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데이터 조작에 관여한 전 직원 검찰에 체포…"우리도 시판후 임상시험 재점검 해봐야"

▲ 일본 NHK의 디오반 임상조작 관련 뉴스 보도화면 캡쳐.

[라포르시안]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 임상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이 노바티스 전 직원이 체포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불거지고 있다.

일본 도쿄지검은 최근 디오반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노바티스의 전 직원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도쿄지검이 노바티스 전 직원을 체포한 것은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노바티스 일본법인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이번에 체포된 노바티스 전 직원은 일본 교토현립의과대학(KPUM)가 디오반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임상시험에 직접 관여하고, 연구결과 데이터를 조작하는데도 관여한 인물이다.

일본 NHK는 "논문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체포 된 노바티스 전 직원이 데이터 조작의 일부가 연구에 참여한 의사의 지시대로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또 "이 직원이 지난해 데이터 조작 사건이 발각된 이후 연구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임상연구의 데이터 분석은 대학에서서 담당하고 자신은 조언 등의 간단한 행위만 한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노바티스는 일본 내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 3000명을 모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 혐의와 함께 연구결과 논문이 발표된 후 임상에 참여한 의사가 참여하는 강연회를 전국에서 열고 그때마다 강연료로 10만엔~20만엔을 지불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일본 교토현립의과대학(KPUM) 심혈관내과 소속 교수가 디오반 관련 임상시험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의료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KPUM 소속 히로아키 마츠바라 교수가 발표한 ‘교토심장연구(Kyoto Heart Study)’라는 임상시험은 3,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실시됐으며, 환자들에게 발사르탄과 대체약물들 중 하나를 투여하고 그 차이를 비교분석하는 식으로 이뤄죴다.

2009년 8월 유럽 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디온안지오텐신 수용체 저해제인 발사르탄(디오반)이 다른 혈압약들보다 심혈관 발작 예방 효과가 높다는 것이었다.

연구책임자인 마츠바라 교수는 논문 결과를 토대로 디오반이 심혈관계 고위험 환자에서 뇌졸중이나 협심증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줄일 뿐 아니라 특히 아시아 인들에서도 그 효과를 입증한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디오반을 복용한 환자군의 부작용 발병 인원 수는 줄이고, 반대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발병 인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일본 교토현립의과대학에 이어 지케이의대에서도 임상시험 결과 조작 가능성이 드러난 바 있다.

문제의 임상시험은 2007년 4월 랜싯(The Lancet)에 실린 '지케이 심장연구(Jikei Heart Study)'에 관한 것이다.

지케이 심장연구는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3년 동안 발사르탄과 다른 혈압약의 효과를 비교한 것으로, 연구 결과 발사르탄을 복용한 환자한테서 혈압 개선과 함께 뇌졸중, 심부전, 기타 심혈관 합병증의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케이의대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30일 발표된 중간보고서에서 "랜싯에 발표된 논문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분석에 사용된 고혈압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환자의 실제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를 지휘했고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였던 세이부 모치즈키 교수(심장학)는 기자회견에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고 실토하며 관련 논문의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의 디오반 연구결과 조작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의약품 시판후 임상시험의 연구 투명성 확보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임상시험 연구결과 조작이 의약품의 약값 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디오반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시판 후 임상연구의 투명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일본 조차 임상논문이 조작되는데 우리라고 조작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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