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

[라포르시안] 의료기기 관련 산·학·연·병(산업체-대학-연구소-병원) 출연과 산업통상자원부 허가를 받아 2018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 국내 의료기기산업 활성화와 국산 의료기기 명품화를 이끄는 재단의 모태는 ‘의료기기 상생포럼’이다.

2012년 출범한 의료기기 상생포럼은 상급종합병원과 의료기기업체의 상생협력을 통해 국산 의료기기 사용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담보해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재단은 의료기기 상생포럼의 태생적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산·학·연·병의 실질적인 네트워킹 구현과 체계적인 기술 지원 및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실사용자 중심의 국산 의료기기 신뢰성을 높이는 구심점이자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 주요 사업을 총괄하는 허영 부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이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내 점유율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는 실사용자인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재단의 역할 중 하나는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소통·협력 채널을 통해 국산 의료기기 사용 경험을 극대화하고 이러한 레퍼런스를 토대로 학술 연구와 논문 게재로 제품 신뢰성을 높여 해외 수출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이를 위해 ‘스마트의료기기 상생포럼’을 기반으로 의료기기업체가 연구개발 단계부터 임상의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제품을 개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과 업체 간 상생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임상의 또는 연구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업체와 연계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의료진을 대상으로 국산 의료기기 교육·훈련·전시를 통한 사용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병원-기업 상생협력 세미나 ▲병원-기업 페어링 데이 ▲상급종합·종합병원 국산 의료기기 로드쇼로 구체화해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활성화와 구매를 유도하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허영 부이사장은 “재단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광역형 국산 의료기기 교육훈련 지원센터 사업’ 일환으로 의료진 대상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법 교육·실습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아주대병원·전북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에 이어 올해도 중앙대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등 4곳에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서 진행되는 해당 교육·실습은 평소 국산 의료기기를 접하기 어려웠던 전공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의료기기업체 또한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 및 기능 개선의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은 의료진 대상의 국산 의료기기 교육·실습과 함께 제조사를 위한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성 제고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품질관리로 실현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의료기기 종사자들의 연구개발(R&D)·임상시험·인허가·해외 인증 등 전문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KGMP ▲ISO 13485 ▲ISO 14971 ▲IVDR ▲의료기기 표준 등에 대한 이론 후 실습을 진행하는 전주기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허영 부이사장은 “업계 종사자들은 기존 컨설팅 위주의 교육보다는 업무 현장에서 기준규격에 대한 기술문서 작성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의 요구가 높다”며 “재단은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높이고 제조사들의 국내외 인허가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15년 이상 관련 분야 전문가로 강사진을 구성해 RA(인허가) 및 QC·QA(품질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무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표준, 국산 의료기기 신뢰성·글로벌 경쟁력과 직결”  

재단은 의료기기 분야 국제표준 경쟁력 강화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국산 의료기기 신뢰성 확보와 경쟁력이 관련 기술의 국가표준 추진과 국제표준 선점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삼류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이류기업은 브랜드를 창출하며, 일류기업은 표준을 선도한다”는 말이 있듯 선진국이나 다국적기업은 국제표준을 선점해 후발주자의 기술 및 시장 진입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통일함으로써 호환성(범용성)을 확보하고 상호교역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한 각종 기술 규격으로써 표준화기구를 통해 결정되는 국제표준은 또한 표준특허제도를 통해 보유자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로열티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하다.

코로나 이후 의료기기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다변화·고도화되면서 성능과 안전성 기준규격의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IEC/TC 62 국제총회에서는 전 세계 20여 개국 약 150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신규 표준 제안 및 국제표준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IEC/TC 62 국제총회에서는 전 세계 20여 개국 약 150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신규 표준 제안 및 국제표준 논의가 이뤄졌다.

허영 부이사장은 “재단은 그간 ‘스마트의료기기표준전문가포럼’을 발족하고 ‘스마트의료기기 표준특허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는 한편 범부처 참여형 TC(Technical Committee·표준기술 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연구개발·특허·표준’ 연계를 통한 국내외 표준개발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의료기기·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분야(TC 62) 국제총회에서 재단이 의료기기 TC 연계사업을 통해 주도적으로 개발·지원한 ▲연속혈당측정시스템(CGMs) 기본 안전 및 필수 성능 요구 사항 ▲냉음극 X-ray 튜브의 전기적 특성 및 시험방법 ▲중성자포획치료기기(NCT) 기본 안전 및 필수 성능 요구 사항 3건을 신규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코로나 이후 국산 의료기기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라며 "한국이 강점이 있는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융복합 의료기기·혁신의료기기가 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표준화 기술과 표준규격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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