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민(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

[라포르시안] 와파린 이후 등장한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New Oral Anticoagulants,이하 NOAC)는 심방세동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NOAC 도입 전까지 사용된 치료 옵션인 와파린은 출혈 부작용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 약물 및 음식물에 대한 상호작용이 있었고, 환자가 매번 병원에 내원해서 피검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의료진에 따르면 NOAC 출시 후 뇌졸중의 1-2차 예방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뇌경색 발생률이 감소됐을 뿐 아니라 뇌졸중의 후유 장애 발생률도 크게 감소됐다. 

NOAC 출시 이후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비롯한 임상 데이터가 많이 쌓였지만,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이 발생한 후 2차 예방을 하는 환자들을 초기부터 진단하고 예방 차원에서 약을 썼을 때 결과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부족한 편이었다. 확실하게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 환자로서, 급성기 이후부터 약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살펴본 연구가 없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권형민 교수가 NOAC 투약 후 임상 현장에서 미충족 요구였던 데이터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 처방 데이터를 전수조사해 국내 환자들의 심방세동 또는 뇌졸중 이후 치료 행태와 결과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Stroke'에 게재됐다. 라포르시안은 권형민 교수를 만나 그가 진행한 연구와 국내 심방세동 동반 뇌졸중 2차 예방서 NOAC의 임상적 혜택에 대해 들어봤다.

- NOAC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은 후 처방이 크게 증가하는 등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급여 확대 이후 뇌졸중 예방 등에서 환자들이 어떤 장점을 경험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암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뇌졸중의 1-2차 예방 단계에서 NOAC과 같은 약이 잘 사용된 덕분에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줄어들었다. 여러 예방적 치료들이 잘 이뤄진 것도 있지만,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은 경색의 크기도 크고 뇌가 쉽게 부으며, 심각한 합병증도 동반돼 사망 위험이 높아지기에 1-2차 예방에 약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패혈증, 폐렴과 같은 합병증 사례를 막아 사망률이 줄어들게 됐다고 본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2위에서 4-5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치료 환경이 변화되고, 실제 치료에 사용 가능한 약제들이 임상적 근거를 축적하며 처방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실제 임상에서 뇌졸중 발생과 재발 예방을 위해 어떤 치료 전략이 사용되고 있는지, 1-2차 예방에서 어떤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2차 예방에서 와파린은 여전히 좋은 약물이다. 그런데 환자의 신체가 기계가 아닌 이상 치료 범위를 제대로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NOAC은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와파린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열등하지 않을 뿐 더러 일부에서는 더 좋다는 근거도 나와있어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차 예방 영역에서는 심장에서 기인된 병변에 관해 항응고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열에 아홉 정도는 NOAC으로 선회해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제한점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종 국내외 가이드라인들에서 권고했고, 이후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가 줄이어 나오면서 의료진들이 확신있게 처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다. 단순한 심방세동이나 뇌졸중이라고 하면 당연히 의심 없이 NOAC을 쓸 수 있겠지만, 뇌졸중 발생 원인에 있어서는 심방세동 외에도 동맥경화 등 다른 메커니즘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NOAC에 다른 약제를 더 추가 처방하면서 고려할 이슈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 100%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

- NOAC 출시 이후 RWD를 비롯한 임상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 기존 연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 신경과 전문의로서 접하는 환자 95% 이상이 2차 예방이 필요한 환자군이다. 뇌졸중의 2차 예방이 필요한 경우는 구체적으로 뇌경색과 함께 심방세동이 발견되거나, 무증상이었다가 입원 중에 검사하며 발견되는 경우, 마지막으로 심방세동이 있었지만 특별히 예방을 하지 않다가 뇌졸중이 발생한 후 예방하는 경우다.

곧, 2차 예방 환자들은 대부분 뇌경색이 생기는 동시에 심방세동이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지면서 치료를 위해 약제를 쓰게 되는데 기존 환자군과는 치료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기존 환자군은 주로 1차 예방이 목적이며 2차 예방을 하더라도 과거 기억에만 의존해 왔다. 또, 뇌졸중이라고 해서 다 같은 뇌졸중이 아니다. 뇌경색에는 작은 소혈관이 막히는 경우, 큰 혈관이 막히는 경우, 심혈관 색전증에 의한 경우, 기타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 등 여러 가지 타입이 있다. 이때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은 그 자체로도 아주 심각하지만 예후도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서 제때 치료해야 한다.

