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산자부, 엉터리 시범사업 결과에 법체계 무시하는 정책까지 펴

의료산업화 논리에 끌려다니기 바쁜 복지부

▲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오진'편 홍보 동영상 캡쳐.

[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부처들의 의료산업화 공세가 거세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리를 내세우며 보건의료 분야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 중 상당수가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거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특히 원격의료와 관련해 정부가 정책 추진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원격의료 서비스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결과가 대표적이다.

앞서 산자부는 지난해 11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4월부터 2013년 6월까지 SK텔레콤 컨소시엄과 LG전자 컨소시엄이 실시한 스마트케어 서비스사업의 의학적·경제적·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종합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산자부가 발표한 자료는 3년 동안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은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는 이를 근거로 "만성질환자에 대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약물복용과 함께 기기를 통한 자가 건강측정, 건강정보 제공 등으로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경우 단순 약복용보다 치료효과가 더 높다고 판단되며, 향후 만성질환관리 방안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 이미치 출처 : 김용익 의원 보도자료

그러나 최근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산자부로부터 스마트케어서비스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총 4편의 결과보고서 중  3편에서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 컨소시엄이 고혈압·당뇨·비만(대사증후군)환자를 상대로 실시한 임상시험(과제명 SMARTCARE_DM)은 6개월만에 81.3%의 환자가 탈락해 조기 종료됐고, 6개월간의 임상시험 결과도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또한 LG전자 컨소시움이 고혈압과 당뇨에 대해 실시한 임상시험(과제명 LGE-Smartcare-HTN, LGE-Smartcare-TypeⅡ DM) 결과도 모두 혈압과 혈당 강하에 있어서 기존 대면진료에 비해 우월함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LG전자 컨소시엄이 비만(대사증후군)에 대해 실시한 임상시험의 경우 대면진료와 비교해 유효성에서 우월성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산자부는 이러한 4편의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중 대면진료에 비교해 유효성이 확인된 결과만 발췌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홍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산자부가 지난해 11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임상시험 결과보고서의 일부 내용만 게재하고, 원격진료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기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산자부는 지난 13일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산자부는 "원격의료 서비스 치료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결과, 당뇨·고혈압·대사성질환 등 세 질환의 주요지표(당화혈색소 변화량, 목표혈압도달율, 체질량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는 원격의료의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용익 의원이 공개한 시범사업 보고서의 결론은 "대부분의 평가지표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음'이거나 '기존진료 대비 스마트케어 서비스가 우월함을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었음"이었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원격진료군과 대면진료군이 통계적 유의성이 없으나 당화 혈색소 변화량이나 목표혈압 달성률 개선에 변화가 있었으며, 원격진료의 부분적인 개선효과가 있었다는 것으로 발표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원격진료가 더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으나, 거꾸로 원격진료가 안전성이나 위해성이 있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답변은 그동안 산자부의 스마트케어 시범서비스 결과를 근거로 원격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해 온 복지부의 입장과 사뭇 다른 것이다. 

게다가 산자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대학병원 중심으로 이뤄졌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동네의원 중심의 원격의료와는 다른 방식이란 점도 간과하고 있다.

미래부의 황당한 발표 "의료법 개정 없이 원격의료 가능"식약처장 "미래부 발표에 착오...법체계와도 맞지 않아"

이보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경제부처에서 원격의료와 관련해 담당부처와 논의도 없이 의료법 체계 등과 맞지 않는 주장을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버젓이 한 것이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2일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의 시행을 발표하면서 마치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가능해질 것처럼 소개했다.

지난해 8월 제정돼 이달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ICT특별법은 ▲ICT 융합 신기술·서비스 등에 대한 품질인증제도 도입 ▲신규 ICT융합 기술·서비스의 신속한 시장 출시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허가 근거가 되는 법령에 해당 신규 융합서비스와 맞는 기준·규격·요건이 없거나 맞지 않는 경우 특별법에 따라 '신속처리', '임시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부는 이를 근거로 마치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당뇨폰 등을 허가해 원격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  

미래부 강성주 정보화전략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의료행위는 대체로 의료법에 따라서 하게 되는데 원격진료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기술은 법에 기준이 없다"며 "그래서 새로 마련해야 되는데 의료법 개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니 이 법(ICT특별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그런 원격진료라는 새로운 의료행위, 의료서비스에 대한 규격을 만들어서 신속처리를 하거나 임시허가하는 것"이리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원격진료라는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이 법에 따라서 임시허가를 받아서 1년간 또는 2년간 병원이나 이런 데서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미래부의 이런 설명을 근거로 일부 언론에서는 의료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고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이었고, 담당부처와도 전혀 협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승 식약처장은 미래부의 발표가 착오라고 지적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미래부의 발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에 정승 식약처장은  "제가 알기로 미래부가 식약처에 이 사안을 협의한 적이 없다"며 "(이 사안을)지금 보고를 받았다. 미래부가 발표한 ICT특별법에서는 다른 부처가 관리하고 있는 대상은 임시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돼 있다. 따라서 미래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사실관계에 일부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미래부의 발표 내용이 현행 의료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용 앱 등은 국제적으로도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는데 미래부가 착오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식약처와 협의가 전혀 없었고, 현재 스마트폰 등으로 인체계측을 하는 기기에 대해서는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그에 따른 법령도 갖고 있다. 미래부에서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으며, (의료법 등)체계상으로도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미래부가 당뇨폰 등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관련 규정이 없어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엄연히 식약처의 관련 법규정에 따라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ICT특별법에 따라 임시허가를 해 원격진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원격의료를 향한 경체부처의 맹목적인 사랑이 불러온 황당하고 엉뚱한 발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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