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라포르시안] 파킨슨병은 유병률과 관련 사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발생률이 81% 증가했으며, 관련 사망률은 100% 증가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파킨슨병에 대해 글로벌 액션 플랜을 선포한 바 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도 최근 5년간 약 15% 증가하면서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 의료진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면 증상 조절 및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한 질환으로,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라포르시안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로부터 파킨슨병의 주요 의심 증상과 최신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파킨슨병은 어떤 질환이며 주 발병 연령은 언제인가.

= 파킨슨병은 유병률과 관련 사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노인성 질환에 포함되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율이 높아진다. 평균 발병 연령은 55세 전후로 이보다 이전이나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파킨슨병에서는 서동, 떨림, 강직, 자세 불안정 등과 같은 운동 증상과 자율 신경 기능 장애, 수면 장애, 인지 장애 등과 같은 비운동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중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손상되면서 도파민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 조기진단이 중요하지만 늦게 진단받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가 전국 주요 대학병원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 8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 4명 중 1명(26%)은 증상 발생 1년 경과 후 병원을 찾았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의 17%가 증상 발현 후 병원을 찾기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파킨슨병의 진전·서동·근육 경직·보행 장애·자세 이상 및 불안정 등의 운동 증상과, 통증·우울증·치매·수면장애 등 신경정신증, 변비·발기부전·어지럼증·열오름 등 자율신경계 증상과 같은 비운동 증상이 단순 노화와 닮았으며, 뇌졸중이나 우울증과 같은 타 질환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동작이 경미하게 느려지면 발병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파킨슨병의 구체적인 발생 시점 등을 인지하지 못할 때도 많다.

- 노화에 따른 증상인지, 파킨슨병에 따른 증상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파킨슨병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통해 진단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움직임이 느리고 뻣뻣해지거나, 걸음을 떼기 어려워하고, 보폭이 작아지거나, 유연성이 떨어지고 중심을 잡기 힘들어하며 몸이 앞으로 굽는 등의 증상이 일반적인 노화에 비해 빠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우울감, 잠꼬대, 후각 저하, 변비, 피로감, 통증 등의 증상 또한 파킨슨병의 비운동 증상으로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에 눈 여겨 봐야 한다. 증상의 진행 정도는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주요 지표가 되기 때문에 꾸준히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 파킨슨병 진단 환자에게 시행하는 표준 치료는.

=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 초점은 증상의 완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파킨슨병 진단 이후 가장 근간이 되는 치료는 약물 치료이다. 다양한 파킨슨병 약물 치료 옵션 중 레보도파는 항파킨슨 효과가 가장 큰 약물로, 1960년대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파킨슨병 치료의 최적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레보도파의 조기 투여와 지연 치료의 장단점 및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레보도파는 기저핵 내 손상된 도파민 회로를 최대한 생리적인 상태에 가깝게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의 증상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표준 치료가 갖는 한계가 있다면.

=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약물 치료의 근간으로 큰 임상적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5년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의 약 75%는 불가피하게 합병증을 경험하게 된다.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불규칙해지는 운동동요 증상, 약물에 의해 과다한 불수의적 운동 현상이 나타나는 이상운동증 등의 합병증은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또한 혈액 내 반감기가 약 90분 정도로 짧아 혈중 농도 변동으로 인한 임상 증상의 변화가 일어나 약효 소실 현상(Wearing off)을 유발한다. 이상운동증은 주로 3~5년 복용 후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주로 레보도파가 혈류에서 흡수되어 임상효과를 나타내고 나서 1~2시간 후 얼굴, 팔, 다리, 몸통 등에서 비자발적이고 불규칙적인 경련이 나타나는 형태이다.

- 파킨슨병 표준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이 있나.

= 파킨슨병의 진행 및 레보도파 장기 복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약효 소실 시간(OFF time)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레보도파의 복용 회수를 늘리거나 다른 종류의 파킨슨병 약제를 추가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에 부가요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약제는 ▲도파민 효현제(dopamine agonist) ▲MAO-B 억제제(monoamine oxidase-B inhibitor) ▲COMT 억제제(catechol-O-methyltransferase) 등이 있다. 경증 환자는 레보도파 혹은 도파민 효현제, MAO-B 억제제 단독 요법을 통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운동 동요 증상이 나타나는 중등도 이상 환자에서는 레보도파와 도파민 효현제 및 MAO-B 억제제 병용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 '에퀴피나' 복용 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 3세대 MAO-B 억제제인 에퀴피나(성분명 사피나미드)는 레보도파 함유 제제와 병용으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이다. 에퀴피나는 파킨슨병 환자의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서 약효 소실 시간을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이상운동증 없는 약효 개시 시간을 증가시켜 운동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시키고 통증, 기분, 삶의 질 등 비운동 증상 개선에도 효과를 확인했다. 에퀴피나는 2년간 진행된 장기 연구에서도 약효 개시 시간 개선, 약효 소실 시간 감소, 운동기능 평가 지표 점수 개선 등 지속적인 효과를 확인했으며, 나아가 레보도파의 투여량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다른 MAO-B 제제에 비해 에퀴피나가 갖는 장점이라면.

= 에퀴피나는 타 MAO-B 억제제와 비교했을 때 도파민성 및 비도파민성 신호 전달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도파민성 신호경로에서 MAO-A 대비 MAO-B에 1,000배 이상 더 선택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기존 치료제인 셀레길린(selegiline)과 라사길린(rasagiline)이 MAO-A 대비 MAO-B에 각각 127배, 103배 더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선택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높은 선택성은 임상적 관리에 용이하며 약물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임상에서 확인한 에퀴피나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 실제 에퀴피나의 안전성을 확인코자 진행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에퀴피나를 투여한 실험군과 대조군 간의 부작용 발생률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에퀴피나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는 에퀴피나가 레보도파로 인한 운동 합병증 치료에 안전함을 입증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에퀴피나는 파킨슨병의 증상을 유지시키고 치료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 파킨슨병의 적극적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조언을 하자면.

=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고령사회의 진입과 함께 국내 환자 수가 크게 늘면서 갈수록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경우 증상 조절 및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치료를 진행한 환자에서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과 관련된 고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신 치료 옵션을 통해 부작용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은 오랫동안 증상을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상담 후 환자 본인에게 맞는 약물 치료를 지속하고, 병의 진행 경과를 늦출 수 있다는 운동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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