지금까지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이 생기고 나서야 2차 예방을 하는 환자들을 초기부터 진단하고 예방 차원에서 약을 썼을 때 결과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부족했다. 실제로 과거 병력에 의한 뇌졸중 외에도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s, TIA)의 경우엔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에 진단이 어렵다. 발작이나 실신을 경험한 환자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 이렇게 모호한 과거 병력 또는 TIA를 경험했던 환자 외에, 확실하게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 환자로서, 급성기 이후부터 약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살펴본 연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투약 후 시간이 지날수록 약제별 효과가 어떤지, 용량으로 인한 변화는 없는지 등 임상 현장에서의 데이터를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일부 병원의 데이터를 선별하기 보다는 전국의 처방 데이터를 전수조사해 국내 환자들의 심방세동 또는 뇌졸중 이후의 치료 행태와 결과를 파악코자 했다. 그래서 특정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연구자 주도 임상 형태로 추진하게 됐다. 과거에도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뛰어들고자 하는 의료진들은 많았는데, 아무래도 건보공단 등의 빅데이터를 장기간 살펴보기 위한 시간과 연구비를 고려하면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대상 환자, 평가 기준 등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 전국 단위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선, 대상 환자를 선정하기 위한 조작적 정의는 한 가지 이상의 진단 코드가 필요했다. 실제 입원 및 퇴원 시 진단코드로 주진단, 부진단의 두 가지 코드가 사용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스타트 포인트에서 외래가 아닌 입원 후 퇴원하면서 '뇌경색증'으로 진단된 경우로 선택했다. 또 MRI로 뇌경색이 판명된 경우로 한정해 적용했으며, 심방세동 진단코드가 포함됐는지 여부와 함께 퇴원 후 한달 사이에 등록된 모든 예후진단코드를 다 종합해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경색의 2차 예방과 관련한 약물 처방 코드가 포함된 경우를 살펴봤다. 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급성 뇌경색으로 판정되고, 2차 예방을 위해서 NOAC이 사용됐다는 것을 확인해야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규모 데이터에서 조작적 정의를 활용해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 사용된 NOAC의 임상적 효과를 살펴봤다. 초기 치료에는 와파린과 NOAC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의 평가 기준에 대한 조작적 정의는, 먼저 효능 측면에서 NOAC 사용 후 관찰기간 동안 뇌경색의 재발 또는 전신 색전증 발생, 재입원하게 된 경우로 설정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과거에 없었지만 관찰기간 동안 주요 출혈, 뇌내출혈, 위장관 출혈 등의 이벤트가 나타나 입원해 수혈을 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 연구에서 환자 범위를 많이 좁혔는데도 대상 환자가 1만 6,000명이면 꽤 많은 것 같다.

=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뇌경색 신규 환자 수가 약 10만 명이다. 이 중에서 심혈관 색전증 환자 수는 약 25% 정도로 1년에 약 2만 5,000명 정도이며, 심혈관 색전증환자 중에서도 심방세동 환자는 1년에 약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4년 간의 데이터를 모은다면 약 4만 명 정도가 연구대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에서는 조작적 정의를 좁히고 또 좁혀서 명확한 범위의 환자들로 한정해 데이터를 검증하다 보니 1만 명이 약간 넘는 수치가 나왔다.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연구 결과와 함께 NOAC별로 어떤 변별력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 지난 5월 22일에 각 NOAC들과 와파린을 비교한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됐다. 중요한 것은 표준용량 치료와 용량 저감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고령의 환자이거나, 과거에 출혈이 있었거나 NSAIDs를 복용하거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상에서 권고하는 저용량을 잘못쓰는 경우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 비교했다. 와파린, NOAC 표준용량, NOAC 저용량을 비교해 관찰한 결과, 환자에게 처방했을 대 와파린보다 NOAC들이 임상적 결과가 좋았으며, NOAC 중에서도 저용량보다는 표준용량을 쓰는 것이 전반적으로 효능 및 안전성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관련된 내용은 곧 논문으로도 발표될 것 같다.

