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정부여당, 보건의료 등 규제개혁 총공세…“기득권 집단 반대엔 단호히 맞서” 경고 메시지까지

▲ ytn 뉴스 화면 캡쳐. 지난 3일 열린'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규제완화 이행이 더디다고 관련부처를 질책했다.

[라포르시안] 보건의료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이른바 '민생법안'으로 지목한 각종 법안의 국회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여론조성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잇달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장관과 여당 대표가 관련 산업계 단체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잘못된 규제는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라"거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반대에는 단호히 맞서 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지난 8일 관계장관들과 함께 민생관련 30개 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이번 회기에 민생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솓아냈다.

최 부총리는 특히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지목하며 가장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중점법안으로 꼽았다. 

사흘 뒤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나섰다.

정 총리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가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30여개 법안은 모두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1년이 넘게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2년이 넘은 법안도 있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 정홍원 국무총리가 29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법안 처리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국무총리실. 사진 맨 오른쪽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담화문 정권'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도 부족했던지 최경환 부총리가 다시 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단과 오찬 간담회 자리를 열고 담화문보다 좀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서비스산업은 밥그릇 싸움과 이념논쟁의 틀에 사로잡혀 '총론찬성·각론반대'의 지지부진한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해왔다"며 "지난달 12일 발표한 7대 유망서비스업 육성 대책의 시행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반대, 정파적 이익을 위한 반대에는 단호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법안이 '의료 민영화 괴담', '가짜 민생법안'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8월 임시국회도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됐는데 정기국회에서는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얼핏 듣기에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의료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입법에 반대하는 것이 관련 단체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여기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들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난 3일에는 여당 대표와 박 대통령이 동시에 나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방문해 관련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간담회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 차관이 참석했다.

▲ 사진 출처 : 새누리당 홈페이지

간담회 형식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환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잃어버린 성장 동력을 되찾고 청년들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며 "정부에 따르면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약 15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 및 18만명 수준의 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할 수 있는데 하루빨리 입법화가 필요한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오랫동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료, 관광 등 개별 서비스 분야에서도 하루빨리 풀어야 할 규제들이 아무런 진전 없이 논쟁만 거듭되고 있다"며 "해외환자에 대한 의료광고 허용, 유해시설 없는 관광숙박 시설의 학교정화구역 입지 허용 등 내수활성화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조속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재되어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 법안은 정치나 당파적 싸움을 초월해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여당 대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한 그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자리에서 규제개혁 속도가 더딘 것은 강하게 질책하고, 정부 부처가 더욱 의지를 갖고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고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지금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원점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고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관련 이익단체의 기득기 지키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 역시 규제개혁의 최우선 분야로 서비스산업을 지목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은 성장률 둔화와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이고,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해갈등이 많아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고 한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눈 딱 감고 화끈하게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건축분야의 덩어리 규제 해소를 강조하면서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으세요, 전부 그냥"이라고 말하며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결과와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이 문형표 복지부 장관

복지부 '투자활성화 대책' 이행 압박감 상당한 듯 이처럼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대표,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연일 공개석상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하는 탓에 관련 부처가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할 것 같다.

최근 제주도에 들어설 제1호 외국영리병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싼얼병원 관련해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9월 중 설립 승인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형표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 담당 공무원들이 최근 잇달아 언론과 접촉을 갖고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각종 규제완화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청와대와 여당, 기재부 등의 강한 압박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연일 규제 혁파를 촉구하는 가운데 야당은 이에 반발하며 정부가 국회 처리를 촉구한 법안이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지난 4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이 과연 국민을 위한 선택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물론 의료관련 단체 모두가 반대하는 의료영리화도 규제 완화의 광풍으로 몰아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한 대변인은 "방송에 나와 이와 같은 규제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으로 반민생, 반서민 정책을 아무 거리낌 없이 선전하고 포장하는 정부의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무능으로 야기된 경제문제를 과장하며 규제개혁을 위한 골든타임만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절망감마저 느끼게 된다"고 비난했다.

시민사회·의료계 강력 반발…병원협회는 찬성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지목한 민생법안이 재벌기업을 위한 특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합동으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호소문’을 발표하며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목한 9개의 민생법안을 분석·평가한 결과, 관광진흥법, 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재벌 특혜 법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재벌대기업을 시범사업에 포함시키고 원격의료 대상 환자 및 의료기관의 범위가 과도하게 설정돼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재벌 대기업들에게 새로운 돈벌이 시장을 열어주는 의료산업 활성화에 치중한 법안이므로 민생법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의료계도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국민과 의사 모두 반대하는 의료영리화를 정부가 강행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정부가 발표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국민 뿐 아니라 전문가와도 소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불통정책"이라며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영리화, 의료상업화 논란과 맞물려 그간 사회적 논의가 상당했음에도 의료계ㆍ시민사회의 의견에 따른 정책수렴 사항이 전혀 없이 정부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맞서 의협을 중심으로 강경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일부 시도의사회는 의협 차원에서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체를 결성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2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최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간담회가 끝난 후 기념촬영. 사진 맨 뒷줄 오른 쪽 끝이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이다.  사진 출처 : 기재부

반면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정부와 여당의 규제개혁 여론화를 위한 간담회에 단골로 참석하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상근 회장은 지난 2일 최경환 부총리가 주최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단과 오찬 간담회에도 병원계를 대표해 참석했고, 지난 4일 김무성 대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해 가진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대표자, 즉 병원경영자 단체인 병협은 앞서부터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적극 찬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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