "정부가 자신의 공약사항만이라도 제대로 지키길 바라며, 입원비를 올리려는 시도가 아니라 본인이 약속한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라도 지켜야 도리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도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가구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입원료 인상 정책이 '메디컬푸어'를 양산할 우려도 높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가처분소득의 40% 가정) 발생 가구는 2011년 73만 가구(전체 가구의 4.26%)로 추정되며, 2010년의 3.69%에 비해 증가했다.

2011년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곤층 가운데 의료비로 인한 재산처분, 전세축소, 사채이용 등을 경험한 가구가 54만 가구에 달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은 10가구 중 1가구가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 받는다"며 "‘송파 세모녀’도 가족병원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한국의 낮은 공공의료보장은 더 이상의 의료복지긴축을 견딜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12조인데 이를 활용해 보장성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축소하는 것"이라며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본인부담률이 높아져 가난한 사람들이 퇴원을 빨리 하면 병상 회전율이 높아져 이득을 볼 수 있다. 12조 건강보험 흑자를 당장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 사용하고 입원 법정본인부담금 증가정책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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