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 8억 종’ 전처리 거쳐 DB화, 골리앗 이긴 ‘DAVID’로 명명
박준석 센터장 “AI와 인간이 같이 학습하고 동반성장할 때 신약개발 성공 높아”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으로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으로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대웅제약(대표 전승호·이창재)은 신약개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전처리를 거쳐 자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독자적 ‘AI 신약개발 시스템’까지 구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웅제약은 향후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개발 전주기로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DB와 신약개발 시스템을 결합해 비만과 당뇨, 항암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비만과 당뇨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체 AI 시스템으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단계에 돌입시키는데 단 두 달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연구원들이 1년 넘게 고민하던 난제를 AI를 통해 해결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AI 시스템을 활용해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를 통해 특허까지 가능한 ‘선도물질’을 확보하는데 단 6개월이 걸렸는데, 기존 방식으로 진행했을 경우 최소 1~2년 소요될 프로젝트였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신약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년간 ‘AI 신약개발 시스템’ 구축에 몰입한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웅제약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
대웅제약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에 즉각 쓰일 수 있는 8억 종 화합물질의 분자 모델 DB를 ‘다비드’(DAVID, Daewoong Advanced Virtual Database)라고 명명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다비드(다윗)는 골리앗을 일격에 쓰러트린 성서에 등장하는 영웅으로, 신약개발 경쟁에서 AI로 글로벌 빅파마와 겨루겠다는 연구원들의 의지를 담았다.

8억 종이라는 수치는 지난 40여 년 간 대웅제약이 신약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합물질과 현재 신약 개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화합물질의 결합체다.

대웅제약 측은 “세계적으로 공개된 화합물질 오픈소스는 AI 신약개발을 위한 데이터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복잡한 화합물질 구조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분리,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웅제약 AI 연구원들은 이 작업을 최우선으로 몰두해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모두 가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8억 종의 화합물질에 기반한 ‘AI 신약 후보물질 탐색’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측은 “8억 종의 화합물 데이터는 AI에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AI도 무용지물이다”라며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AI 신약개발 경쟁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대웅제약은 이제 기초공사를 마무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화합물질의 수를 약 10의 60제곱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선 미지의 수치다. 대웅제약이 확보한 화합물질 8억 종은 10의 9제곱 수준이다.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Discovery센터장은 “신약 후보물질의 세계는 우주와 같은데 AI가 신약개발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AI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나간다면 굉장히 많은 신약 후보물질과 우수한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해 인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데이터베이스와 툴을 기반으로 지난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 Daewoong AI System)를 사내에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로서 대웅제약 연구원들은 데이지에 접속해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까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연구원들이 AI 신약후보 탐색 툴 ‘AIVS’를 사용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과 당뇨, 항암제 분야의 성과 외에 단백질 분해제 개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고, 항체 설계와 안정성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연구자들의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박준석 센터장.
대웅제약 박준석 센터장.

박준석 센터장은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로 AI를 바라보면 오산이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간의 동반자와 같다”며 “딥러닝 AI가 데이터를 쌓으며 학습하고 성장하듯이 연구자도 함께 인사이트를 높이며 함께 동반성장해 나갈 때 비로소 신약개발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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