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부국장]  본지는 지난 25일자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해마다 임직원들의 단체보험 가입을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민간보험사에 지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독자들의 반향이 의외로 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하루 종일 기사가 공유됐다. 일부 독자는 편집국에 전화를 해 양 기관을 성토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기사를 접한 독자들의 반향은 컸다. 대부분 극심한 분노와 허탈감을 표출했다. 건강보험제도의 핵심 기관에서 임직원의 복지를 이유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민간보험 가입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가장 앞장서서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을 홍보해온 기관들이 정작 자신들은 해마다 민간보험을 통해 특정 질환과 상해 발생에 대비한 보충장치를 마련해 뒀다는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임직원들을 위해 암과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 민간보험을 통한 진료비 보장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은 엄청났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물론 임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일반 기업이나 기관에서 단체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또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의 핵심 운영주체인 건보공단과 심평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차별을 하자는게 아니다. 양 기관이 사용하는 관리운영비는 모두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란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인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들이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건강보험제도는 국민 건강권 보장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장치이다. 이를 위해 사용해야 할 건보료 수입을 양 기관의 임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민간보험 단체가입 비용으로, 그것도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보장하는 데 지출한다는 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안을 놓고 지적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건공보단과 심평원이 임직원 단체보험을 가입함으로써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보장성에 있어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였다. 또 암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77.8%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건보공단과 심평원 임직원의 건강보험 보장률, 특히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어떻게 될까. 양 기관은 단체 가입을 통해 최초 암진단시, 경계성종양과 갑상선암 진단시, 급성기미근경색 및 뇌졸중 등의 진단시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보장토록 가입조건을 제시했다. 또 입원일당 보험금을 지급하고,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진단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에 있어서 양 기관의 임직원들은 분명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해 훨씬 더 높은 의료보장성을 누린 셈이다. 그것도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지출해 민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말이다.

게다가 일반 국민이 이런 중증질환이 보장되는 민간보험 상품 가입시 부담하는 보험료는 양 기관 임직원이 단체가입할 때보다 훨신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의 임직원은 다른 건강보험 가입자들과 비교해 특혜를 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험전문가들은 민간보험사가 이런 공공기관과 단체가입 계약을 맺으면서 싼 보험료를 책정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나머지 비용부담은 결국 일반 보험가입자들에게 전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시정 조처를 취해야 한다. 다른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더라도 건보공단과 심평원이라면 해선 안 될 일이다. 아마 양 기관도 그 이유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민이 낸 건보료를 이용해 민간보험사의 단체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그 보장항목에 중증질환을 포함시킨 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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