- 고령환자나 NSAIDs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도 저용량보다는 표준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인가.

= 그렇다. 기준에 부합한다면 나이 또는 복용 이력에 국한되지 말고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대로 표준용량을 써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맞춘 표준용량이 효과 측면에서도, 안전성(출혈) 측면에서도 더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주에 나온 논문에서는 NOAC과 와파린을 비교했는데, 효과 측면에서 모든 NOAC들이 와파린 대비 효능 및 안전성 측면에서 좋은 데이터가 나왔다. 다만,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는 약제별로 편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와파린이나 다비가트란(Dabigatran)을 쓰는 경우엔 상대적으로 환자 나이가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NOAC 중에서도 다비가트란은 RCT를 통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와파린 대비 우월함을 입증했으니, 상대적으로 출혈이 적으면서 오랫동안 뇌졸중을 예방해야 하는 환자들(젊은 연령)에서 많이 처방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네 가지 종류의 모든 NOAC들이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에 와파린보다 효능 및 안전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에서는 NOAC이 대부분 와파린 대비 열등하지 않다고 돼 있지만,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는 확실히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요 출혈에서 아픽사반(Apixaban)과 에독사반(Edoxaban)이 효능 및 안전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리바록사반(Rivaroxaban)은 와파린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바록사반을 제외한 다른 NOAC들은 주요 출혈에 있어서 비교적 우위의 결과를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사망률 및 복합 임상 결과에서 와파린과 모든 NOAC 중에서 다비가트란과 에독사반이 우월한 결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다비가트란은 처방 환자의 나이대가 비교적 젊었다는 특이점이 있는데 반해, 에독사반은 환자의 나이대가 고령이었는데도 효능 및 안전성, 사망률 및 복합 임상 결과까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우월한 데이터를 나타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해 볼 만하다.

-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독사반은 비교적 고령인 환자군에서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가.

= 이번 연구결과에서 에독사반은 고령 환자에서도 좋은 임상적 결과를 나타냈다. 에독사반,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그룹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 없이 비슷한 연령대의 고령 환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와파린과 다비가트란 그룹은 비교적 나이대가 젊었다. 나이가 많은 고위험군 환자들 중에는 여성과 저체중인 사람이 다수 포함됐다. 에독사반은 이런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으며, 복합 임상 결과(뇌졸중 예방, 주요 출혈 예방, 사망률 등을 종합)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가 관련 분야 의료진에게 어떤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 신경과에서는 일반적으로 뇌졸중 2차 예방에 집중해 진료하는데, 지금까지 심방세동 이후 발생하는 뇌졸중이 환자에게 일으키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 이번 연구는 진단 이후 초기부터 약제를 사용한 뒤 벌어지는 상황과 그에 따른 결과를 처음으로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것이 신경과 필드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으며, 이에 대해 완전한 답은 아닐지라도 현 시점의 리얼월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모으고 추려 반증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자주 참고될 것이라 기대한다.

의료진에게 시사점을 제공하기 위해선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NOAC은 이미 모든 약제가 대규모의 RCT를 통해 안전하고 유용한 약제로 판명돼 있기에, 새로운 연구를 디자인해 RCT를 시행할 순 없다. 그래서 리얼월드 데이터가 보여주는 힘이 있으니, 임상 현장에서 2차 예방에 참고할 수 있는 결과를 내고자 했으며, 현재로선 유일한 데이터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리얼월드 데이터라고 해도 모든 의학적 필요나 궁금증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는 여러 궁금증을 좁히고 좁혀서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에 대해 살펴봤고, 급성기부터 중기적으로 관찰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 지 살펴봤다. 그러나 본 연구도 더 장기적으로 확대해 살펴본다면 결과값의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질 수도 있겠다.

- NOAC 영역에서 더 확대하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표준용량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았을 때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해당 부분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디자인하고 있다. 저체중이거나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관해서도 추가적으로 분석해 볼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 맞추지 않은 고정용량 및 저용량 NOAC 사용의 예후에 관해서는 곧 논문으로 발간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미충족 수요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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