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대한임상순환기학회 회장, 분당 21세기의원 원장)

[라포르시안] 대한임상순환기학회가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과 허혈성 심질환, 부정맥, 심부전 등 순환기 질환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했다. 

초대 회장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학회를 이끌고 있는 김한수 회장은 순환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을 일차의료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차의료기관에 적합한 정확한 의료지식의 전달과 제도 개선이 필수 일차의료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학회의 역할이라는 것. 라포르시안은 김 회장이 진료 중인 분당 21세기의원을 찾아 일차의료의 통합적 관리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학회의 활동과 노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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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임상순환기학회를 창립한 지 5년을 맞았다. 순환기 질환과 관련한 기존 학회가 있었음에도 창립한 배경은 무엇인가.

= 일차의료기관에서 많이 보는 만성질환 중 순환기 질환에 관계된 것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다. 이런 만성질환들은 처음에는 증세가 크지 않지만 나중에 진행이 되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초기 관리가 상당히 중요한데 관련한 학회들은 주로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학회에서 나오는 가이드라인이나 강의들을 살펴보면 일차의료기관의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일차의료기관에 관점을 맞춘 순환기 관련 학회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 일차의료기관의 현실에 맞는 심도있는 연구와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그리고 이를 위해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 일차의료기관은 환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순환기 질환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의 경우 초기에는 증세가 별로 없다보니 환자로 하여금 어떻게 동기부여해서 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인가 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환자가 아프고 진료에 대한 니즈가 있어서 치료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마땅히 아픈 곳이 없는 상태에서 혈압이 높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환자는 막연하게 몸에 안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으면 치료를 위한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고혈압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일차의료의 질 제고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학술적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필수적 일차의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조성을 위해 정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 데이터 기반의 학술적 연구가 어떻게 필수적 일차의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 국내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1970년대 이후 고혈압에 대한 환자의 인지율과 치료율은 높은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긍정적 이유도 있겠지만, 필수의료의 발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국내 의료를 살펴보면 어려운 수술이나 시술 등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필수의료는 거의 정체돼 있다. 눈에 보이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복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시즌에도 각 후보들은 눈에 보이는 공약만 제시할 뿐, 필수적 일차의료 강화와 관련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의 필수적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와 노력을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심장 초음파 급여화 당시도 대한임상순환기학회가 파트너로 참여해 일차의료기관 입장의 정책을 제안했다.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학회가 창립 4년 만에 정부와 급여 정책의 파트너가 됐다는 것은 정부가 필수 일차의료 강화 필요성과 대한임상순환기학회의 연구와 역할, 그리고 정책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올해부터 심장초음파 인증의 제도를 시행한다. 일차의료기관 대상의 심장초음파 인증의 제도 필요성은 무엇인가.
 
= 기존 심장초음파와 관련한 학회가 있고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형병원 및 대학병원 중심이다. 학술대회는 금요일, 토요일에 하고 일요일에 연수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개원가에서 금요일, 토요일에 문 닫고 학회에 가는 게 쉽지가 않다. 특히, 강의나 연수교육이 특이 질환 등에 초점에 많이 맞춰져 있다보니 일차의료 실정에 맞는 교육과 연수를 위해 제도를 만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심장초음파 급여가 시작됐기 때문에 퀄리티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가 어떤 교육을 기반으로 어떤 품질의 그심장초음파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보험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초음파는 해당 환자를 보는 임상 의사가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이해한다. 그래서 심장초음파의 문턱을 높이는 것보다 교육 등을 통해 수준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자격을 갖춘 의사들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인증의 제도의 목적이다. 

- 학회 조직 중 심장대사연구회가 지난해 발족했다. ‘심장’과 ‘대사’를 묶은 이유는 무엇인가. 

= 대학병원을 예로 들면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등으로 구분돼 있는데 만성질환 환자 상당수는 고혈압과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환들의 뿌리는 같다. ‘트리 이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뿌리에서 자란 나무에서 가지가 갈라지듯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등이 같은 뿌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GLT-2 억제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지만 기전이 같다보니 동맥경화 예방약으로도 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일차의료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cardiometabolic medicine 방식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뿌리가 같은 만성질환에 대해 진료과를 분류하는 것은 환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위주의 방식이다. 그래서 심장 대사는 같이 묶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움직임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심장대사연구회를 발족하게 됐다. 

그동안 연구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온·오프라인으로 학술 활동을 해왔다. 처음에는 해외 관련 서적을 번역하려고 했지만, 회원들에게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서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업 중이다. 올해 안에 발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5월 15일 제7회 대한임상순환기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린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가.

= 학술대회는 회원들에게 의료지식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학술대회마다 강연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충분한 패널 토론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학회는 live demonstration도 운영하고 있다. 

일방적 강연이 아닌 연자와 회원 간의 상호소통을 통해 회원들이 임상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환자 진료에 병원 경영에 학회까지 운영하고 있다. 쉽지 않을 것 같다.

= 모든 면에서 질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그동안 순환기질환의 통합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의 기반을 닦아왔고, 이런 노력이 순환기 질환의 예방과 진료, 현실적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게끔 매순간 최선을 다해왔다.

개인적인 부분보다는 학회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일차의료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 활동을 위한 연구 인력이 더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현실감 있는 의료정책을 내는 데 학회가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임상 현장의 실제 목소리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회원들의 역량 강화다. 지속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회원들이 현재의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의료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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