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서영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서영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라포르시안] 서영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연세대 청각재활연구소장, 국가 지정 청각참조표준데이터센터장, 청각빅데이터센터 실무 책임자로서 한국인 참조표준 청력 데이터 수집 및 청각 데이터 지도 제작 등 다양한 기초·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임상의사이자 교원 창업기업으로 청력계 KOLAS 교정기관 오디에스오(Audiso) 대표로서, 난청 진단·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의료기기는 물론 인공지능(AI) 웨어러블 안진기부터 가상현실(VR) 기반 ▲순음청력검사 ▲이석증 진단·교육 ▲전정 기능 재활훈련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서 교수가 청각 분야 전주기를 아우르는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미충족 의료서비스 공백과 의료자원 부족을 해소하고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그 목적이 있다. 서 교수는 “난청 환자는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53.6%로 절반을 넘는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로 향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난청 치료를 위해서는 기초연구를 통한 치료제 개발도 필요하지만 1차 병의원 의사·청각사 등 전문인력이 난청을 정확히 검사·진단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 많다. 강릉지역의 경우 이비인후과 의원이 8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인근 의원이나 의료시설에서 난청이나 어지럼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AI 및 VR을 접목한 웨어러블 안진기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해 내년 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청·어지럼증 등 ‘청각 질환’ 전주기 솔루션 제공”

서영준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웨어러블 안진기는 중추성 및 말초성 어지럼증 감별진단과 재활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기존 안진 검사의 한계점을 개선한 제품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비디오 안진 검사 장비는 대부분 안구운동에 대한 민감한 측정이 가능하지만 검사 방법과 환자 착용에 불편함이 있었고 대형 안진기로 이동 또한 용이하지 않았다. 반면 웨어러블 안진기는 소형화를 통해 사용성을 높이고 안진 검사의 신뢰도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자이로센서 및 외부 터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교정) 기능을 구현했다. 특히 딥러닝 기반 안진 영상 눈 중심 추적 알고리즘을 적용한 진단 표준화를 실현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기능과 사용법을 최적화했다.

서영준 교수가 웨어러블 안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영준 교수가 웨어러블 안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교수는 “안진 검사는 어지럼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대형 안진기의 적외선(IR) 카메라로 미세한 안진을 측정해 진단받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환기했다. 

이어 “웨어러블 안진기는 환자가 먼 거리의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1차 병의원에서 해당 제품에 적용한 AI 분석 기술로 안진에 따른 좌표화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안진기를 통한 어지럼증 진단뿐만 아니라 환자가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접목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상용화했다. 

현재 병원에서 시행하는 어지럼증 환자의 전정재활운동은 환자의 머리를 고정한 후 눈만 이용해 움직이지 않는 두 물체에 빠르게 초점을 맞추는 ‘홱 보기 운동’과 머리를 고정한 후 눈만 이용해 움직이는 사물을 따라가며 보는 ‘따라보기 운동’이 이뤄진다. 종합병원의 경우 이비인후과에서 전정재활운동에 따른 수가는 40분 기준 약 2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어지럼증 재활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그 정도에 따른 통제된 VR 환경을 제공해 움직이는 물체를 주시하면서 홱 보기·따라보기 운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마트 등 현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장소 또는 산·바다 등 자연환경을 산책하면서 이뤄지는 게임형 치료 콘텐츠로 재활훈련 몰입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내린 눈의 각도나 운동 횟수·난이도 등 처방을 환자가 집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 후 운동이 가능하고, 그 실행 여부를 의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재활훈련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서 교수는 “홱 보기·따라보기 운동은 실제 어지럼증 환자에게 시행되는 이비인후과 행위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 한 명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어지럼증 환자 또한 질환 특성상 병원을 오고 가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임상의사로서 어지럼증 환자가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환자가 가정에서 손쉽게 어지럼증 재활 운동·치료를 할 수 있도록 VR 기술을 이용한 의사 처방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개발했다”고 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한 상황서 이상과 현실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

앞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미충족 의료서비스 공백을 해소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영준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할애하는 진료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환자들은 24시간 365일 본인의 건강을 챙겨줄 주치의가 있었으면 하는 니즈가 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DTx업계 선두 주자였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경영난으로 파산하고 최근 발표된 처방 수가를 고려했을 때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의사들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환자의 직접적인 행위를 유도하는 인지 행동치료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이 이뤄지고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 의사들의 임상 연구 참여와 관련 논문 또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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