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희 요양병원협회장 “초고령사회 대비 간병 급여화 전면 시행 앞당겨야”

[라포르시안]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 간병인의 환자 학대 및 폭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간병을 건강보험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인천의 모 요양병원에서 간병인들이 19세 뇌질환 환자를 학대하고, 치매환자 입에 박스 테이프를 붙인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요양병원 간병인이 입원환자의 항문에 수차례 기저귀 위생패드를 집어넣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간병인에 의한 환자 폭행, 학대가 잇따르고 있다. 

요양병원 간병인들의 불미스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적 간병’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달리 요양병원의 간병시스템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간병 인력을 공급하는 소위 간병협회와 개별적인 간병계약을 맺은 뒤 개인간병 또는 공동간병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적 간병이다 보니 간병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간병인이 요양병원 소속 직원이 아니어서 요양병원은 이들을 교육하거나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간병인의 부도덕한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요양병원은 해당 간병협회에 간병인 교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 외에 달리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중심정맥영양, 인공호흡기, 뇌성마비, 사지마비 등으로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의 경우 입원 치료비와 별도로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를 감내해야 한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도 잊을 만하면 간병인의 환자 폭행 또는 학대 사건이 터지고 있어 ‘고려장’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양시설의 경우 간병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주 5일,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한다. 하지만 요양병원 간병인은 1명이 24시간 근무하는 형태여서 삶의 질이 최악이다. 

요양병원협회는 "입원환자도, 병원도, 간병인도 불편한 요양병원 간병시스템을 인권 친화적이면서, 안전하고, 삶의 질이 보장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간병을 책임지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간병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요양병원은 간병인에 대한 존엄케어 교육, 일탈행위 근절이 가능하며 간병인 역시 2교대 또는 3교대 형태로 근무할 수 있어 적절한 휴식과 개인 사생활이 보장된다.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에 연간 10조 원 이상의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대한요양병원협회 추계에 따르면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인 3교대, 6대1 간병을 하고, 국가가 간병비의 80%를 부담하면 연간 1조 3천억 원이면 충분하다. 

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간병살인, 간병인의 환자 폭행과 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환자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선진 간병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국가가 요양병원 간병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남충희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지원 1차 시범사업을 하고, 2027년부터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인구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간병 급여화 전면 시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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