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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계 초라한 R&D 성적…“정부가 계속 발목잡아”세계 R&D투자 상위 1000대 기업에 동아제약 한곳뿐

"시장형실거래가 등 각종 규제에 R&D 포기하는 분위기"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정부가 제약 R&D를 강화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각종 규제적 정책으로 R&D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를 출범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지원대상 업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보건의료분야 글로벌 기업 R&D 투자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세계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 중 보건의료분야 기업 연구개발비는 전체 R&D 투자액의 20%를 넘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중 제약분야 기업 R&D 투자액은 전체 기업 R&D 투자액의 18.5%로 보건의료 R&D 투자액의 대부분이 제약산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중 국내 제약사는 동아제약이 868위로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한미약품은 1,087위, 녹십자 1,174위, 종근당은 1,966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제약사의 R&D 비중은 낮은 편이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 노바티스, 머크, 존슨앤존슨, 화이자 등은 R&D 투자 상위 기업 6위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R&D 과제 발굴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진흥원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김지영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기업은 매년 발표되는 세계 R&D 투자 기업 통계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제약분야 기업 R&D의 비중은 다년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본건의료분야 기업은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규 R&D 과제 발굴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글로벌 기업 양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제약산업을 주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제약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 계획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제약수출 11조원 달성, 글로벌 신약 4개 창출을 통해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R&D 확대를 통한 개방형 혁신 ▲제약-금융의 결합 ▲전략적 수출지원 ▲선진화된 인프라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 펀드는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벤처 제약사에 대해 해외 유망벤처 M&A, 기술제휴, 현지 영업망 및 생산시설 확보 등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출자액은 총 1,000억원으로 복지부가 200억원, 한국정책금융공사 500억원, KBD 산업은행 100억원, 한국증권금융 100억원, 농협중앙회 30억원, 운용사인 인터베스트가 70억원씩 출자했다.

그러나 이 펀드는 출범 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 대상 제약사를 선정하지 못한 상태. 

제약사 선정이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펀드 설계 상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펀드 출범 당시는 당장이라도 지원할 듯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실제로는 손을 놓고 있는 듯 하다”며 “펀드 출범 후 넉달이나 지나도록 제약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펀드 조성시 선정 기준 등 제도 설계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시장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하다보니 늦어졌을 뿐이라며 조만간 제약사 선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선정 제약사를 검토 중”이라며 “1호 펀드라는 상징성도 있는데다 시장성과 경제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다 보니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선정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2~3개 제약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먹거리 산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각종 규제로 발목잡아"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적 정책도 제약사의 R&D 의지를 꺾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제약업계는 당장 다음달부터 재시행 예정인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비롯해 올해 안으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각종 약가 규제 정책의 시행을 앞두고 있어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등으로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R&D 투자 확대와 유통 및 거래 투명화 등을 통해 간신히 경영을 유지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규제적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R&D를 아예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말로만 제약 R&D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 실제로는 제약사의 R&D 여력을 뺏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미래먹거리 산업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R&D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약가 규제로 R&D 여력을 뺏고 있는 구조”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이들은 약가인하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압박이 있더라도 R&D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며 “역으로 생각하면 R&D  탄력을 받아 치고 나가야 글로벌 신약도 나오고 할텐데 정부는 결정적인 시기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멘소리했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R&D 투자 여력이 없다보니 의약품 개발을 포기하고 화장품이나 생수 등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 등으로 매출이 줄다보니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며 “말이 좋아 수익 다각화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장품이나 생수, 의료기기 등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이 관계자는 “말로만 R&D가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실제 정책은 정반대로 가는 정부를 보면 기가 찰 뿐”이라며 “제약산업은 R&D를 통한 선순환이 이뤄져야 발전한다. 그런데 정부는 건보재정 흑자에만 매달려 제약 R&D 의지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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