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013년 자살실태조사' 결과 공개…자살시도자 자살률 일반인의 25배

[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자살사망자의 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 사망에 이르는 4가지 유형을 규명했다. 이를 근거로 자살위험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위험요인 14가지를 추출해 냄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자살예방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살시도자의 실제 자살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25배나 더 높고, 암 진단을 받고 6개월 미만인 집단의 자살위험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자살의 다차원적 원인을 밝히고, 자살사망자 및 시도자의 특성과 위험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 등에 의뢰해 실시한 '2013년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 사망자 관련 통계자료 분석, 자살시도자 면접조사 및 대국민 자살인식조사 등으로 실시됐다.

심리적 부검 결과 = 심리적 부검은 총 72건의 자살사망 사례에 대해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과 유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졌다.

72건의 자살사망 사례에 대한 심리적 부검 결과, 우리나라의 자살사망 유형으로 ▲급성 스트레스 유형(제1유형) ▲만성 스트레스 유형(제2유형) ▲적극적 자해·자살시도 표현 유형(제3유형) ▲정신과적 문제 유형(제4유형) 등 4가지 유형이 밝혀졌다.

급성 스트레스 유형은 자살 12개월 이내 발생한 경제·대인 스트레스 등 특정 사건으로 인해 급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이며, 만성 스트레스 유형은 질병, 폭력, 학대, 빈곤 등의 만성적 스트레스가 전 생애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특정 촉발 사건에 의해 사망에 이른 경우이다.

적극적 자해·자살시도 표현 유형은 절망감 등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자살의도를 주변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해 및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망이 발생한 경우를, 정신과적 문제 유형은 하나 이상의 정신과적 문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자살사건으로 사망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유형 구분이 가능한 71건의 사례 가운데 제1유형은 19건, 제2유형은 17건, 제3유형은 13건, 제4유형은 22건 등으로 집계됐다.

조사팀은 이번 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 위험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14가지 자살 위험요인을 규명했다. 

공통 위험요인은 거의 모든 자살사망자에서 1개 이상 나타나는 자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높은 징후로 ▲자해 2회 이상 또는 자살시도 1회 이상 ▲최소 2회 이상의 반복적인 자살의도 표현 ▲정신과적 진단 1회 이상(우울증 포함) 등 3가지가 파악됐다.

조사팀은 공통 위험요인이 1~2개 이상, 추가적 위험요인이 3~5개 이상, 연령대별 가중위험요인이 포함된 경우 자살이 임박한 상태로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고위험 단계로 분류했다.

사망자 관련 통계자료 분석 = 사망자 통계분석은 건강보험 가입자 중 공무원, 교직원 및 건강검진 참여자 등 20세 이상 320만명의 관련 통계자료를 이용해 분석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자살사망자의 사망 전 의료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사망 1년 전에 남성은 정신과적 질환과 상해, 여성은 정신과적 질환과 소화기계 질환, 상해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의 증가율이 50%로 모든 진료과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여성은 정신과적 질환(52%)과 소화기계 질환(47%)의 의료 이용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의 자살 전 우울증 관련 약물의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약물 이용이 증가한 가운데 수면제(109%)와 항정신병 약물(75%)의 이용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 진단이 자살위험도를 크게 높였다.

암 등 중증질환이 걸린 경우의 자살 위험을 분석한 결과, 암 진단 후 5년 이상 경과한 집단에 비해 암 진단 6개월 미만인 집단에서 자살위험도가 남자는 2.6배, 여자는 3.0배 더 높았다.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살위험도가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중증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시도자 면접조사 = 자살시도자 면접조사는 지난해 17개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1,35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과 2007년에서 2011년까지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8,848명의 자료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면접조사 결과, 자살시도자의 자살시도 이유로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31.2%, 경제적 문제 10.1%, 신체질병 5.7% 등으로 나타났다.

자살시도자는 고령으로 갈수록 신체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이 증가하며, 특히 50대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70세 이상은 73.2%가 신체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자살시도자의 44%가 음주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자살시도와 음주의 높은 관련성이 확인됐다.

자살시도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인구집단에 비해 실제 자살사망률이 상당히 높았다.

2007년에서 2011년까지 전국 16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8,848명을 201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통계청에서 파악된 가장 최신 사망자료에 근거해 사망여부를 파악한 결과, 자살시도자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236명(연간 10만명당 약 700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했다.

이같은 수치는 일반인구의 자살사망률(2012년 기준 10만명당 28.1명)에 비해 약 25배 높은 것이다.

자살시도자 가운데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60대의 경우 10대 자살시도자에 비해 자살위험도가 3.6배 높았고 70대는 3.0배로 60대 이후 자살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자살위험도가 1.9배 높았고, 남성 자살사망자의 절반이 자살시도 7개월 이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이 자살시도 후 조기에 재시도해 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자살사망자가 자살수단으로 이용한 방법 중 50%가 목맴, 17%가 추락이지만 이러한 수단은 매우 치명적이어서 대부분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러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특징적인 것은 고령일수록 농약 음독으로 인한 자살 기도 비율이 증가해 70대에서는 34.0%에 이르렀고, 번개탄 등 가스 중독으로 인한 자살시도는 30~40대에서 11.4%로 가장 높았다.

대국민 자살인식조사 =  인식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표본추출해 대면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73.9%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자살만이 유일한 합리적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16.9%,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리가 있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18.3%로 나타나는 등 일부 국민들은 자살에 수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는 심한 불치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라는 물음에 56.0%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여 자살을 문제해결의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자살한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는 물음에 47.7%가 그렇다고 답변했는데 실제로는 자살을 말하는 사람의 자살위험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있어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교육 등의 강화 필요성이 지적됐다.

정부 대책은 =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자살시도자의 자살사망 위험성이 일반국민에 비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자살고위험군을 발굴·개입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농약, 번개탄 등 지역별, 연령별로 자살시도 수단의 차이를 규명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자살수단 차단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자살고위험군 조기 발견 및 연계를 위한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양성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노인, 복지 사각지대 계층 등 자살취약계층을 위한 보건과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 통합적 자살고위험군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시도자, 유가족 등 자살고위험군의 자살예방을 위해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유가족 심리지원 사업 등 자살고위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이와 함께 자살수단 접근성 차단, 국민 정신건강증진 등의 내용이 포함된 중장기적인 범부처 차원의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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