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정부 앱 개발엔 세금 펑펑…잘 만든 민간 앱은 과도하게 규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문제가 잇따라 지적됐다. 복지부 등에서 건당 수천만원 씩 들여 제작한 스마트폰용 앱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유명무실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애플리케이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제작·배포된 앱은 총 45개로 제작비용만 23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배포된 앱의 이용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복지부 및 산하기관이 제작·배포한 앱 가운데 월 평균 다운로드 수가 100건 이하인 앱이 전체 45개 중 10개(22.2%)에 달했다. 또 월 평균 101~300회가 7개, 301~500회 4개, 501~1,000회 8개, 1,000회 초과 16개 등이었다. 

기존에 있던 앱을 업그레이드 해 활용하지 않고 내용이 중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앱을 개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2010년 금연 시도 및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스모크프리’ 앱을 개발했지만 1년 뒤 흡연 예방 및 금연 촉진을 위해 비슷한 내용의 ‘금연길라잡이’ 앱을 중복 개발했다.

신의진 의원은 “복지부 및 산하기관은 앱 개발에 앞서 주 사용자층과 수요를 정확히 조사·분석해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민간 제작 앱 중 인기가 많은 앱을 참고해 새로운 기준과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자료 출처 :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실 국감 보도자료

“식약처, 앱을 의료기기로 본다면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복지부 및 산하기관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써가며 앱마켓에서 이용률이 저조한 앱 제작을 남발하는 반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호응도가 높은 민간 개발자의 의료용 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로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전립선암 계산기 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병원 비교기과 정창욱 교수가 개발한 이 앱은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했을 때 전립선암이 발견될 확률을 계산하고, 전립선암이 진단돼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받게 되는 경우 최종 병리학적 병기를 예측해주는 기능으로 구성됐다. 이용 대상은 관련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들이었다. 그런데 이 앱을 배포한 이후 유명세를 타게되자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규제를 하고 나섰고, 결국 배포가 금지됐다.  요로결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개발한 적 있는 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은 “식약처는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앱을 대상으로 규제에 들어가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개발해 놓은 앱과 관련한 언론홍보는 물론 추후 앱 개발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두 원장은 “미국의 경우 단순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알 권리를 위한 모바일 앱은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식약처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건강 및 의료 관련 모바일 앱은 만보기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앱에 대한 식약처의 규제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정지훈 소장은 “앱을 의료기기로 보는 식약처의 접근방식은 과도한 규제”라며 “식약처가 앱을 의료기기로 본다면 개발자도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식약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개발자가 의료용 앱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방식을 통해 의료용 앱 개발자들도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식약처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의 정의와 부합되는 것은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관계자는 “건강 및 의료와 관련한 앱은 당연히 의료기기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의료기기법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는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상해 또는 장애를 진단·치료·경감 또는 보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 안에서도 스마트폰 앱이 의료기기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진단용 앱을 관리함으로써 새로운 유헬스케어 영역의 관리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9월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심장박동수와 혈압 등을 진단하는 모바일 의료 앱의 사전 승인을 강화하는 최종 가이드라인을 개발자에게 배포했다.

FDA는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수준에 따라 모바일 앱도 기존 의료기기와 같이 Class I, II, III로 분류해 카테고리별로 규제를 적용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관련 모바일 앱이 ▲이미 규제대상인 의료기기의 보조기구 역할 ▲모바일 기기를 의료기기로 전환하는 경우 등은 Federal Food, Drug, Cosmetic Act(FD&C Act)상의 Section 201에서 규정한 의료기기 정의에 성립돼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의료기기의 정의에 부합하는 모바일 앱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치료법 추전 및 제공 없이 사용자의 건강상태나 질환을 관리토록 도와주는 앱 ▲사용자 건강정보 정리 및 추적 앱 ▲인터넷상에서 사용자의 건강상태 및 질환 치료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 ▲사용자의 미래 질환 가능성 정보를 제공하는 앱 등 사용자에 미치는 위험성이 낮으면 규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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