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대한의사협회장)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3일 제41대 회장 취임식에서 “국가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회원들을 지키고 보호하며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자율과 책임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적정수가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필수의료체계의 개선을 이루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취임 후 2년이 지나는 동안 이필수 회장의 다짐은 어떤 성과로 이어졌을까. 간호법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 정부 보상 등 현안에 대해선 성과를 얻기도 했으나, 의료인면허관리강화법과 필수의료, 의대 정원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필수 회장과 집행부의 회무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회원들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불신임을 묻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이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취임 후 회원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회원을 위한 현안 해결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신과 집행부를 향한 비난은 겸허히 수용하고 회원을 위한 회무에 더욱 힘쓰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최근 이필수 회장을 만나 그간의 회무 및 현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과 남은 임기의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 2021년 제41대 집행부 출범 이후 의료계를 위해 최선을 다 해왔다. 제41대 집행부의 임기동안 의료계를 위해 목표한 바가 많고, 현안의 경중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모든 현안이 중요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풀어왔다. 회원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14만 의사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 사명과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4대 미션을 세우고 회무에 임해왔다.

첫 번째 미션은 회원 권익 보호 최우선이다. 취임 직후 회원권익센터를 개소했으며, ‘회원권익 향상’을 회무수행의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4만건 이상의 민원을 해결하며, 주요 민원을 엮어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민원 및 고충 사례가 의협의 새 정책 및 제도 개선에 더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보건의료정책 주도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여야 정치권 및 정부와 충분히 소통하고, 필요한 경우 강력한 행동을 시사하는 등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지속적으로 정부에 필수의료를 위한 제도적 법안이나 시스템 마련을 건의한 결과, 최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재원을 정부가 100% 부담토록하는 일부 개정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화한 응급의료 종사자를 위한 ‘선한 사마리안법’과 더불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개선안을 마련하고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세 번째는 의협 및 의사의 사회적 위상 강화이다. 제41대 집행부는 의협 홍보 및 국민과의 다양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공익캠페인을 비롯해 언론 매체 및 SNS 등을 통해 의협 이미지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의협은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마지막 미션은 미래의료 선도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의협은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발족해 의료계의 주요 화두인 비대면 진료, 의학정보원 설립, EMR 인증, 의협 주도 의료플랫폼 구축, 공적 전자처방전, 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통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변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전문가로서의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현 상황에 대처할 것이다.

- 41대 집행부 회무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 가장 큰 성과는 간호법 저지라고 생각한다. 의협은 지난 2년동안 수많은 집회와 1인 시위, 삭발, 단식 투쟁 등 사투를 벌여왔다. 간호법은 지역사회 내 간호사 업무범위 확장을 시도하고, 간호사의 이익만을 대변함으로써 지난 수개월 간 보건의료직역 간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유발했다. 우리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을 정부와 정치권이 묵과할 수 없었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안 폐기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제41대 집행부는 간호법 폐기에 만족하지 않고, 의권 보호 및 회원 권익을 신장하며, 회원들이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의료환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 공식 임기가 내년 4월 말까지다. 남은 임기동안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을 것 같다.

= 회원 권익보호와 대국민 신뢰 회복은 회장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과제이다. 이런 큰 틀에서 관련 회무를 집중 추진코자 한다. 또한, 의료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각종 법안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데 집중해 14만 의사회원의 권익을 보호해나갈 것이다. 특히, 회원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의료인면허취소확대법에 대해서 적극 대처해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선한 사마리안법으로 불리우는 응급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돼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소신진료를 하고, 무과실의료사고에 대해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회장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필수의료 살리기 육성법안이 현재 여‧야 모두에서 발의돼 있다. 여·야 정치권, 정부와 소통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의대정원 증원과 의대 신설, 의사면허 취소법 하위법령 수정,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검체검사위수탁, 임상전담간호사(PA) 제도 개선 등에 대해서는 회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의료계를 옥죄고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각종 악법과 악재들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 올해 11월 20일 시행 예정인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대응방안이 있나.  

