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팀장)

[라포르시안] 헬스케어는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도입이 더디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약 100년 뒤 환자 치료에 과연 병원이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질 만큼 미래 헬스케어 혁신과 환자 치료 향상을 위한 정보기술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정보기술 활용은 그 중심에 ‘병원정보시스템’(Hospital Information System·HIS)이 자리 잡고 있다. HIS는 병원에서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시스템을 활용해 헬스케어 정보를 저장·검색·공유·분석하고, 이를 통해 의료 공급자와 환자는 물론 기타 이해관계자 간 안전한 정보 교환을 가능케 하며 헬스케어 서비스 향상과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지원한다. 특히 전자의무기록(EMR)·처방전달시스템(O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를 비롯해 개인정보 보호·보안시스템, 원격 의료,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시스템으로 구성된 HIS는 의료진이 환자 정보에 접근해 더 나은 진단·치료를 지원하고 환자와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며, 진단 개선과 오류 감소로 효율성을 높여 헬스케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의료기관에서의 HIS 활용은 컴퓨터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1960년대 컴퓨터가 진료비 계산과 청구 그리고 일정 조정과 같은 행정 업무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초기 컴퓨터 시스템은 의료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종이 기반 문서 작업에서 전자 형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1970년대에는 병원에서 행정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HIS를 확대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기능이 제한적이고 상호운용성도 부족했다. 이후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으로 전자의무기록(EMR)이 개발됐다.

뒤이어 1990년대에는 헬스케어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 도입이 HIS의 중요한 이정표로 등장했다. 이때부터 인터넷 기술과 원격 의료 응용 프로그램도 활용돼 헬스케어 서비스와 특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 또한 2000년대 초에는 의료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치료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다양한 계획과 법률이 생기면서 HIS 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 HIS는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적 혁신에 의해 급속히 발전해왔다. 뿐만 아니라 AI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통합으로 데이터 분석, 임상의사결정지원(CDSS) 및 건강 관리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청진기가 사라진다’를 펴낸 Eric Topol은 HIS가 담고 있는 임상 기록·라이프로그·개인 유전체 등 다양한 정보 통합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IS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헬스케어 혁신과 환자 치료 향상으로 더 건강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헬스케어 분야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100년 뒤 헬스케어 산업 변화를 예측해달라고 자문한 결과, 지금의 병원에서 치료하는 부분들이 병원 밖으로, 특히 가정에서의 치료와 유전체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 방식으로 보편적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했다.

좀 더 살펴보면 유전체 데이터, 의료 사물 인터넷(IoMT), 블록체인 기술의 통합은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방식을 혁신시키고 개인들이 자신의 웰빙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의료진 또한 통합된 헬스케어 데이터와 AI 기반 연구가 유전체학·단백체학 및 환경 요인에 기반한 맞춤형 정밀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로봇 기술은 수술·재활 및 노인 돌봄에 도움을 줄 것이며, 환자들은 기술과 원격 모니터링 지원을 받아 본인 집에서 치료받게 될 것이다. 나아가 AI와 아바타 선생님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더 편리하고 접근 가능케 하며, 환자 결과를 향상시키면서 의사와 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HIS는 ▲맞춤형 치료 ▲가정 기반 의료 ▲지식 민주화 ▲예방적 치료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포용 노력을 통해 더 큰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 IT실 실무자와 의료진 모두 다양한 헬스케어 정보기술을 활용해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향상과 의료 혁신을 이끌 HIS의 무한한 잠재력을 인식해 다가올 대변혁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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