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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료영리화도 모자라 건강보험마저 위협하는 복지부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5.01.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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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결국 우려했던 일이 생겼다. 자꾸 미루적대던 꼴이 미덥지 않더니만. 정부가 1년 6개월간 논의해 오던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을 사실상 '백지화'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금년 중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 논의를 중단한 이유는 분명치 않았다. 문형표 장관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는 모호한 설명을 했다. 개편안을 내놓지도 않고 사회적 공감대니, 국민적 지지를 들먹거렸다.  장관의 말은 사실일까. 아니다. 거짓말이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이 됐다'는 여론에 이어 이번에는 '건강보험료 폭탄'이란 비난에 직면할까 봐 지레 겁먹은 것 같다. 당초 정부는 29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최종 전체회의를 열어 개편안을 확정한 후 발표할 예정이었다. 기획단이 마련한 개선안의 핵심은 '소득이 있는 곳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 아래 월급 외에 배당·이자·임대소득 등 고소득을 올리는 직장가입자한테서 보험료를 더 걷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내리는 방향이었다. 특히 소득이 있으면서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도 내지않고 '무임승차'해오던 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이런 식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할 경우 가입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기획단이 2011년 자료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월급 외에 연간 2천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천 세대는 월 평균 19만5천원의 보험료가 오른다. 소득이 있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19만3천여 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평균 13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고소득자 약 45만명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지역가입자의 80%(약 600만 세대)는 보험료가 내려 간다.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시행되면 오히려 상당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생긴다. 무엇보다 부과체계 개선을 통해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형평성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너무 복잡한 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따라, 소득에 따라 서로 다른 부과체계가 적용된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복잡한 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회사에서 보수를 받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상한액인 약 219만원(2013년 기준)을 납부한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가 있다. 직장가입자에게 부과하는 보험료는 2가지다. 하나는 근로자의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보수월액보험료'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 외의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소득월액보험료'다. 즉, 월급에 대한 보험료와 월급 외의 임대나 금융소득 등이 일정액을 넘을 경우 추가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고소득 직장가입자 중에서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 상한액인 230만원을 내고 근로 외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추가로 최고 230만원을 부담해 총 460만원을 납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2배다. 12조가 넘는 재산을 보유한 이건희 회장의 보험료가 더 낮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보험료 부과기준이 그렇다. 

또 이런 일도 있다. 직장가입자 중에서 퇴직이나 실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고정적인 소득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보유 여부나 가족 수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되레 높아지기도 한다. 반대로 직장에서 퇴직하고 높은 연금소득과 재산이 있지만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를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퇴임한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전 이사장이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며 지적한 문제이기도 하다. 김 전 이사장은 수천만원의 연금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졌지만 직장가입자인 부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 해 공평한 부과체계로 바꾸자는 게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편 방향의 골자였다. 그런데 이를 덜컥 중단했다. 소득을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의 역진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에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물론 보험료가 오르거나 내지 않던 보험료를 새로 물어야 하는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체척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편 방향은 옳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시급한 이유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노인진료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보험재정 운영은 늘 아슬아슬하다. 안정적 재원확보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보험재정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적정 보험료 부담이다. 소득 중심으로 합리적 부과체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적정 보험료 부담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은 2014년 기준으로 5.99%다. OECD 평균은 2009년 기준으로 9.5%에 달한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이 적정하지 않다는 의미다. 적정 보험료 부담은 적정 의료수가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전제다. 문형표 장관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을 결정한 건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거다. 여기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킨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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