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지난 14일 라포르시안 편집국으로 한통의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정정보도를 요청합니다’란 제목이 붙여진 e메일의 발신자는 (재)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이었습니다.

유전자검사평가원은 라포르시안 측에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정정보도 요청의 건’이란 공문과 ‘정정보도청구서’를 보내왔습니다.

정정보도청구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10일자로 보도된 『[The 만나다]“유전질환 분야 경제성 낮다? 전세계 4천여명 대상 LSD 치료제 조단위 매출”』이란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가원이 정정보도를 요청한 사안은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진성 회장(연세대 의대 임상유전학과 교수)의 인터뷰 기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평가원은 정정보도청구서를 통해 해당 기사의 내용 중 세가지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가장 먼저 문제를 삼은 것은 ‘임상병리사가 아닌 검사원이 검사를 할 경우 규정에 어긋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한 이진성 회장의 답변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진성 회장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서 학회 인증 검사원의 업무 수행은 인정하고 있다. 평가원 실사 항목 중 '임상병리사가 검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항목이 있는데 예전에는 임상병리사가 아닌 사람이 검사를 하면 지적이 됐지만 최근에는 학회 자격증이 있으면 인정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전자검사평가원은 “답변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바,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대한의학유전학회가 인증한 검사원의 업무 수행을 인정한 사실이 없다”며 ‘확인 결과,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서는 대한의학유전학회의 검사원 인증을 인정한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을 추가해 정정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본지는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 14일 이진성 회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발언의 진의를 확인했습니다.

이진성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유전자검사 기관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할 경우 예전에는 임상병리사가 없으면 감점했는데 현재 그 규정이 없어졌고, 검사원만 있어도 관련 경력이 충분히 인정되면 상관없다”며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인정했다는 것은 매년 인증평가를 받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평가원이 정식으로 공문서 등을 통해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본 결과로는 이진성 회장의 발언이 옮겨지면서 일부 내용에 오해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진성 회장의 발언을 직접 인용 방식을 통해 기사화 했다는 점에서 유전자검사평가원이 해당 발언의 사실관계에 대한 반론은 먼저 이진성 회장에게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 더욱 자세하게 밝히겠습니다.)

만일 인터뷰이인 이진성 회장이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주장대로 자신의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본지에 정정보도을 요청할 경우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2) 평가원이 다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유전자 검사원 자격에 대한 부분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유전자검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검사원 수는 얼마나 되나'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진성 회장은 “임상병리사이면서 학회에서 유전학 검사원 인증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임상병리사가 아닌 다른 과 학사, 석사, 박사 등도 학회를 통해 지원받아 검사원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유전자검사평가원은 정정보도청구서를 통해 “의료법 및 관련 법령에 의할 때 유전검사 등 의학적 검사는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임상병리사 등으로 하여금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사제도를 두고 있다”며 “대한의학유전학회의 인정만으로 의료관련법령을 위반하는 검사행위는 비록 검사자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국가가 규정하고 있는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또한 ‘확인 결과 임상병리사가 아닌 사람은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기사 하단에 추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의학적 검사가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임상병리사 등으로 하여금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사제도를 두고 있다'는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지적은 맞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 한정해서 적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주장은 '의료법' 및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 근거를 두고 한 것입니다. 

의료법은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 자격을 정지토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는 임상병리사의 업무범위를 병리학·미생물학·생화학·기생충학·혈액학·혈청학·법의학·요화학(尿化學)·세포병리학의 분야,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가검물(可檢物) 등의 검사 및 생리학적 검사의 분야에서 임상병리검사에 필요한 업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동법 시행규칙 46조(유전자검사기관의 신고)에 따르면 유전자검사를 하려는 자는 별표 5의 시설 및 인력 등의 기준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별표 5'는 ‘유전자검사기관 시설 및 인력 등에 관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전자검사기관은 유전자검사의 관리를 담당하는 책임자 1명과 유전자검사를 수행하는 관련 분야(의학, 생물학, 생화학, 수의학, 유전공학, 분자생물학 또는 임상병리학 등 관련 학과) 학사급 연구원 1명 이상을 두어야 합니다.

평가원이 정정보도청구서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임상병리사만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사실 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하려고 보건복지부 담당과에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문의를 했습니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유전자검사에서 임상병리사 자격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도 “유전자검사를 임상병리사만 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당사자인 이진성 회장도 본지와 통화에서 “과거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유전자검사기관 현장실사 평가항목에는 ‘임상병리사가 검사를 시행하는가’라는 기준이 있었으나 2년 전 이를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유전자검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현장실사 평가방법 중 평가문항 및 배점을 살펴보면 인력 부문의 항목이 검사실 책임자와 검사 담당자로 규정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학유전학회는 학회에서 인증하는 검사원의 업무범위를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검사원의 자격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의학유전학회 관계자는 “학회에서 인증한 검사원이 임상병리사처럼 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이야기 할 뿐인데 유전자검사평가원에서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며 “마치 학회에서 검사원을 인증해서 임상병리사처럼 면허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고 과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 학회 차원에서 인정해줄 뿐 대외적으로 임상병리사 면허와 같은 자격 요건이 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유전검사평가원이 문제로 삼은 부분은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제'에 관한 부분입니다.

