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확진자 5만7천명까지 발생...사망자도 늘어
정부, 코로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추진
의료계 "검사·치료비 지원 중단되면 검사 기피로 가을철 대유행 초래할 수도"

[라포르시안]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등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1단계에서 2단계 조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여름철을 맞아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예년과 달리 여름철에도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감염병 발생이 지속되면서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방역 전문가와 의료계에서는 성급한 방역완화 조치로 가을철 코로나 재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24일 코로나19 감염병을 제4급 감염병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 고시' 일부개정안을 지난 24일 행정예고했다. 4급 감염병은 제1급~제3급 감염병 외에 유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표본감시 활동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인플루엔자, 수족구병, 급성호흡기감염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조정되면 감시체계가 전수감시에서 양성자 중심의 표본감시로 전환되고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에 따른 2단계 조치 이후 코로나 한시 수가의 단계적 종료 방안을 논의했다. 

로드맵 2단계 조치가 이행되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에 따라 코로나 진단과 치료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되고, 감염병 재난 대응을 위해 시행 중인 전면 지원 체계도 조정될 예정이다.

코로나 환자와 확진자와 접촉한 무증상자에게 폭넓게 적용했던 검사의 건강보험 지원을 축소하고, 한시적으로 무료로 적용된 신속항원검사(RAT)도 지원이 종료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단계 로드맵 2단계 전환을 앞두고 유행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는 7월 25일 5만814명에서 26일 5만7220명, 27일 5만1243명, 28일 4만8075명, 29일 4만8203명, 30일 4만4765명, 31일 1만8386명으로, 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4만552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일주일간 일평균 재원 위중증 환자는 174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직전 일주일(150명·8명)에 비해 늘어났다. 재원중 위중중 환자가 늘면서 지난 27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23명이 발생했다. 

유행 확산세가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신규 확진자가 곧 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여름철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의료기관이 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29주차(7.16.~7.22)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7.3명로 최근 4주 연속 증가하며 이례적인 유행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 유행 등 호흡기감염병 유행이 거세지는 데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과 그에 따른 진단 검사비 및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31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조정하는 고시 개정안이 확정되면 2단계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코로나19는 독감 수준으로 관리된다"며 "그러나 현재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에 비춰 질병청의 조치는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졸속 조치"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질병청은 코로나 19 전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조정하면서 기존에 의원급에서 주로 실시하던 전문가 신속항원검사비용과 치료제 약값을 환자본인이 부담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이는 일선에서 코로나 환자와 독감 환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매일 진료하는 동네의원 입장에선 너무나도 성급한 방역 정책완화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코로나 전문가 신속항원 검사를 비급여로 변경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환자 수가 대폭 줄어들고, 그로 인해 진단받지 않은 수만 명의 환자가 생겨 가을철 대유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질병청이 감염병 최일선에서 환자를 직접 맞닥뜨리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코로나19 검사비용과 치료제 약값을 환자 본인에게 부담시키는 조치에 대해서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한다"며 "동시에 코로나19의 전염병 단계하향을 신중히 고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료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8일 JTBC 담박인터뷰에서 방역당국의 코로나19 위가단계 로드맵 조정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는 여전히 인플루엔자보다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치명률도 1.6배 정도"라며 "독감과 동일하게 병원이나 취약 시설에 관리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탁상 행정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진단 검사비 지원이 중단되면 증상이 있어서도 검사를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확진자 7일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전환되고,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중단 및 보건소 선별진료소 축소 운영으로 검사자가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에 대해서 5일 격리 권고로 전화하면서 기업들도 유급휴가나 병가 대신에 개인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곳이 늘면서 증상이 나타나도 검사를 기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신속항원검사하면 진료비 포함해 5천원 정도로 검사가 가능하지만 비급여로 전환되면 비싼 데는 5~6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검사 비용 때문에라도 굳이 왜 검사해"라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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