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유방암 발병 위험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 BRCA vs BROCA

지난 10월 24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미국 인간유전학회(ASHG: American Society of Human Genetics) 연례회의에서는 핫토픽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의 주제는 '암의 가족력을 보유한 환자들 대상으로 암 진단을 일상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희귀한 암유전자에 대해 어느 정도로 알아야 할까?'였다.

논란의 한 편에는 메리-클레어 킹(유방암에 관한 유전분석 전문가)이 있었다. 그녀는 BRCA1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주인공으로, 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다른 발암유전자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른 유전자 테스트를 도입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맞받았다.

의사들은 종종 유방암 가족력을 보유한 여성들에게 BRCA1과 BRCA2 유전자에 관한 돌연변이 검사를 권한다. 만일 이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면, 그중 일부 여성은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는다.

예컨대 올해 초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하기로 결정한 사연을 언론에 공개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부모로부터 돌연변이 BRCA1 유전자를 물려받아 87%의 유병암 발병위험을 보유하고 있었노라고 밝혔다(註).

그러나 문제는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여성들 중에서 상당수가 BRCA 돌연변이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싱턴 대학교의 토머스 월시는 이번 회의에서 킹과 공동으로 개발한 BROCA라는 이름의 유전자 검사에 대해 발표했다.

BROCA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을 발견한 프랑스 외과의사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BROCA 검사는 BRCA 유전자뿐만 아니라 약 38개의 다른 발암 유전자까지도 검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유방암 환자를 보유한 743개 가족에서 약 2,300명의 여성들을 모집하여 BROCA 검사를 실시해 보았다. 그 결과 77개의 가족에서, BRCA의 돌연변이는 없지만 다른 유방암 관련 유전자(예: TP53, CHEK2)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41개 가족은 `새로 떠오르고 있는 발암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시 박사는 말했다.

킹과 월시는 아직 BROCA 검사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소속된 워싱턴 대학교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BROCA 검사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들에게도 원하기만 하면 상업적 BROCA 테스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 중에는 월시 박사의 발표 내용을 수긍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위험성이 확립되지 않은 (BRCA 유전자 이외의) 유전자들에 대해 임상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영국 암연구소(서튼 소재)의 나즈닌 라만 박사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것은 해롭기조차 하다. 왜냐하면 검사에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많은 여성들을 유방절제술과 같은 극단적 선택(drastic steps)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킹과 월시는 `연구`와 `임상시험`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녀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킹 박사 진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BROCA 테스트를 옹호했다. "우리는 유방암 위험을 2~3배로 증가시킬 수 있는(확률로 치면, 25~50%의 유방암 발병 위험에 해당됨) 12개의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하여 그 결과를 의사에게 통보한다. 만일 12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될 경우 우리는 수술 대신 정기적인 유방암 검사를 권하게 될 것"이라고 월시 박사는 말했다.

킹 박사는 1997년 ASHG가 이 문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도, BRCA1 검사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점을 상기시켰다.

"나는 일종의 데자뷰를 느끼고 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BROCA 검사가 - 12개가 아니라 - 40개의 발암 유전자 전체에 대한 검사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우리는 선행연구와 문헌검토를 통해 얻은 데이터에 근거하여 BROCA 검사를 설계했다. 우리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확실치 않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해서는 검사하지 않는다"고 킹 박사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킹 박사의 팀원인 그레타 베르니어(외과의사)는 "암 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현재, BRCA 유전자만 검사 하나만을 암 진단 기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킹 박사는 `NCCN이 조만간 보다 많은 유전자 검사들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게다가 BROCA 검사는 이미 유전자검사 업체에 의해 판매되고 있어서, 모든 의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멜리사 사우디 박사는 "과학자가 연구를 할 때 모든 발암유전자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통해 강력한 발암 가능성이 입증된 유전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나마 모든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유전자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돌연변이 중 특정 돌연변이만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BRCA를 제외한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들 중에는 희귀한 것이 많아 적절한 수의 샘플(연구대상자)을 모집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궁여지책으로 실험실 연구를 통해 '해당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은 해롭다'는 간접적 증거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은 다른 희귀질환의 발병위험을 연구할 때도 직면하게 되는 유전학자들의 딜레마다. 요컨대, 우리는 경계선 상에 서 있다. 우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요인에 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것을 토대로 하여 환자에게 임상적 조언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사우디 박사는 덧붙였다.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3/10/researchers-spar-over-tests-breast-cancer-risks註) 얼마 전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 유전자를 갖고 있으므로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뉴욕 타임스 지면에 공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많은 언론이 이 사실을 앞다퉈 소개했지만 정작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을 경우 얼마나 위험이 감소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출간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게르트 기거렌처 저, 황승식·전현우 옮김)>의 ‘5장. 유방암 검진’에서 저자는 유방촬영술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을 때 당해 환자가 실제로 유방암에 걸렸을 확률을 계산하느라 애먹는 다양한 의사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즈 정리와 자연빈도를 이용해 각각 확률을 계산하는 과정, 그리고 유방촬영술과 예방적 유방절제술의 비용과 이익을 「비교 위험도 감소」, 「절대 위험도 감소」, 「치료 필요 환자수」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의료인이나 예비 의료인은 물론,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관련 기사> [양기화의 Book소리]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계산맹’의 착오? 안젤리나 졸리의 ‘의학적 선택’, 누구나의 선택이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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