인터뷰에서 ‘학회에서 만든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제와 관련해 인증을 받은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이진성 회장은 “학회가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제를 만든지 7년이 됐다. 그동안 24명의 전문의 인증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전자검사평가원은 ‘확인결과, 임상유전학 전문의는 의료법 및 관련 법규가 인정한 전문의가 아니다‘는 내용을 추가해 정정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문의의 경우 의료법 및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해당 과목이 한정적으로 열거돼 있고, 임상유전학은 해당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타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유전자검사평가원이 인터뷰 도중 거론된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제’란 명칭을 자의적으로 의료법 상의 ‘전문의’로 해석했다고 판단합니다.

당시 인터뷰에 언급된 발언을 살펴보면 의학유전학회는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제가 세문전문의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고 세부전문의를 추진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진성 회장은 “우리나라는 세부전문의제도를 도입하려면 관련 전공의가 있어야 하는데 의학유전학과 등 돈이 안되는 진료과는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이라 쉽지 않다”며 “의학유전학만 따로 세부전문의제도를 운영할 경우 전공의 충원이 안 돼 할 수 없이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등에서 유전쪽으로 특화된 활동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실적으로 전문의로 인정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진성 회장은 지난 14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학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임상유전학 전문의가 전문의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단지 가까운 미래에 전문의 제도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자체적인 질 향상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학유전학회 입장에서 임상유전학 전문의 인증은 행정적 편의를 위한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학유전학회 관계자는 “유전학 전문가가 자신의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 행정적 문제가 있었다”며 “인증이 돼야 환자들이 의료보험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런 목적으로 실시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2007년 의학유전학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의의 분자병리검사의 판독에 대한 산정을 허가했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2007년 ‘건강보험 요양급여 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 고시에서 조직병리검사료 산정과 관련해 기존 ‘병리과 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고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한 경우에만 산정한다’는 조항을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또는 관련분야에 대해 인증받은 전문의가 판독하고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한 경우에만 한정한다’고 개정했습니다.

의학유전학회 관계자는 “학회가 유전학 전문의 인증을 받는 분들의 전문성이 인정되니 의료보험과 청구를 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올려서 복지부 고시에 따라 관련 전문학회에서 이러한 전문의가 이런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얻어낸 것”이라며 “학회는 임상유전학 전문의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한 적도 없는데 유전자검사평가원은 그런 취지의 제도를 전문의 제도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4) 본지는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정정보도청구서를 접수한 후 사실관계를 파악하던 중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점을 발견했습니다.

유전자검사평가원은 지난 2005년 6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병리학회,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대한의학유전학회, 대한법의학회 등 유전자검사 관련 5개 단체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유전자검사 정확도 평가를 위해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6년 1월 복지부가 입안예고한‘유전자검사의 정확도 평가기관 지정고시’에 따라 유전자검사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현재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이사진은 관련 학회 및 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사장을 포함해 총 18명입니다.

이사진 구성을 보면 대한병리학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소속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대한의학유전학회 3명,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2명, 대한법의학회 1명, 당연직으로 보건복지부 보건산업 정책국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이 포함돼 있습니다.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정정보도청구를 요청한 인터뷰 기사의 당사자인 의학유전학회 이진성 회장도 평가원의 현직 이사로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유전자검사평가원은 소속 기관의 현직 이사가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을 놓고 언론사에 정정보도청구서를 접수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지 측에 사전에 이의제기를 한 적도 없었고, 더욱이 이사를 맡고 있는 이진성 회장도 평가원 측에서 본지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따져 볼 때 유전자검사평가원 입장에서 현직 이사인 이진성 회장의 인터뷰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자와 내부적 논의을 거친 후 확실하게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사실과 다른 점이 파악되면 이 회장을 통해 먼저 본지에 의견을 전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라포르시안 입장에서도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이 같은 절차를 거친 후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면 해당 기관의 반론이나 입장을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마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0일자로 해당 기사가 게재된 후 2개월 넘도록 아무런 의견이 없다가 지난 14일 e메일로 정정보도청구서를 보낸 후 해당 기관 직원이 전화를 통해 일방적으로 고지하는 방식은 상식적인 절차를 간과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유전자검사평가원은 정정보도청구서를 통해 "귀 신문사는 이 사건 정정보도청구서를 송달받은 날 이후 7일 이내에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팝업화면으로 10일 동안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것과 보도문의 제목은 ‘알려드립니다’라로 하되 고딕체 20포인트 활자로, 본문은 기사 본문 활자로 게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본지 입장에서는 평가원의 이러한 정정보도청구 내용 및 형식이 상당히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기사에서 인터뷰이가 한 발언에 대해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라 해당기관의 입장을 반영한 내용으로 발언 내용을 수정하고, 해당기관의 입장을 기사에 첨부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언론중재위원에서도 이런 사안의 경우 인터뷰 당사자가 직접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식으로 중재신청을 하도록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인터뷰이의 발언 내용에 대해 당사자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직접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입니다. 라포르시안은 뉴스를 통한 독자와의 소통을 추구하고 객관성을 앞세운 기계적 중립성보다는 무엇이 진실인지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언론이기를 추구합니다.

본지는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정정보도청구 내용이 자의적인 해석을 근거로 일방적이며 무리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14일자로 유전자검사평가원 측에 발송한 '정정보도청구서에 대한 본지의 입장'을 알리는 공문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수용거부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은 기사를 작성한 담당 기자는 물론 라포르시안 편집국 내부 논의와 검토를 거쳐 발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