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아인슈타인 프로젝트: 수학·물리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라!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조너선 로스버그(Jonathan Rothberg). 그는 두 개의 유전자 시퀀싱 업체를 설립해 수억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제임스 왓슨(DNA 이중나선구조의 공동발견자)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랬던 그가 또 하나의 기념비적 업적에 도전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로스버그는 MIT의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와 공동으로 미국의 톱클라스 대학에 재직 중인 약 400명의 수학자와 이론물리학자들을 등록시켜 소위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들은 로스버그가 개발한 이온토렌트(Ion Torrent)라는 장비를 사용해 수학천재들의 유전체를 분석할 계획이다.

천재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중국의 BGI(舊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는 1970년대에 1,600명의 수학 영재들로부터 채취한 유전체를 대상으로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천재적 재능이란 매우 복잡한 특징이므로, 1,600명 정도의 소규모 샘플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리적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커티스 맥멀린 교수(수학)는 "만일 수학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전적 표지(genetic marker)가 발견된다면, 태아를 선택적으로 낙태시키거나 체외수정을 통해 탄생한 배아를 선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멀린 교수는 1988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필즈 메달을 수상했으며, 아인슈타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요청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러나 로스버그는 프로젝트를 강행할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그는 "나는 비평가들의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런 희귀한 유전적 특징(수학 천재의 유전자)이 똑똑한 아기를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학 시절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로부터 강의를 들었고, 딸이 결절성 경화증(tuberous sclerosis complex: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진단받은 데 영향을 받아, 오랫동안 인지(cognition) 분야에 관심을 가져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로스버그는 저명한 과학자들을 경외하고 있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주와 관련하여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나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천재적 유전자를 찾아내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극단적 예외자들(extreme outliers)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해당 유전자를 찾아낸다`는 개념에는 많은 선례들이 있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고혈압이나 골손실과 같은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골몰해 왔다.

일부 행동유전학자들, 예를 들면 킹스 칼리지의 로버트 플로민(그는 BGI의 프로젝트에도 관여하고 있다)과 같은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유전체 시퀀싱을 `수학적 능력`을 찾아내는데 사용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사실 어린이들의 수학적 적성의 2/3는 유전자에 의해 영향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다른 유전학자들은 "지능은 (많은 유전자들에 의해 영향받는) 매우 복잡한 특징이어서 수천 명의 샘플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5월에 발표됐던 실망스러운 선행연구(125,000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했지만, 겨우 3개의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그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 연구)를 상기시켰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대니얼 맥카서 박사(유전학)는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는 아무런 통계적 예측력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아서 박사는 복잡한 특징의 유전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1,300만 명의 친척들이 포함된 족보를 수집해 왔다(Nature http://doi.org/ppj; 2013).

아인슈타인 프로젝트의 참가자 중 일부는 자신의 유전체 시퀀스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UC 버클리의 데이비드 알더스 박사(수학)는 "나는 SF 소설 팬으로, 내 자신의 유전체 시퀀스를 알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난 그걸 티셔츠에 인쇄해 입고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UC 버클리의 또 다른 수학자인 마이클 허칭스는 "나는 수학적 재능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재능이라는 개념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수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가 밝혀지더라도, 천재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자녀의 적성을 발견하여 발전시키는 데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맥멀린은 "이번 프로젝트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참가자들의 욕심만 만족시키고 말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라고 붙인 것에 의구심을 느낀다. 그건 아마도 참가자들의 이기심에 호소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맥멀린이 프로젝트의 스태프와 (이번 연구를 승인한) 뉴잉글랜드 심사위원회에 `연구결과의 사용처가 어디인지를 문의한 결과, "우리는 연구진이 연구결과를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치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스폰서는 로스버그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로스버그 소아질병 연구소다. 그러나 로스버그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유전학자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비용을 1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로스버그가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2001년 포춘지가 추정한 그의 순재산은 1억 6,800만 달러인데, 이는 그가 2개의 시퀀싱 업체(454 라이스사이언스, 아이온 토런트)를 매각하기 이전의 금액이다. 두 회사의 매각금액은 총 8억 8,000만 달러였다.

로스버그는  "누가 돈을 부담하든,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수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 허황된 꿈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시간과 돈을 모두 손에 쥔 억만장자에게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root-of-maths-genius-sought-1.1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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