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실험용 마우스의 혀 속에서 자라는 칸디다균(사진 왼쪽)과 피치아균 추출물에 의해 제거된 모습(사진 오른쪽). 사진 출처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3/friendly-fungus-protects-our-mouths-invaders

[라포르시안]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집(microbiome)을 논할 때 보통 세균만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진균(fungi)도 서식한다. 그런데 최근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는 피치아(Pichia)라는 진균이 서식하며, 아마도 유해한 진균(예: 칸디다)에 의한 감염증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더욱이 이 우호적인 진균이 분비하는 물질은 새로운 항진균제(antifungal drug)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칸디다는 인간의 입 속에서 아무 말썽 없이 지낸다. 그러나 인간의 면역계가 약화될 경우 칸디다는 망나니로 돌변하여 아구창(thrush, 또는 구강 간디다 감염증)을 일으킨다. 아구창은 특히 HIV 감염 환자들에게 흔한데, 아구창 환자들은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

미국 케이스웨스턴 리저브대학교의 마흐무드 가노움 교수(진균의학)는 "구강 속의 미생물군집이 교란되면 아구창 들의 질병에 걸릴 수 있다. HIV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집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면, 칸디다의 증식을 억제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노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2명의 HIV 감염환자와 12명의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구강의 미생물군집을 채취하여 비교검토했다. 기존의 가설 중 하나는 "구강에 서식하는 세균이 진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이었으나, 연구진은 두 그룹의 구강세균 구성으로부터 아무런 차이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관점을 바꾸어, 두 그룹의 구강에 서식하는 진균을 비교해 보았다. 비교 결과,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는 HIV 감염환자보다 많은 종류의 진균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중 하나가 칸디다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문제의 진균은 피치아(Pichia)라는 생소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자세한 분석 결과, 피치아가 많이 서식하는 구강에서는 칸디다가 적게 발견되었다. 이에 연구진은 "HIV 감염 환자의 경우 피티아가 부족하여 칸디다 감염에 취약해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피치아가 칸디다를 죽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라이벌을 혼합하여 배양해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치아는 증식하는 반면 칸디다는 쇠퇴해 갔다.

연구진은 "피치아가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칸디다를 물리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치아 배양물에서 진균 세포를 걸러냈다. 진균 세포를 걸러낸 배양액은 강한 항진균 활성을 갖고 있어서, 칸디다의 증식을 억제함은 물론 바이오필름의 형성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이 물질을 칸디다 감염증에 걸린 마우스에게 투여하자 마우스의 혀에 존재하는 칸디다를 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아 추출물의 효과는 현행 아구창 치료제인 니스타틴(nystatin)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과정을 정리하여 PLOS 최근호에 기고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피치아 추출물이 다른 진균들(예: Aspergillus, Fusarium 등)의 증식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치아 추출물이 광범위 항진균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피치아 생균이 함유된 가글제(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여 칸디다 감염 고위험군(HIV 감염환자 등)에게 사용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코네티컷 대학교 보건센터의 Anna Dongari-Bagtzoglou 박사(구강 미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진균감염증의 예방 및 치료 분야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가져왔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HIV 감염 환자의 몸에 서식하는 진균집단을 최초로 연구한 것은 물론, 동일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세균과 진균을 동시에 연구했다는 데 있다"며 "세균과 진균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세균과 진균이 서로 경쟁한다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행연구에서는, 일부 세균이 칸디다와 합세하여 감염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에서 피치아가 칸디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HIV 환자가 아구창에 잘 걸리는 것은 피치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으려면 보다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Dongari-Bagtzoglou 박사는 "미생물군집 분야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미생물총 변화가 면역장애의 원인이냐, 결과냐`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똑같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3/friendly-fungus-protects-our-mouths-inv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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