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윤(강북삼성병원 교수, 전 강북삼성병원 부원장, 전 흉부외과학회 이사장)

[라포르시안] 지난 1월말~2월초 의료계에 의미있는 한 사건이 발생하였으나 연이은 간호법 이슈에 파묻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지금은 세간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지만 국가적으로도 중대사가 아닐 수 없어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958년 국립중앙의료원 개원이래 65년만에 최초로 원내 전문의들과 직원,총동문들이 합심하여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이의를 제기하며) 국회 앞 및 원내에서 피켓 시위,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들의 단체 행동 배경은 NMC신축,이전과 관련하여 NMC,복지부,질병관리청으로 구성된 공동추진단이 요구했던 본원 800병상,중앙감염병원 150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예산 약1조 2341억원 계획을 기재부가 모병원 526병상,중앙감염병원 134병상, 중안외상센터 100병상, 예산 1조 1726억원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라는 결과를 통보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내부 구성원들과 총동문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국회와 의협의 협조로 국회토론회도 개최하여 원안 유지를 언론에 호소하였다.

왜 이례적으로 그들이 거리로 나섰는지 단체행동의 의미를 고찰해본다. 준 공무원 신분으로서 개원이래 단 한차례도 이번과 같은 시위를 한 적이 없던 그들은 누구보다도 국가 의료재난의 위기 상황에서 혼신을 힘을 다하여 감염병등과 사투를 벌이며 국민들을 지켜왔다. 이번 단체 행동의 목적 또한 급여 인상,복지 확대등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가 아니라 병원을 국가 중앙 병원답게 만들어 달라고 하는 공익적 애국심의 발로로 충분히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들의 움직임에 국회도 의사협회도 언론도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고 화답하였다. 필자는 NMC와는 전혀 이해 관계가 없는 제3자 의료인으로서 그들의 절박함과 자구를 위한 노력, 행동하는 양심에 큰 감동을 받았고 그 외침에 충분히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에 기재부 또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NMC의 역사적 의미는 대한민국이 영속하는 한 반드시 지속해 드높혀져야 하는 숭고한 가치를 품고 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라. 자유민주 대한민국이 소멸될뻔한  백척간두의 6.25 한국전쟁 위기에서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3개국은 의료 지원이라는 숭고한 인류애를 발휘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후 국가의료재건 사업을 최초로,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었으며 미네소타 프로젝트와 더불어 현재 대한민국 의료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그 상징이 바로 NMC이다. 특별히 보훈의 달을 맞으면서 그 은혜를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과의 혈맹적 우호관계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보건복지의료 분야 협력관계를 새롭게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도 그 상징이 되는 NMC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980년대초 필자가 의대생이던 시절의 NMC는 전국의 수재들이 전공의로 모이는 초일류 병원이었다. 고 수준의 의료진과 인프라,국립 간호대,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뷔페 스칸디나비안 클럽등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야말로 ‘국립 중앙’ 의료기관이었다.그러나 1990년대 이후 대형 민간 의료기관이 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전국 의대 병원들이 대규모 급성장하면서 우수한 의료진이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정부로부터 투자 지원은 줄어들면서 자구책으로 새병원 이전,신축이 논의되었으나 정권에 따른 갈지자 행보로 20여년간 희망고문에 그치는 사이 병원은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위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의 감염병 재난 위기 때마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서 공공 의료의 중책을 떠 맡아 왔고, 2017년에는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되었다.주지하다시피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공공의료의 최정점에서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전병원,전직원들이 사투를 벌이다시피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음은 의료인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요 크나큰 공로이다.

통계적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NMC가 국가적 재난 상황시 필수 중증의료 유지 및 체계적 의료 안전망 유지를 위한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차제에 충분한 새병원의 위용으로 구축하여 달라고 하는 원내 전문의협의체,총동문회를 비롯한 현장의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이 마땅하다.정부 의료정책의 고질적인 문제중의 하나가 현장을 무시한 동떨어진 탁상 토론, 행정이며 이의 일방적 적용이 얼마나 많은 폐해를 끼쳐왔는지 지금도 우리가 겪고있는 여러 갈등의 극한 국면을 바라보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의료는 시장 경제에 앞서 공익성,공공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는 대부분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등은 민간 영역의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국가 존립의 비상 위기 사태 발생시 ‘국립’이 위력을 발휘하여 ‘민간’을 컨트롤하며 합심하여 나라를 건질 수 있도록 평소에 ‘국립’ 인재(HR : Human Resource)와 (국립)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과감하게 해야 그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 의료 수준이 아니겠는가.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도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천억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NMC 신축에 기부한 바 있다.

10대 경제 대국,G7 우주국가,G8 수준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의 국립중앙의료원도 - 그 내부의 구성원들이 저렇게 발버둥치는 한 치열한 내부 노력을 게을리할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 - 우리 국가대표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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