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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원격의료 카르텔’이라도 있나[뉴스&뷰] 정부-기업-병원이 규제 완화 한목소리…누구를 위한 시장인지 의문
▲ 지난 3월 말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4월 정부 중앙부처가 일제히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당시 각 부처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보고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는 '혁신의 패러다임'으로, 원격의료는 창조경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보다 오히려 경제 관련 부처에서 원격의료 활성화에 목을 매다시피 했다.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복지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제각각 '원격의료 활성화' 방안을 들고나왔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기재부는 원격의료를 '창조형 서비스산업'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곧이어 기재부가 주관하는 범부처 TF에서 원격의료 등 창조형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범부처 차원에서 요란법석을 떨더니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총대를 메고 지난 10월 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중앙부처가 의료 현안을 놓고 이렇게 경쟁적으로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올인' 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대체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뭐가 어떻길래?

정부는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u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의료시장이 열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복지부는 국내 원격의료 적용 대상자가 도서벽지 주민과 노인, 장애인 등을 포함해 446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현재 혈압․혈당 측정기 등의 의료기기가 개발돼 있으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어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발전에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됨으로써 ICT기반 의료기기·장비의 개발촉진이 예상되며,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관련 기기 및 기술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건 허울 뿐이다. 새로운 의료시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 알맹이다. 그런 의혹이 짙다.

 

누가 원격의료 시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나.  의료기기, 의료정보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정보통신업체, 통신사업자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KT를 비롯해 LG, SK, 삼성 등 통신망산업 및 휴대용 기기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원격의료 기반의 u헬스케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적극 뛰어들었다.

일부 대기업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의 대형병원과 헬스케어 전문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0년 초음파 진단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원격의료 관련 진단기기 개발을 서둘렀다. 벌써 원격의료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 허가까지 마쳤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애널리스트 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됐다. 모바일과 TV 분야에서 확보한 역량을 의료기기 영역에 적용해 사용하기 편리한 소형의 의료장비를 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이미 원격의료 허용을 염두에 둔 듯한 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거들고 나섰다.

전경련은 지난 5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과 원격진료·조제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국회 정부에 제안했다.

전경련은 "해외 의료관광객의 경우 원격의료를 통한 사후 검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 보고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및 조제를 허용하는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하다"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도 허용돼야 자금조달 수단 확대로 최첨단 의료장비 도입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설투자 확대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미래형 헬스케어 사업 발굴을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 헬스커넥트㈜의 현판식.

대한병원협회도 원격의료 활성화를 거들고 있다.

병협은 지난 9월 보건의료 분야의 창조경제 선도를 통한 의료산업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미래창조의료 및 의료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병협은 "의료산업이 향후 국가 성장동력의 최우선 순위중 하나로 의료기술과 IT 접목을 통한 의료융합 생태계를 해외에 수출하는데 주력할 뿐만 아니라 의료관광을 비롯한 해외환자 유치에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데 특위가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표현만 다를 뿐 전경련이 주장한 원격의료 활성화를 통한 의료관광산업 육성 논리와 오십보백보다.

사실 지금까지 병협에서는 원격의료 허용법안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 법안을 추진했을 때 병협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병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협회 내부적으로 원격의료 허용 법안에 대해 찬반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며 "병원의 경우 그 규모와 성격에 따라 원격의료를 바라보는 관점이 상이하기 때문에 입장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은 원격의료 활성화가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굳이 병협이 나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원격의료에 있어서는 기업과 병원의 이해관계가 얼추 맞아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 분야에 진정한 '시장의 DNA'를 이식하는 과정이 될 것이고, 의료상업화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듯 싶다.

특히,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병원이란 공간을 벗어난 의료서비스 공급의 주도권은 기업과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민단체와 의사사회가 그 위험성을 간파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겨야 생존하는 자본의 속성으로 결합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헬스케어 카르텔'의 투지도 이번엔 상당히 견고해 보인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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