= 개정된 ‘의료인 면허취소 확대법’에서 의료인의 면허 취소사유를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의료인의 자긍심 및 사기를 저하시키고 의료인력 수급정책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원활한 진료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 및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제41대 집행부는 의료인의 강력범죄, 성범죄의 경우 엄격히 면허를 취소하되 다른 범죄들에 대해서는 진료와의 연관성을 기초로 합리적으로 면허취소 사유를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 발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 확대법’ 시행까지는 아직 5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재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여야 정치권 및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갈 예정이다.

-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는 비난도 있다. 

= 의대정원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의협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과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등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분야에 우수한 의료 인력이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유입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마련해주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리의 제안과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의료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의료인력 확충방안’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며, 해당 논의도 같이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의 이런 행보 때문에 험난하고 치열한 논의가 예상되지만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지적해나갈 것이다. 

-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의료 인력들이 기피 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필수의료 인력이 지역의료에 종사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이 있을까.

= 현실적 여건 상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인프라와 지역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정상적 의료기관 운영이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교육·주거 등 정주 여건 역시 열악한 상황이므로, 다른 유인책이나 지원방안이 없다면 의사들이 취약지역에서 활발히 의료 활동을 해 나갈지 여부가 불명확하지만, 재정 여건 상 의료 인프라 또한 확충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수도권과 대도시에 의료자원이 집중돼 지역 간 의료접근성과 건강수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의료인력 재배치와 인프라 배분 등을 통해 수도권의 의료자원 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는 지역의료에 있어야 할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 하는 큰 요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필수의료 관련 의료인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의료사고특례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41대 집행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가칭)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이다. 의협은 시니어 의사 대신 휴직 의사로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휴직 의사들이 상당히 많은데 시니어 의사로 한정하면 그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교수뿐만 아니라 봉직의의 개원의 등 모든 의사가 대상이 되게 해야 한다. 의협은 이 모델이 지역의료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왔다. 설문 조사 대상자의 약 70%는 해당 사업에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심지어 주거지를 옮길 수 있다는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업에 복지부가 적극 나서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예산 배정도 해주길 바라는데 아직은 원활치 않은 것 같다. 

- 정부는 내년도 수가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 행위목록에 따라 환산지수에 차등을 둬 일부 분야에서 확보한 재정을 필수의료, 특히 소아청소년과 진찰 가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 내년도 의원급 환산지수가 전년 대비 1.6% 인상에 그치면서 지난 2008년도 유형별 수가 협상을 시작한 이래 최저인상률을 기록했다. 현재 물가 상승률 및 인건비 상승률에 비하면 너무 참담한 결과인데, 이걸 또 쪼개겠다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 별도의 새로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정된 건보재정 내에서 아랫돌을 빼서 윗돌 막기식으로 하는 것은 공약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의들이 많은데 다른 진료과의 재정을 빼서 국가를 살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의정협의체에서도 적극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 의료계 일각에선 41대 집행부의 회무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불신임을 안건으로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소집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 집행부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시각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불신임을 언급하는 분들은 의료계와 회원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겸험히 받아들이면서 집행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집행부는 더욱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회원들만 바라보며 회무를 수행할 것이다. 앞으로도 해결해 나가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회원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집행부를 응원해 주고 격려해주면 대국회, 대정부 상대의 협상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회장 임기와 무관하게 의협이 국민건강 증진과 국가 의료정책, 특히 의료계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면.

= 의료계 발전을 위해서는 ‘보건부 설립’ 또는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사실상 전환했지만 다른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인과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과 의료 대응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더욱 보건부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처럼 보건과 복지가 혼재된 보건복지부라는 정부조직에서는 감염병 분야에 전문적인 판단과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보건과 복지 업무의 전문성을 각각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행정을 위해 장기적으로 보건부 설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료분야 전문가가 수장이 돼 현장중심의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 차기 의협회장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재선에 대한 의지가 있나.

= 회장으로서 목표는 임기 안에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수정될 수 있도록 재개정안을 만들어 발의 후 통과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응급실에서 의료인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법안도 통과시키고 싶다. 이 밖에 검체검사 수탁 문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비급여 보고 등 현안이 쌓여있다. 의협회장은 현안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다. 임기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오로지 현안 해결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수많은 현안 중 가장 중요한 몇 개만이라도 합리적으로 풀어서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회원의 권익을 지켜나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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