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욱(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10~30대 젊은 연령대의 크론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상당수가 학업이나 사회 경제생활을 활발하게 해야 할 연령이란 점에서 적극적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활동성이 높은 젊은 환자들이 많은 크론병 특성상 경구용 치료제의 이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는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크론병 발병 양상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는 점을 꼽으며, 환자 특성에 맞춘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 수는 2010년 1만 2,234명에서 지난해 3만 1,098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지난해 크론병 환자 중 10~30대 환자 수는 2만 709명으로 전체의 약 67%를 차지했다.

크론병 환자 증가 요인 중 하나로 환경적 측면을 꼽았다. 황성욱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미상이지만, 유전적 배경이 있는 사람이 환경적 요인이나 장내 미생물의 변화로 인해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원인으로 사료된다”며 “감염성 장질환과 염증성 장질환은 설사, 복통 등의 주 증상은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염증의 원인이 확실한 감염성 장염과 달리 원인불명의 염증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는데, 이중 크론병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중에서도 대장에 염증이 국한되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염증이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 퍼져 있으며 깊은 궤양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보다 진단과 치료가 좀 더 어려운 질환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론병의 주된 증상은 설사, 복통과 더불어 체중 감소, 피로감, 발열 등을 들 수 있고, 항문 밖으로 고름 등이 나오는 치루, 항문 주변의 농양 등도 크론병에 주요하게 동반되는 증상”이라며 “복통은 오른쪽 아랫배에서 쥐어짜는 듯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나, 염증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뚜렷한 원인 없이 지속적으로 체중이 감소하고, 복통, 설사가 4주 이상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생물학적제제·JAK 억제제 등 표적 치료제, 점막 치유에 효과”

최근의 크론병 치료 트렌드로 ▲조기치료 ▲목표 지향적 치료와 엄격한 조절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및 소분자제제(JAK 억제제 등)의 도입 등을 꼽았다.

황 교수는 “크론병이 발병하면 염증이 지속되면서 손상이 누적돼 협착, 누공, 대장암 등과 같은 합병증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장 손상이 누적되기 전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증상이 처음 나타나거나 급성으로 악화됐을 때 관해기를 유도하기 위한 유도요법과, 증상이 호전되면 지속적인 투약으로 관해기 상태를 유지하는 유지요법을 사용한다. 

황 교수는 “크론병 진단 후 초기에는 주로 5-아미노살리실산(5-ASA,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을 사용한다”며 “이런 약제의 단계적 사용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다음 단계로 생물학적 제제 혹은 JAK 억제제와 같은 소분자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치료 목표를 기존에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 이외에도 내시경으로 관찰했을 때 장 점막의 염증이 소실된 상태인 점막 치유까지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점막 치유를 달성해야 질환의 예후가 더 좋고 합병증 등이 효과적으로 예방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과거 크론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소분자제제가 없었으나, 올해 4월 JAK 억제제 중 하나인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가 크론병 치료에 허가 받으면서 경구제를 치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황성욱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등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표적으로 차단하는 표적 치료제는 점막 치유에 더 효과적”이라며 “이중 경구제인 JAK 억제제는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알약 형태로 복용하기가 편리하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활동성이 높은 젊은 환자들이 많은 크론병의 특성상 경구제의 이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의 생물학적제제와는 달리 새로운 기전을 가지면서 경구로 투여할 수 있는 약제가 도입됨으로써 치료 시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약제를 사용하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치료의 유지”라며 “크론병은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율이 높아지므로 증상 호전만으로 방심하지 말고 꾸준한 약제 투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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