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시장 점유율 2% 그쳐…“환자들, 가격보다 안전성 더 중시”

[라포르시안] 지난해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글리벡의 특허 만료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글리벡 제네릭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 성공을 자신했다.

부광약품의 ‘프리벡정’을 시작으로 CJ헬스케어,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ST, 보령제약 등 15개 제약사가 글리벡 제네릭을 쏟아냈다. 당초 제네릭이 출시되면 저렴한 약가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글리벡은 여전히 건재하다.

10일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글리벡의 제네릭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고작 2%에 그친 반면 글리벡은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글리벡 제네릭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제약사들은 글리벡 제네릭을 런칭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했다. 글리벡보다 80% 저렴한 가격으로 연간 환자 약제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벡정은 100mg 한알 가격이 3,535원으로, 글리벡 100mg(2만1281원)보다 무려 83% 저렴하다. 이렇게 되면 백혈병 환자 1인당 글리벡의 연간 총 약제비용은 3.100여만원인 반면 프리벡정은 500여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물론 백혈병치료제 처방은 약가의 95%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문제는 항암제의 경우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가격’보다 ‘안전성’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글리벡의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과 다른 화학식 구조를 갖고 있으며, 생동성실험을 통해 허가를 받았을 뿐 환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부작용이나 효과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가 낮은 편이다. 한 대학병원 혈액내과 전문의는 “항암제의 경우 안전성 등을 고려해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다”며 “환자를 우선하는 의료진에 있어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더 싸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 전망을 판단하기에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리벡 제네릭을 출시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글리벡 제네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됐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최소 1년여가 걸리는 만큼 좀 더 지나보면 환자들의 인식이 달라져 시장 변화가 오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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