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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라리아 감염환자의 죽음…공포만 키우는 에볼라 대응조석주(부산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라포르시안]  며칠전 모 공중파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에볼라 대응체계와 병원 앞 응급의료체계의 실상이 보도되었다. 부산 119 상황실에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 고열이 발생한 노인 가족의 신고가 있었다. 우리나라 응급실의 의사들은 에볼라 진료병원으로서의 지정 사실을 몰랐고 구급차 진입을 거부하였다. 수준높은 에볼라 진료시설과 ‘우주복처럼 생긴’ 값비싼 보호장구와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다.

119 상황실이 질병관리본부 측과 상의한 결과, ‘에볼라 이야기는 꺼내지 말고, 그냥 밀어 넣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시간 가까이 지난 후 지정병원이 아닌 응급실에 진입했지만 다음날 사망하고 말았다. 문제는 최종 진단이 말라리아였고, 에볼라 발생국에는 다녀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든 현상은 예측가능하였다. 지난 2003년 중국에서 괴질이 발생하고 세계로 번져 나갔다. 진료에 착출된 중국군 간호사가 보도사진 속에서 눈물을 뿌렸다. 의료진들이 죽어 나간 후에야 ‘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수한 대학병원들이 ‘암환자가 중요하다’면서 지정병원이 되기를 거부하였다. ‘우리는 00 0공업 부속병원이며, 00시민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몇몇 시립병원과 지방 국립대학병원이 총대를 맷다. 인근 주민들이 시위를 했다. 지정병원으로 소문나면 환자가 줄었다. 지정 자체가 비밀이었다. 보건소와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거쳐 허락을 얻은 후 환자가 가게 하겠다고 정부가 지정병원에게 약속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돌아온 감기환자들이 아무 응급실에나 들이 닥쳤다. 병의원과 공항세관에서는 연락도 없이 응급실로 환자를 보냈다. 첫 환자가 우리 응급실에 들어 왔을 때, 적절한 격리병실은 커녕 바이러스를 막아준다는 ‘특수 마스크’ 마저도 없었다. 초대받지 않은 시당국 대책회의에 나가 하소연한 후에야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얻었다. 병실에 착출된 간호사들이 공포에 떨었다. 엑스레이를 찍은 후에는 방사선과를 통째로 소독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스로 확진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그 뿐이었다. 사스는 잊혀졌다. 시행착오의 경험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지 못했다.

완벽한 대비는 없다. 미국의 간호사들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에볼라 지정병원을 공개하고 있다. 비밀 지정은 성공적이었다. 응급실 의사마저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지와 비밀은 공포와 불신을 낳는다. 그 것이 2008년의 광우병 사태의 원인이었다. 신뢰는 식량이나 군대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뢰와 소통의 부재이다. 최소한의 보호장비나 교육도 없이 지정부터 하고 보는 정부를 의료진은 믿지 않을 것이다. 119 상황실이 문제였다. 에볼라, 환자, 의사와 질병관리본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유언비어를 만들고 공포를 확산시켰다. 서투른 중매에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뺨을 맞았다.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소방, 경찰과 해경은 백서를 쓰지 않는다. 국회가 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서 작성의 의무는 지자체에게만 주어져 있다. 드물게 쓰여진 백서가 아무도 모르는 캐비넷 속에 들어 있으니 잘못된 매뉴얼이 교정되지 않고 있다. 급한 상황에서의 자신과 상대의 역할을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평소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급한 상황에서 관계부처들이 서로 협조할 수 있다. 그래야 세월호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하나의 재해에 대해 다수의 정부기관이 각자 백서를 작성하고 온갖 매뉴얼을 공개하고 있다. 제목만 치면 인터넷에서 회의자료와 발언내용을 찾을 수 있다. 상대가 누구이건,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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